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NATO)가 7일 브뤼셀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갖는다.
나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개시한 지 1주일여만인 지난 3월 4일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소집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제공권 장악을 막기 위한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거부했다. 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토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전쟁의 한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 스웨덴,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조지아(그루지야)을 초청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집행위원(고위 대표)도 참석한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지난 3월 14일 전화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첫 참석이다.
외교부 페이스북 캡처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왜 정 장관을 이번 회의에 초청했을까?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과 함께하는 합동 회의(나토-파트너 합동 회의)를 열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된 아태 4개국은 러시아에 대한 나토(서방) 측의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국가들이다. 특히 일본과 호주는 미국의 새로운 안보체제인 쿼드(Quad) 4개국(미국 인도 일본 호주)에 속해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도 '쿼드 플러스' 대상 국가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의 집단안보체제(나토)와 아·태 집단안보체제(쿼드)가 자리를 함께 하는 회의라고 할 수 있다.
회의를 주재하는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5일 4개국을 이번 회에 초청한 본심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친 러시아 행보를 보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비난을 삼가하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다.
유럽 대륙의 스웨덴과 핀란드, 조지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나토 가입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국가들이다. 핀란드의 페크카 하아비스토 외무장관은 4월 말까지 의회에 나토 가입 제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6일 말했다. 이들 국가에게는 이번 회의가 나토 가입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소개)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미 9.11테러 20주년을 맞아 30개 회원국 국기가 반기로 게양돼 있다/사진출처:나토 인스타그램 계정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와 유럽의 반러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나토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확대를 설명하고 승인받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토는 소위 '부차 학살 사건'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표명한 바 있다.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자국의 안보를 보증할 국가를 찾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말 러시아와의 이스탄불 협상이 끝난 뒤 자국의 안전 보장안을 설명하면서 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안보 보증을 요청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터키 TV 채널 하베르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7개국과 우크라이나 안보 보증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국과 영국, 터키, 폴란드,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