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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과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
최 화 수│바오로
걷고 또 걷고…‘걷기공화국’(?)
『걷기 예찬』의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는다는 건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소설가 한창훈도 “독서와 걷기는 독한 시간대를 보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와 조선의 명의 허준(許浚)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걷기”라고 단정했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도 ‘앉아있을 때보다 걸을 때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찍이 니체가 “걷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은 의심하라”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책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 “걷는 사람은 시간의 부자다. 그에게 한가로이 어떤 마음을 찾아들어가 휘휘 둘러보며 구경하고 호수를 한 바퀴 돌고 강을 따라 걷고 야산을 오르고 숲을 통과하고 짐승들이 지나가는 목을 지키거나 혹은 어느 떡갈나무 아래서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 시간의 하나뿐인 주인이다.”(34쪽, - 시간의 왕국)
“걷기는 일상생활에서 늘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이다. 늘 걷고 있음에도 길 걷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에는 숱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지만 성장 중심의 정책들과 맞물려 역사적 가치는 무시된 채 개발되었고, 개개인은 바쁜 일상에 쫓겨 삶터 주변의 ‘길’이라는 공간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에 여유를 찾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삶의 질이 개선되기를 희망해서 일까?” (필자 등 공저, 『부산 길걷기 가이드북』 발간사)
물질문명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들의 생활패턴을 편의주의 중심으로 바꿔놓았다. 오늘 하루 우리가 도시 속을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되돌아보자.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지하주차장, 그리고 자동차로 도로를 달려 회사 주차장, 다시 엘리베이터로 사무실에 닿는다. 네 바퀴의 탈 것에 올라앉아서, 또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편의시설에 의지하여 이동했다. 그리고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낮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지 않았는가.
자동차나 편의시설에 의탁하여 안락하게 이동하거나 책상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운동부족으로 비만과 성인병 등의 질환을 불러들이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몸이나 정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직립인간인 우리는 대지에 두 발을 딛고 어깨를 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어야 한다. 자동차나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아닌, 몸의 속도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걷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근래 걷기가 으뜸 화두(話頭)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행복은 곧 걷기라는 등식(等式)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눈뜨기가 무섭게 산속 약수터로 오르거나 들길 강변길 해안길을 걷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휴일에는 산과 강, 바다는 물론이요, 학교 운동장까지 걷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걷고 또 걷고, 바야흐로 ‘걷기공화국’ 시대이다. 부산은 천혜의 자연경관에 걷기 좋은 ‘갈맷길’ 등이 활짝 열려 있다.
부산의 대표 브랜드 ‘갈맷길’
‘부산국제영화제’와 ‘갈맷길’이 지난 7월 3일 부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됐다. 부산시는 지난 2012년 제1차 도시브랜드 기본계획에서 정한 도시브랜드사업을 대상으로 단계별 평가를 거쳐 ‘도시브랜드 10대 우수사업’을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세계 3대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와 걸을수록 젊어지는 ‘갈맷길’ 브랜드화 사업이 3년 연속 우수사업으로 뽑혔다. 이번 평가에서는 그 시설이나 규모보다 시민참여, 소통과 공감 등 소프트웨어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갈맷길’은 부산을 대표하는 명품길로 갈매기와 길을 합쳐 ‘갈매기를 보며 걷는 길’, 또는 갈맷빛과 길을 합쳐 ‘짙은 초록빛과 함께 걷는 길’을 뜻한다. 갈맷빛은 짙은 초록빛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부산의 그린웨이, 곧 부산만의 길을 지칭하는 ‘갈맷길’은 산과 바다, 강과 온천의 사포지향(四抱之鄕) 부산의 매력을 만끽하도록 해안길, 숲길, 강변길, 도심길로 구분돼 있는데 9개 코스 20개 구간, 전체 길이 263.8㎞로 통칭 700리로 불린다.
‘갈맷길’이 부산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부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된 것은 사실 놀랄만한 일이다. ‘갈맷길’이란 이름의 탄생 자체가 불과 몇 해 전으로 그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이다. ‘갈맷길’은 ‘(사)걷고싶은부산’과 부산시의 합작품으로 태어났다. 2009년 6월 7일 해운대 동백섬 광장에서 ‘걷고싶은부산’ 선포식이 열렸고, 부산시는 2009년부터 희망근로사업으로 628억 원을 들여 숲길, 해안길, 강변길의 그린웨이를 조성했다.
2009년 10월에 창립한 ‘걷고싶은부산’의 모태(母胎)는 시민사회단체였다. 2008년 5월 부산의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생명의길찾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2009년 4월 부산지역 37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부산길걷기시민모임’이 발족하면서 국제신문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걷고싶은부산’은 길을 통해 살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며, 부산의 길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부산길걷기시민모임’은 2009년 11월 ‘부산문화도시네트워크’, ‘녹색도시부산21’과 힘을 합쳐 『부산 길걷기 가이드북』을 펴냈다. ‘부산길걷기시민모임’ 공동대표 5명(김길구, 김봉호, 김상화, 최화수, 하수근)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우리는 매월 길 걷기 시민행사를 개최하는 등 길 걷기운동을 위한 기초를 다져 놓았을 뿐인데, 시민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워 이제 길 걷기가 범시민운동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라고 밝혔다.
길 걷기 전문단체 ‘걷고싶은부산’은 ‘부산길걷기시민모임’과 국제신문이 주축이 되어 탄생했다. 때를 같이 하여 부산시가 ‘걷고싶은도시’ 선포를 하고, 그린웨이 조성을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 앞의 머리말은 “이제 조금씩 자동차와 찻길에 밀려난 보행로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고, 부산에 산재한 걷고 싶은 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길 걷기 활동은 도시를 바꾸고, 생활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길 걷기가 바야흐로 부산을 바꾸어가고 있다. 그린워킹(Green Walking)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걷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도시생활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린워킹은 자연과 생명을 중시하고, 성찰을 통해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생활 속 문화혁명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무한 질주를 반성하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이웃과 환경을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운동이기도 하다.” -‘걷고싶은부산’ 발기취지문이다.
“걷기는 우리 시대의 확실한 아이콘이자 문화가 되고 있다.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은 물론,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 영국의 내셔널 트레일, 프랑스의 랑도네 같은 세계적인 명품 걷기 코스에는 오늘도 걷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걷기가 지역과 국경을 초월해 소통과 연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자동차와 찻길에 밀려난 걷는 길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고, 부산 곳곳에 산재한 좋은 길을 발굴해 브랜드 가치가 높은 명품 그린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숲길, 바닷길, 강변길…700리
부산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른 ‘갈맷길’을 걸어본 이들은 그 예찬에 열을 올린다. “갈맷길 700리는 바다, 산, 강, 온천의 사포지향이 어우러진 부산의 특성을 담아낸 길이다. 바닷가를 걷다보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을 벗어나면 강이 있고 몸이 피곤하면 온천이 반겨주는 부산에만 있는 길이다.” 부산시 인터넷신문 ‘부비뉴스’의 칭송이다. “흐드러진 꽃길 사이로 꽃비가 내리다가도 어느새 파도소리가 귓가에 철썩이며 부산의 봄빛과 바람에 실린 솔향,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모두 담아서 무한정 걷고 싶은 길로서 좋다.”
갈맷길은 부산 기장군 임랑에서 강서구 가덕도에 이르는 해안길 172㎞, 강길 13㎞, 숲길 85㎞ 등으로 9개 코스 전체 거리는 263.8㎞, 약 700리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길이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구간별로 끊어서 찾기에 좋다. 무엇보다 시내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쉽게 연결되며, 별다른 장비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아름다운 절경을 만끽하며 부산의 숨겨진 얼굴들을 만나다보면 어느 한 곳 지루할 틈이 없다.
‘(사)걷고싶은부산’은 창립 이래 지금까지 갈맷길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행사들을 열어왔다. 크게는 길 관련 콘텐츠 개발과 사회적 의제 발굴, 부산의 길 관련 인프라 구축, 시민 참여를 통한 길 걷기문화 조성에 역점을 두었다. 구체적으로는 부산의 길 지도 및 가이드북 제작 보급, 부산의 길 현황 분석을 통한 DB 구축, 부산의 길 연구조사보고서 발행, 길 걷기 아카이브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걷고싶은부산’은 지난해 11월 제6회 갈맷길 축제 <갈맷길 대끼리데이>를 황령산과 이기대, 오륙도 일원에서 사흘 동안 열었다. ‘만나요, 힐링해요-황령산 달빛 걷기’, ‘갈맷길 버스킹과 함께 하는 이기대 시민걷기대회’, ‘갈맷길 완주자대회’ 등과 함께 ‘힐링산책 숲속 음악회’, ‘숲속 이바구마당’, ‘다이아몬드 브릿지 걷기대회’, 그밖에 사진전과 시화전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졌다.
부산의 갈맷길을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시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지난해 12월에는 ‘갈맷길협동조합’(이사장 남수정)이 만들어졌다. 갈맷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갈맷길을 부산시민은 물론, 외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모여 뜻을 모았다. 2013년 7월부터 갈맷길 1기 700리 종주로 시작, 지난 6월에는 3기 출정식을 가졌다. 처음 7명의 회원으로 시작, 현재는 330여 명으로 회원이 늘어났다.
갈맷길협동조합은 지난 8월 10일 부산시청 제1전시실에서 ‘2015년 갈맷길 700리 긴 여정의 꿈과 행복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2기 종주 멤버 28명이 찍은 사진작품전은 부산시민에게 거창한 장비 없이도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마련했다는 것. 도심과 자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부산 갈맷길 곳곳의 풍광을 앵글에 담았는데, 참여 멤버들의 행복한 표정이 넘쳐나는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갈맷길협동조합 남수정 이사장은 갈맷길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도 만들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SNS도 활용하고 있다. 갈맷길은 도심과 자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 매력을 널리 알린다면 제주 올레길처럼 유명한 걷기길이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남 이사장의 말이다.
그러나 갈맷길이 명품길로 뻗어나가려면 개선돼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다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갈맷길은 걷는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행정과 관청 중심의 길이므로 개선책이 요청된다는 것. 갈맷길에 지나치게 많은 철재 목재 데크도 눈에 거슬린다. 그 돈을 아껴서 화장실과 같은 보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공단이나 대형차량 주행도로를 통과하는 위험구간의 표시나 정비가 요청된다는 지적도 있다.
갈맷길에서 요란하게 축제나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길은 혼자, 가족 또는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수십 명도 아니고 수백 명, 수천 명을 불러 모아 떼거리로 몰려가거나 요란을 떠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공, 인위적인 것을 멀리하고,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에 동화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나 길 관련 단체가 숙고해봐야 할 사항이다.
걷기운동 단체들은 이제 올바른 걷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갈맷길 등을 걷는 사람들 가운데는 소음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구잡이 잡담의 소음공해, 라디오나 MP3 등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공해, 음식물 포장지 등 쓰레기 공해가 장난이 아니다. 이제는 갈맷길을 널리 알리는 홍보보다 올바른 걷기문화 정착을 위한 운동에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녹색도시 부산21’ 관계자와 함께 규슈 올레길을 둘러보았다. 다케오 올레와 오쿠분코 올레를 답사한 뒤 녹색도시 한 관계자는 “일본사람들의 질서의식이 무서울 정도이다. 주차위반 차량이 한 대도 없고, 휴지 한 장, 담배꽁초 하나 버려진 게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그들 특유의 ‘메이와쿠(迷惑) 문화’를 올레길에서도 지켜보았다. 우리 걷기문화의 올바른 정립이 시급하다.
부산을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로
부산시가 ‘걷고 싶은 도시’를 선언한 데는 갈맷길 조성 하나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시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하여 갈맷길 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갈맷길이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해도 ‘걷기 위해 큰마음 먹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이 전제된다. 갈맷길도 좋고 ‘금정산둘레길’도 좋지만, 걸어서 생활할 수 있는 도시, 곧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덴마크, 역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로 꼽힌 코펜하겐은 그야말로 보행자 천국이다. 자동차를 멀리하고 일상적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코펜하겐 사람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워커블 시티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도시계획 자체가 높은 건물과 같은 외형적 요소가 아닌,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그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경험에 맞추었다.
‘워커블 시티’, 곧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가 있어야 걷는 생활이 행복하다. 워커블 시티는 자동차를 뒤로 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친화 도시이다. 보도와 맞닿는 발의 촉감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생기와 활기를 느낄 수 있을 때 도시인은 건강한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게 된다. 『워커블 시티』의 저자 제프 스펙은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의 조건으로 유용성, 안전성, 편안함, 흥미로움 등을 제시한다.
미국의 도시계획가인 그는 워커블 시티로 나아가려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들을 가깝게 배치하고, 보행자가 자동차로부터 안전하도록 보호할 것, 거기에 도시의 건물과 거리의 풍경을 ‘내 집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숙하면서도 흥미로운 공간들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는 창의적인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부산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들 것인지는, 누구나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갈맷길과 금정산둘레길 만으로 만족하거나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 오히려 시가지의 번화가나 간선도로, 주택가 이면도로나 골목길 등을 걷기 좋은 길, 친환경적인 길로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를 몰아내고 자연과 나무가 있어 도심 속에서 걷기를 즐기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걷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회색 안개의 도시 런던이 지금은 가로수와 공원의 울창한 숲으로 그 상징색이 ‘그린’으로 바뀌었다. 런던에는 유독 나무들이 많다. 템즈 강변을 따라 우거진 숲, 오로지 보행자만을 위한 다리 가든 브리지 등 도시계획 노력이 더해져 런던은 녹색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런던 시민들은 걷기를 일상생활에서 즐긴다. 버스나 지하철 세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는 걸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한다.
‘걷고 싶은 도시’ 선포를 한 부산시는 부산을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시계획과 투자를 해야 할 것인지, 생각만 앞설 법하다. 아무리 의욕이 넘쳐나더라도 몇 해 안에 서둘러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시민공원’과 ‘송상현광장’을 만들 듯이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불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거리를 넓히거나, 거대한 건축물의 건립보다 ‘워커블 시티’에의 녹색 꿈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워커블 시티’가 되기까지 우리는 『불편해야 건강하다』(아오키 아키라 지음)는 ‘원시인 건강법’을 따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전자의 부름에 따라 중력을 느끼며 걷는 것이 건강 유지의 길이다. 시간이 없다면 도시 속 무료헬스장(계단)을 적극 이용하고, 지하철이 도착하기까지 승강장 끝까지 걸어서 오가기, 리모컨 사용하지 않기, 쓰레기 여러 번 나눠 버리기 등 ‘생활 속의 걷기’를 실천할 일이다.
- 부산가톨릭문학 2015년 가을호
첫댓글 좋은글에 공감하고 갑니다
생활속의 걷기 운동이 운동의 기본일진데 우리는 점점 게을러가고 편안함만 따르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점점 나태해져가는 일상을 고문님의 글을 일고 다시금 자신을 채찍질 해봅니다
걷기 운동부터 -다시금 본격적인 운동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