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Росатом, Rosatom)의 자회사 '레네라'(Рэнера. Renera)가 충북 충주에 있는 배터리 전문업체인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하 에너테크)의 지분을 100% 가까이 확보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러시아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종합 에너지 저장 장치(배터리) 업체인 레네라는 지난해 에너테크 투자업체인 러시아 '에너1'(Ener1)으로부터 에너테크 지분 49.16%을 추가로 인수, 전제 지분을 98.32%로 두배 늘렸다. 사실상 단독 소유자가 됐다는 게 현지 매체의 평가다.
충주에 있는 에너테크인터내셔널/사진출처:코메르산트
에너테크는 2001년 노트북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새한 에너테크(㈜로 출발했으나 미국의 전기 자동차 및 휴대용 최신 배터리 업체 '에너1'의 투자를 받았고, '에너1'마저 자금난으로 파산했다. '에너1'은 지난 2012년 5,500만 달러에 러시아 '일림'(Илим)그룹의 보리스 진가레비치에게 넘어갔다.
코메르산트는 레네라가 지난 2021년 누적 손실이 6.400만 달러에 이르는 에너테크의 지분을 인수한 뒤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전기 자동차용 리튬 이온 에너지 저장 장치(리튬 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에너테크는 이 프로젝트에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
에너테크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러시아 산업통상부와 로사톰, 칼리닌그라드 소재 러시아 전기 운송 제조업체(실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현대자동차를 조립해온 자동차 조립업체)인 아프토토르 홀딩스, 칼리닌그라드주(州) 정부와 이 지역의 교통 생태계 개발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며 "칼리닌그라드에서 현대 지능형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 자동차 및 가정용 견인 배터리, 모듈 및 셀의 생산 체제를 만들고 개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너테크 홈페이지 캡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에너테크는 자체 R&D(연구개발) 센터가 있는 비교적 적은 규모의 150MWh 공장이다. 그러나 기술력은 뛰어나 독일의 자동차 업체 BMW와 삼성, LG와 협력해왔으며, 노르웨이 전기 자동차 팅크(Think)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에너테크는 또 지난 2018년 푸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처음 시승한 러시아 최고급 승용차 '오러스'(Aurus) 리무진용 배터리 시스템을 출시하기도 했다.
에너테크는 그러나 안정적인 배터리 판매라인을 확보하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누적 손실액은 870억원(6,400만 달러)에 이른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최근 몇 년간에 처음으로 29억 6,000만원(22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코메르산트는 "레네라가 2025년 가을에 연간 4GWh(전기차 약 5만대) 용량의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에너테크는 지난 2021년 레네라-에너테크 합작회사를 만들고, 2023년에는 냉각 특성이 개선된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에 대한 특허 등 5개의 특허를 러시아에 등록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트럭 생산업체 '카마즈'의 소형 전기차 '스타트업' '카마'(Кама, Kama)는 레네라-에너테크 배터리를 첫 전기차 '아톰'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네라-에너테크는 지난해 매출 7억500만 루블에 영업이익 950만 루블, 순손실 1억 7100만 루블을 기록했다.
로사톰/사진출처:유튜브
그러나 현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네트 센터'(EnergyNet Center)의 이고르 차우소프는 "에너테크는 전기 자동차에 적합하고 상당히 발전된 NMC(리튬-니켈-망간-코발트-산화물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로사톰의 에너테크 인수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현재 대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필요하고,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데 적어도 3~4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전문가들도 에너테크의 배터리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게 자체적으로 몇년간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으로 보고 있다. 로사톰은 에너테크의 기술력을 보고 인수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