온 세대가 드리는 예배… 영성도 ‘플러스’
세대 통합 예배 드리는 교회, 무엇이 달라졌나
신은정,손동준2024. 7. 6. 03:02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강소연
서너 살쯤 돼 보이는 꼬맹이가 서서 기도하는 아빠의 품에 쏙 안겨있다.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엄마의 찬양하는 손짓을 따라 한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화이트스톤교회의 최근 예배 장면이다. 지난 4월 중순 교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장면을 보고 누군가는 “바람직하다”며 반기겠지만 “소란스러워서 예배가 제대로 되겠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세대통합예배를 시도하는 교회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성도 모두가 예배자로 설 수 있으며 또 다른 세대가 서로에게 신앙적 교훈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한자리에 모였다는 현상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교회 의사 결정에도 참여할 만큼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대상 옆 유아실… 3세대 모인 공과교육
전남 순천 금당동부교회의 한 어린이 성도가 성경봉독을 하는 장면. 금당동부교회 제공
장철근 목사는 2003년 전남 순천에 금당동부교회를 개척하면서 강대상 옆에 유아실을 설치했을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장 목사는 지난달 27일 “‘예배에 집중이 되겠느냐’는 핀잔부터 ‘정신 나갔다’는 조롱까지 있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금당동부교회는 그때부터 20년이 넘도록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세대통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단독 예배자이며 예배에서 다른 세대가 만나야 서로의 좋은 점을 닮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이별로 여러 시간으로 쪼개진 예배에는 더 많은 봉사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예배에 되레 집중할 수 없다는 생각도 반영됐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성도는 대표기도와 성경봉독 등 예배의 모든 순서에 참여한다. 교회의 크고 작은 결정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지나간 다음 오후예배를 다시 드릴 것인가에 관한 결정도 그랬다. 장 목사는 “각자 교회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상황과 형편에 맞게 세대통합예배를 시도하면 된다”며 “세대통합예배는 실험이고 투자이지 성공과 실패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원풍성한교회 교인들이 지난 30일 3세대 주일학교에서 소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 수원풍성한교회 제공
경기도 수원풍성한교회도 15년째 세대통합예배를 유지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 예배당에는 갓난아이부터 백발노인까지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담임 김병호 목사는 이날 시편 1편 1~6절을 본문으로 ‘복 있는 사람은’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김 목사는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설교 대상을 설정했다”며 “그 이하 나이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오랜 기간 훈련이 쌓였기 때문에 예배 시간에 어느 아이도 떠들거나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회는 공과교육도 세대통합으로 진행한다. 모든 성도는 점심 이후 소그룹으로 나뉘어 같은 주제로 성경을 배우고 토론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 미국의 ‘D6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웃지 않는 어른들’이 주는 교훈
충북 청주 어울림교회의 한 청소년 성도가 지난달 첫째 주 세대통합예배에서 대표 기도하는 모습. 어울림교회 제공
충북 청주의 어울림교회는 2015년 설립부터 세대통합예배를 매월 첫째 주일 시행한다. 이때마다 어린이와 청소년 성도가 예배위원이 되어 예배에 참여한다. 담임 김준호 목사는 지난 1일 “어른뿐 아니라 청소년과 어린이도 하나님 나라의 주체적인 하나님 백성이기에 예배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고 예배자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며 “기도순서를 맡은 학생이 일주일간 기도문을 준비하고 성경봉독 땐 감정을 실어 읽는 그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큰 은혜를 준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어른 예배를 이해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함께 드리는 예배는 예배의 태도에 대한 큰 교훈을 모든 성도에게 선사했다. 김 목사는 “초등학교 5학년 성도가 세대통합예배가 싫다고 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예배를 드리는데 웃지도 않고 인상만 쓰고 있는 어른들이 무섭다’고 하더라”며 “기쁨과 감격이 없는 우리들의 예배 현실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교회는 세대통합예배를 열 땐 연극 무언극 인형극을 비롯해 찬양 문학예배 등 다양한 형식의 예배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흥미 위주나 보여주기식이 되면 안 된다”며 “예배가 하나님의 계시와 인간의 응답으로서의 만남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내 축복기도를 듣는 아이
한 학부모가 경기도 용인 중앙예닮학교 대강당에서 지난 30일 열린 주일예배에서
자녀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 기도를 하고 있다. 중앙예닮학교 제공
세대통합예배는 자연스러운 신앙 전수의 본보기가 된다. 경기 용인 중앙예닮학교 대강당에는 주일마다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예배가 열린다. 지난달 23일 저녁 7시에는 학생 370명과 학부모 등 850명이 강당을 메웠다. 이들은 간이의자에 나란히 앉아 수시로 손을 잡거나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배를 드렸다. ‘하나님에게 집중하기 어려울 때는 언제인가’라는 짧은 질문 묵상 시간엔 부모와 자녀 성도가 각각 “시험이나 수행평가 기간에 집중하기 어렵다” “기도했지만 낙심됐을 때 다시 회복하고 집중하기 힘들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하나님 앞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두고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기도 했다.
찬양 인도와 대표기도는 학생들이 준비했다. 중앙예닮학교 이사장인 고명진(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로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것이 믿음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학부모 신유경씨는 고등학생 딸과 함께 이 예배를 드렸다.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매주 예배에 온다고 했다.
신씨는 “학교에서는 집이 먼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석을 권했지만 한번 와보니 너무 감동적이어서 3년 개근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신씨는 “교회에서 따로 예배드리는 일은 많지만 부모와 자녀가 같은 말씀을 듣고 소통하기는 쉽지 않다”며 “아이를 앞에 두고 기도해 줄 수 있다는 것, 아이가 부모의 기도를 듣는다는 것이 참 좋다”고 했다.
공간보다는 ‘문화 통합’ 절실
미국 듀크대 존 웨스터호프 교수는 ‘교회의 신앙교육’ 등 저서에서 “신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라며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예배가 모든 세대의 신앙 성숙에 도움이 된다고 주창했다. 그러나 많은 교회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세대통합예배를 주저한다. 전문가들은 세대통합예배를 시도하고 이를 지속하려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목원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는 “단순히 공간을 합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성도가 주체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이주간이나 성탄절에 부르는 특송처럼 행사 순서의 하나로 치부할 게 아니라 준비 과정부터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더 나아가 아이들이 선교나 봉사에 대한 의견을 내고 반영되는 수평적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는 등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 푸른사랑의교회 성도 전원이 지난 5월 세대통합예배인 ‘패밀리예배’를 드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푸른사랑의교회 제공
푸른사랑의교회 담임 김경옥 목사는 “담임목회자가 ‘모든 성도가 내 양떼’라는 욕심을 주일학교에 주입하기 위해 세대통합예배를 활용하면, 속된 말로 망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이 교회는 1년에 10여 차례 세대통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이해, 교회 철학을 온 성도가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회자는 이와 관련한 설교를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은정 손동준 기자 sej@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40706030214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