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칼럼] 참, “어른스럽네요"(안세영 선수 논란을 보며)

[까페지기]

참, “어른스럽네요"
- 안세영 선수 논란을 보고 -

이번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에 문제를 제기한 일로 꽤 소란합니다. 저는 안 선수가 금메달 딴 후에 “분노”가 원동력이 됐다는 소감을 보고 약간 이상했는데,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올림픽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과연 때와 장소가 적절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본인도 그걸 염두에 두었는지 나중에는 말을 아끼고, 또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금메달을 땄으니까 그런 발언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 안타까운 건 안 선수의 발언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입니다. 협회는 물론 왕고참 선배 선수도 안 선수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겨우 스물두 살 어린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오로지 행복에 젖어있어야 할 선수가, 왜 이런 논란을 야기했는지,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이 선수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참고 견뎌야 했는지, 그걸 가여워하고 공감해 주는 관계자 ‘어른’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군요. 협회가 수십억 후원을 받아서 그 회사 물건만 선수들에게 쓰게 한다는 겁니다. 정작 선수는 자기가 신고 싶은 신발도 신을 수가 없는 겁니다. 더 성능 좋은 신발을 신고, 그걸 광고해서 선수가 후원을 받아야, 그래야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도 만들고, 안 선수처럼 부상이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수영의 박태환도 그랬고요. 김연아도 선수시절에 후원을 많이 받는 것이 중요했다는 기사도 생각납니다. 

안선수, 얼마나 멋집니까. 중국의 만리장성을 못 넘는 탁구와는 달리, 그 어린 나이에 당당하게 최고를 지킨 안 선수, 당연히 더 잘할 수 있도록 선수를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후원을 협회가 독식해서 그걸로 자기들, ‘어른들’ 먹고 사는 걸로, 선수를 희생하는 겁니까? “이용대도 불만이 없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이용대도 후원 제품에 불만이 많았고, 협회의 실수로 1년을 선수로 뛰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 떠나서, 관계자 어른들이 조목조목, 그것도 틀린 사실관계로 어린 선수를 비난하고, 자기들 잘못을 감추려고만 하는 모습이 개탄스럽습니다. 어쨌든, 먼저 사과하고 공감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참 ‘어른스럽다’고요, 나쁜 의미에서. 어른이 어른의 역할을 못하니, 이제 ‘어른스럽다’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일까봐 걱정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먼저 공감해주고, 함께 아파해주고, 쓰다듬어 주는 진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선수는 어리지만 속깊은 선수입니다. 지난 번에 모든 금메달 딴 선수들이 다 TV 프로그램에 나와 인기를 누릴 때도, 자기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피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이번에 금메달을 딴 겁니다. 그걸 보고 이 어린 선수가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마음이 단단한 안세영 선수, 이번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내서 더 멋진 선수로 성장하기를 기도합니다. 참, 안 선수가 이번 올림픽 전에 교회에 나가서 기도했다는 소식도 있었네요. 안 선수, 화이팅!☺

(2024년 8월 11일 주보에서)

[thank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