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산 정상에서 남쪽 조망
얼마나 많은 보람들이 고여 있기에
밋밋하게 키를 뽑는 天皇 봉우리
지는 날과 밝은 아침
이마에 출렁이며 넘노는 구름
(…)
기오르며 기오르며
샘물이듯 찰랑이는 맑은 줄기여
――― 권일송(權逸松), 『天皇峰』
▶ 산행일시 : 2013년 6월 6일(목), 맑음, 박무
▶ 산행인원 : 15명(영희언니, 자연, 스틸영, 드류, 김전무, 강대표, 대간거사, 더산, 사계, 산정
무한, 선바위, 신가이버, 메아리, 메여사, 가은)
▶ 산행시간 : 7시간
▶ 산행거리 : 도상 8.4㎞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26 -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뒷골, 용늪 가는 길 입구, 산행시작
10 : 48 - 대암산 능선마루 안부
12 : 00 ~ 12 : 30 - 다시 대암산 능선마루 안부, 중식
15 : 08 - 대암산 남릉, 대암산(大岩山, 1,309m)
16 : 26 - 뒷골 용늪 가는 길 입구, 산행종료
1. 오른쪽은 대암산 용늪 지나 군부대가 자리 잡은 1,304m봉
노느니 장독 깬다고 널널 산행을 예고 공지하고 대암산을 간다. 춘천고속도로는 휴일을 즐기
려는 행락객들 차량이 몰려들어 명절날 경부고속도로가 북적이듯 한다(늦은 저녁 서울로 오
는 춘천고속도로는 정체가 매우 극심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만원이다. 동홍천IC 빠져나
와 화양강휴게소 지나치고 그 아래 팜파스휴게소를 들린다.
비가 오락가락한다. 원통에서 453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칠성고개 넘어 인북천 따라 서화
쪽으로 간다. 서화 가는 논장교 건너기 전 서흥리에서 용늪 가는 방향표시판이 가리키는 좁은
갈림길로 들어 뒷골 마을로 간다. 마지막 별장 같은 민가가 나오고 작년 봄만 해도 우리 차가
더 들어갈 수 없는 돌길 울퉁울퉁한 비포장 군사도로가 이어졌는데 콘크리트포장도로로 바
뀌었다.
이렇듯 미끈하게 포장된 줄은 까맣게 모르고 4㎞에 이르는 그 돌길을 걸어올라 갈 일을 생각
하여 서울에서 오는 차안에서부터 지긋지긋했었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대암산 자락 굽이
굽이 신록이 한층 푸르다. 대암산 용늪 가는 길 입구에서 우리 차는 멈추지만 포장도로는 그
위로도 이어진다.
대암산 용늪 무단출입을 막으려는 관리인이 입구에서 산행을 제지한다. 저 물 좋은 계곡에서
놀다가겠다고 하여 곧이들을 이가 있겠는가? 목에 나침반 걸고, 손에 지도 들고, 등에는 큼지
막한 배낭을 멨다. 여느 등산객들과도 다르다. 피식 웃고 만다. 용늪 근처에는 절대로 가지 않
겠다고 단단히 약조하여 산행을 허락 받는다.
초입 계곡을 목조 무지개다리로 건넌다. 풀숲 길. 비는 그쳤지만 촉촉이 젖었다. 등로는 계곡
따라 오른다. 계류는 중소대와폭 괄괄대며 흐른다. 수원(水源)은 용늪이다. 계류 연신 기웃거
리며 간다. 등로는 묵은 임도로 산허리 돈다. 시절은 어느새 여름이다. 함박꽃나무 꽃이 피었
다. 이유미 박사의 함박꽃나무에 대한 설명이다.
“함박 같은 웃음을 활짝 웃으며 피는 이 꽃나무는 흰 꽃잎이 함박눈처럼 순결하고 함지박처
럼 넉넉하면서도, 아침 일찍 고개 숙인 꽃송이에 이슬을 맺고서 함초롬히 피어나 함박꽃나무
라는 이름을 얻었는가 보다.” “함박꽃나무를 한자 이름으로는 천녀화(天女花)라고 하여 천상
의 여인에게 비유하였으니 꽃나무를 두고 이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 있을까?” 북한에서는 함
박꽃나무를 목란이라고 부르며, 나라 꽃을 진달래에서 함박꽃나무(목란)로 바꾸었다고 한다.
오지본능이 꿈틀하여 뻔한 등로로 가는 것이 이내 싫증났을까? 더산 님을 비롯한 9명이 왼쪽
능선을 오른다. 나머지 6명(드류, 강대표, 대간거사, 산정무한, 신가이버, 메여사)은 얌전히 등
로 따른다. 오른쪽으로 용늪 가는 ┣자 갈림길을 지나고도 계류를 건너고 또 건넌다. 어느덧
계류 소리 밭고 보기 좋고 넙데데한 초원이 나와 괜히 거기를 누벼본다.
된 오르막길 땀이 비칠만하여 능선마루 안부다. 왼쪽 능선을 타는 일행이 당도하려면 아직 멀
었다. 기실 오늘 산행이 널널하다 함은 여기를 두고 한 말이다. 작년에 곰취 뜯은 그 알뜰한
재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사면 깊숙이 들어간다. 누군가 이미 다녀갔다. 이삭 줍는다. 한바
탕 풀숲 헤집고 나서 능선마루에 오르고 일행 모두 모였다. 마침 점심때가 되었다.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마치 일꾼들처럼.
2. 대암산 등로 초입 계곡
3. 산행준비
4.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목련과의 낙엽 활엽 소교목, 북한 국화다
5. 물참대
6. 물참대
7. 물참대
8. 월학유원지로 내리는 대암산 지능선 암릉
9. 월학유원지로 내리는 능선
10. 대암산 지능선 암릉
오후에는 자유산행이다. 15시에 대암산 내린 서쪽 안부에서 만나기로 한다. 대담한 산행을
시도한다. 오기가 나기도 했다. 전인미답의 길. 곰취의 블루오션 개척이다. 대암산을 동에서
서로 왼쪽 산허리를 돌아 넘는 것이다. 주릉 근처는 암릉이고 절벽이라 가급적 뚝 떨어져 내
렸다가 돌아야 한다. 잠수하듯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수적(獸跡)조차 없는 밀림이다. 골마다 암릉 버금가는 너덜이고 덩굴나무가 너덜을 품었다.
덩굴나무숲 뚫고 나면 힘이 다 빠진다. 골로 내리려니 슬랩을 기어 트래버스 한다. 숲속에 들
면 오리무중이라 분명하던 산줄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곰취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차츰 멀
어지고 여하히 목적지로 가느냐가 난제로 부상한다.
다른 일행은 어떻게 되었을까? 몇 번 소리쳐 불렀으나 검은등뻐꾸기가 놀라 지저귀는 소리
잠시 멈추어 더욱 교교하다. 대간거사, 더산, 가은, 나. 넷이 간다.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저기
도드라진 능선이 대암산 남릉인가 하여 내쳐갔더니만 더 통통한 능선이 골 건너로 보이는 것
이 아닌가. 골에 들어 너덜을 기어오른다.
대암산 남릉.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대암산 서쪽 안부로의 트래버스는 고사하고 대암산 정
상으로 직등하자해도 약속시간이 빠듯하다. 서두른다. 잡목 숲은 울창하여 젖히기 팔심이 부
친다. 두 번 암릉을 돌아 넘고 막다른 암벽에 다다랐다. 좌우 절벽이라 트래버스 하는 길은 없
다. 왼쪽 슬랩을 오르거나 오버행 절벽을 올라야 한다.
오버행 절벽이 위로 나무숲이 있어 슬링을 걸 수만 있다면 오르기 수월할 것 같다. 더산 님이
선등으로 왼쪽 슬랩을 크랙 비집어 올랐다. 오버행 절벽 위로 와서 슬링을 걸어달라고 했더니
그리고 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간거사 님이 왼쪽 슬랩으로 곡(哭)소리 내며 올랐다. 오버행
절벽 위로 와 달라고 했으나 절벽이라 갈 수 없다고 한다.
외길이다. 왼쪽 슬랩의 크랙을 비집어 오르는 수밖에 없다. 입안이 바짝 마른다. 날등에 선다.
릿지에서는 한 발 한 발의 스텝이 중요한 것. 대간거사 님에게 오른발을 어디에다 두고 올랐
느냐며 안내해달라고 소리쳤으나 다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대답만 바위 너머로 들린다.
암릉 암벽에 석이버섯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어 오르기 고약하다. 석이버섯 때문에 발을 디
디거나 손바닥을 암벽에 밀착하여 오를 수가 없다.
날등 바위 모서리를 양손 오지로 움켜쥐고 긴다. 손맛 오지게 본다. 저 암봉을 넘는다고 해서
바로 대암산 정상으로 쉽게 이어질까? 오도 가도 못하게 되지나 않을까? 노느니 장독 깬다고
참말로 장독 깨는 것은 아닐까? 산꾼에게 금기인 운수를 시험한다. 나 혼자 아닌 일행이 넷이
나 있다는 것이 용기다. 그래도 가슴은 막 두근거린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디뎌 암봉을 넘고 짧은 슬랩 내린 다음 반침니 암벽 오르니 대암산 정
상이다. 서로 얼굴 마주보고 씩 웃는다. 그리고 비로소 열린 천지 우러르고 굽어본다. 권일송
시인의 “기오르며 기오르며/샘물이듯 찰랑이는 맑은 줄기여”가 여기다.
하산 길이 배낭 묵직하겠다 한층 뿌듯하다.
11. 대암산 지능선 암릉
12. 멀리 흐릿한 하늘금은 설악산
13. 월학유원지로 내리는 능선
14. 대암산 남쪽 조망
15. 바로 앞이 대암산 남릉
16. 왼쪽 뾰족한 봉우리는 수리봉
17. 앞 우뚝한 봉우리는 1,176m봉
18. 왼쪽부터 대간거사, 더산, 가은, 대암산 정상에서
19. 가운데 오목한 데가 양구 해안면. 펀치볼이다
20. 대암산 서릉
21. 대암산 남릉 릿지, 저기를 올랐다
22. 하산 길에서, 맨 오른쪽이 강대표 님
첫댓글 정상을 오를때의 짜릿함.아도 무셔라. 안따라 가길 잘 했습니다^^
시원합니다. 수고 하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