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자식을 가슴에--" 카페지기님께서 음악방에
"천의 바람이 되어"란 아주 애잔한 곡을 올려주시어 이따금
울적할 때 그 노래를 들어왔다.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추모의 뜻으로
임형주 인가 하는 성악가가 여러번 노래불러서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고 짠하게 한 노래가 됐다.
바람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으로 나왔있었다.
그렇다면 그 바람을 갯수로 셀수 있다는 말인가? 아둔한 나는 고개만 가웃하고 있었다.
잔잔한 그 노랫말의 영어도 갯수로 나와있었다.
이 노랫말을 따라 흥얼 거리고 또 흥얼거리니 급기야 갯수로 될수도 있다는 느낌이 났다.
그 바람의 내용이 중요한데-
요즘 같이 추울 땐 빰을 애는 칼바람. 좋은 일 터질 땐 신바람. 봄을 알려주는 봄바람.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산들바람. 그리고 오월에 산너머에서 오는 훈훈한 바람
생각해보니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지난 밤 대학로 지하의 소국장에서 또다른 종류의 바람을 가슴으로 봤다.
아니 더 정확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봤다.
<그 일>일어나고 난 한참 뒤 그녀석 싸이월드 홈피를 열어봤을 때
기초 자기 소개 설문란이 있다는 것 알았고 떨리는 가슴으로 훔처보듯 읽어 봤다.
그 많은 물음 중에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사랑은 영원히>
<가장 좋아하는 시 - 박노해의 아름다운 등불>
<가장 좋아하는 음악-쿨 또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 연달아 보였다.
나는 그날부터 그 시을 찾아 읽고 그 영화를 다시보고 또 그 음악 "서른 즈음에"를
밤낮없이 혼자 한강 둔치에서. 국립묘지 빗돌 사이길에서, 간혹은 노래방에서
셀수 없이 목이 터저라 부르고 불렀다.
김광석-? 그 노래 부르면서 젊은 이들의 사랑 받을 만한 가객이란 것도 그 때 감으로 알았다.
그의 절창 <이등병 편지>.< 입영전야> 등 몇곡은 그냥 제목만 겨우 알고 있는 터
김광석도 짧은 삶을 살다 간 청년이더라.
그럴라고 그랬는지 아들녀석도 그의 노래을 좋아 했는가 봐.
그가 세상을 뜬지 20년이 가까이 되는 지난해부터 광고가 아주 많이 떴었지.
한 때는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추모제 형식 둘. 뮤지컬 하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동시에 세곳에서 장기 공연 된다고
메스컴은 연일 떠들고 있다는 상황을 나까지도 알게 되어
그의 노래가 좋아,
셋중에 한가지는 꼭 보려 마음 먹고 있었는데 바장이다 다 노치고 2016 정월까지 이르렸는데
내가 아는 한 분이 일월 초에 김광석 삶과 노래를 주제로 하는 뮤지컬 하는데 같이 가자고 표를 예약 해뒀단다.
아마 그 도 내가 평소에 김광석 그 노래를 입에 달고 있는 걸 알고 그랬던 것 같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약속 날 기다렸는데 그날이 어제고 밤 8시.
지하층 50석 될까말까한 소극장 좌석이 다 찻고
잔잔한 보컬과 키타.건반으로 시작되었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 20여 곡을
현대를 사는 우리 젊은이들의 이상과 현실. 갈등과 사랑으로 펼친
그야말로 전자장치의 도움 없는 어쿠스틱 뮤직컬(Acoustic Musical)-
이따금 귀에 익은 노래도 나왔고 애잔한 노래 방방뛰는 신나는 노래가 이어졌다.
그리고 후반부에 내가 기다리던 그 "서른 즈음에"가 나왔다.
나는 숨을 죽이고 석상처럼 꼼짝 못했다.어쩜 그리 김광석 목소리와 똑 같을까?
이노래을 가슴으로 지르던 내 아들 얼굴이 자꾸 오버랩되 나온다.
내가 진정하는 동안 옆자리 지인들은 내 심사를 살피는 듯 했다.
그러나 나는 의뭉스럽게 위선떨고 끄덕없이 버틴다.
그리고 몇 곡이 더 흐른 뒤에 마침내 내가 좋아하는 시(류근 작시, 김광석 곡)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이 흘러나왔다.
이 시 말미의 미완성 종결어미가 항상 나를 울렸던 구절이다.
어느듯 두 시간 반이 흘렸다. 관객은 배우들을 그냥 두질 않았다.
앵콜 곡으로 여섯 곡을 청했다.
그 중에 끝내 내 울음을 속으로 터트린 노래는 "어느 60대 부부 이야기"였다.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은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그 곳
내 아이가 먼저가서 저 아비 오길 기다리는 하늘이였다는 사실을 이제사 알았다.
오래간 만에 문화주사 한방 맞았으니 내 이 그리움이란 병에 면역이 조금 생길까?
"나 거기 없오"-천의 바람이 되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연거푸 꿍얼거리며 하루을 산다.
첫댓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좋아하는 시고 노래인데 다시 부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많은 위안되셨겠어요...^^
싸이월드설문 - 부르고 또 부르고 - 뮤지컬기회 - - - 정말 문화주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