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 선생의 운우지정(雲雨之情)
조선시대 때 대학자를 논한다면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를 빼놓을 수 없지요. 그런데 두 학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일화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퇴계 이황은 두향이란 애첩과 깊은 사랑을 나누었으며 율곡 이이는 여자를 멀리하는 듯하면서도 첩실을 많이 두었다하지요.
퇴계는 30대 중반에 아내와 사별한 뒤 몇 해가 흐른 뒤까지도 혼자 지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나 같이 퇴계에게 새장가 들기를 권유했지요. 퇴계 역시 손님을 접대할 때나 제사를 치를 때 안주인의 손길이 필요한 것을 절감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아내감을 구하기도 민망하여 속으로 걱정만하고 있던 터에 어느날 제자 하나가 인사차 찾아왔다가 불쑥 하는 말이..
“사모님이 돌아가신 지 몇 해가 지났으니 이제 스승님도 새마님을 들이셔야 될텐데 걱정입니다.”
"허허.. 글쎄나. 자네가 참한 규수를 구해주면 새장가를 듬세.”
퇴계는 웃으며 농담처럼 대답했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스승님 진정 제가 중매를 하오리까?”
제자는 뜻밖의 대답에 조금 놀라며 되물었다.
“허허.. 그렇다니까. 말로만 그러지 말고 어디 참한 규수가 있으면 중매를 서게나.”
“그렇다면.. 아랫마을에 사는 권진사를 아시는지요?”
“권 진사? 알다마다..”
“그분에게 나이가 좀 들긴 했어도 시집가지 못한 딸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그래? 올해 몇 살이라고 하든가?”
퇴계는 선뜻 내키는 듯 되물었습니다.
“스물여덟이라고 하옵니다.”
“음..! 나이가 꽤 들었군. 그런데 어째서 아직까지 시집을 못 갔다 하든가?”
“흠이 조금 있다고 하던데요?”
“흠이 있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 모자라고 주책인 면이 있다고 하더이다.”
제자는 조심스럽게 대답했지요.
"허허.. 그래? 조금 모자라는 것이 잘났다고 건방을 떠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당장 중신을 서겠습니다."
"허허.. 이사람 급하긴.."
퇴계가 별 대답 없이 입가에 미소만 짓고 있자 제자는 승낙의 표시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길로 권진사를 찾아가 의중을 물어보았습니다.
권진사는 그렇잖아도 딸자식이 나이가 차도록 시집을 못가는 것이 못내 걱정스럽던 터에 퇴계 같은 고명한 학자가 딸을 거두어준다고 하자 두말 없이 흔쾌히 승낙했지요. 그렇게 해서 퇴계는 제자의 중신으로 권진사의 딸을 부인으로 맞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서툰 솜씨나마 부지런히 집안을 꾸려나가던 권씨 부인은 어느 날 남편 퇴계의 두루마기를 손수 지어 내놓았습니다.
“아니, 이것을 부인이 직접 만들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서방님.”
퇴계는 혼례를 올리기 전부터 아내가 좀 모자란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새장가를 들고 나서 처음으로 새옷을 받고 보니 여간 기쁘지 않았습니다.
“수고했소. 정말 고맙구려.”
퇴계는 부인이 반푼이긴 해도 기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서 입어보세요.”
권씨 부인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한 쪽으로 돌렸습니다. 퇴계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개켜진 두루마기를 펼쳐 들었는데.. 퇴계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권씨 부인이 지은 두루마기의 소매가 한 쪽은 길고 한 쪽은 짧을 뿐 아니라 앞깃도 짧고 또 엉뚱한 자리에 붙어 있어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퇴계는 어이가 없어 껄껄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그리도 좋으십니까? 서방님.”
권씨 부인은 퇴계의 속을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말하며 따라 웃었습니다. 퇴계는 아무 대꾸없이 그 두루마기를 입으며 또 한번 껄껄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헌데 이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제자들은..
“우리 스승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저런 반푼이 사모님을 맞이하고도 애지중지 하시니 말이야."
"그래. 맞아! 저런 반푼이 사모님이 무얼 알겠어. 그런데도 저렇게 아끼시니.."
퇴계의 제자들은 의아해 하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퇴계의 제자들과 율곡의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자기의 스승이 당대 최고의 도덕군자(道德 君子)라고 우기고 있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이 나질 않자 한사람이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두 스승은 당대의 최고의 성현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우리는 이분들의 낮의 생활만 눈여겨 보았지 밤의 생활은 본 적이 없으니 우리 두 분의 밤의 생활을 들여다본 연 후에 어느 분이 훌륭한 분인가를 가리기로 함이 어떠한가?"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
그렇게 해서 두 스승의 방사(房事)현장을 몰래 엿보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날 밤..
퇴계와 율곡의 제자들은 율곡의 집에 몰래 들어가 율곡의 부부관계를 훔쳐 보았지요.
"부인. 아랫목이 따뜻하니 어서 옷을 벗으시오."
근엄한 율곡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곧 이어 사모님이 겉옷만 벗고 속옷은 입은 채 자리에 누웠지요. 이어서 율곡이 바지 고이춤만 내리더니..
"어험.."
하고 한마디 헛기침을 하며 점잖게 거시기를 꺼내 조용하게 아주 조용하게.. 넣다 뺐다를 거듭하며 방사를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숨을 죽이고 보던 양측 제자들은..
'방사행위(房事 行爲)도 역시 도덕군자처럼 하시는군. 아!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했지요.
그 다음 날 이번에는 퇴계의 집에 몰래 들어갔습니다.
"아뿔사..!"
퇴계는 율곡과는 달리 완전 나체가 되도록 부인의 옷을 모조리 벗기고 자신도 홀렁 벗더니 이리 딩굴~ 저리 딩굴~ 하면서 전기(前技)를 시작하는데..
유두(乳頭)를 빨고 귓밥을 빨고..
혀와 혀끼리 설교(舌交)를 하고..
이어 옥문(玉門)과 계관(鷄冠)을 간지럽히자..
조금 모자라는 권씨 부인의 몸이 요리조리 비틀어지더니..
마침내 교성(嬌聲)을 지르기 시작하니..
비로소 용두(龍頭)를 옥문(玉門)에 들이 밀며 요란 뻑쩍지근하게 방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듯하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것처럼 엎치락 뒷치락 성난 파도가 따로 없었습니다.
조금 모자라는 권씨부인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더니 요분질을 치기 시작하는데..
좌삼삼.. 우삼삼.. 숨이 끊어질 듯 교성을 지르며 희열이 넘치는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이런 광란(?)의 현장을 훔쳐본 퇴계와 율곡의 제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한쪽(율곡)은 희희낙낙(喜喜樂樂)이오.
한쪽(퇴계)은 똥바가지를 뒤집어 쓴 몰골이었습니다.
다음 날 낙심한 퇴계의 제자들은 퇴계의 집으로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스승님. 저희들은 오늘 하직 인사차 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희는 스승께서 당대 제일의 도덕군자라고 생각하고 스승님을 존경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도무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란 퇴계는..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린가? 자세히 얘기해보거라."
"죄송스럽게도 저희들이 어젯밤 스승님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침을 발라 문창호지를 뚫고 스승님의 방사(房事)장면을 엿보았습니다."
퇴계의 제자들은 그간 율곡의 제자들과 함께 보았던 이야기를 하고 스승의 난잡한 방사장면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의 얘기를 다 듣고 난 퇴계가 대답했습니다.
"어허! 율곡이 그러하든가? 그렇다면 율곡은 후손이 귀하겠구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들은 구름도 바람도 없는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과 번개와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비가 내리거늘.. 자네들은 조용한 하늘에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제자들은 퇴계의 말에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잠자코 귀를 기울였습니다.
“부부간의 잠자리에 있어 난잡하다고 할지 모르나 음양이 교합하는데 어찌 조용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율곡이 그리 점잖게 교합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음양상생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모든 만물은 음양이 합하여 생성되거늘.. 혹여 율곡에게 후사가 없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그러면서 퇴계는 음양상생의 이치를 들어 남녀의 성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운우지정(雲雨之情)이란..
구름과 비가 나누는 정이라는 뜻으로 남녀의 정교(情交)를 일컬음으르써..
중국 초나라의 회왕(懷王)이 꿈속에서 어떤 부인과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 부인이 떠나면서 자기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양대(陽臺) 아래에 있겠다고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고로 예나 지금이나 큰비가 내리려면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요란해야 하는법. 그것이 천지간의 자연적인 섭리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부부관계를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 했느니라."
이 말을 들은 퇴계의 제자들은 운우지정(雲雨之情)의 참뜻을 알게 되었지요. 또한..
"인간은 아무리 도덕군자라 해도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낙(樂)이 있어야 하는법. 자네들도 알다시피 반푼인 우리마누라가 그런 낙(樂)도 없으면 어찌 살겠는가? 낙(樂) 중에서 으뜸인 낙(樂)이 운우지락(雲雨之樂)인 것을.. 부부관계에서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느끼는 것은 자연이 주는 크나 큰 복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천지간에 교합의 선물이니 많이 느낄수록 좋은 것이므로 자네들도 많이 느끼며 살게나."
그러면서 한 마디 더..
"여자는 자고로 밤이 즐거워야 탈이 없는 법. 인간은 아무리 반푼인 사람이라도 굼뱅이도 뒹구는 재주가 있듯 저마다 한 가지씩은 장점이 있는 법이거늘.. 아마 우리 마누라는 반푼이지만 색(色)에는 남다르게 뛰어난 재주가 있나 보네. 껄껄껄.."
퇴계의 제자들은 운우지정(雲雨之情)에 이어 또 한 가지 운우지락(雲雨之樂)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저마다 재주가 있음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여 옛시조에..
봉린지란(鳳麟芝蘭) 천생연분(天生緣分) 운우지정(雲雨之情)이라는 말이 있지요.
즉 봉황과 기린처럼 잘난 남자와 난초처럼 어여쁜 여인이 하늘이 정해준 연분으로 만났으니.. 먹구름이 세찬 비를 만나듯 진한 정분을 나누라는 뜻이라합니다.
그래서인지 퇴계 선생은 부인을 둘이나 두었으며 말년에는 기생 두향(杜香)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으며 율곡 선생은 후손이 귀했다고 합니다.
출처: 녹림처사 조동렬(일송)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