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면 사람들은 마음의 등불 하나씩 켜들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창가로 나와 하늘을 본다. 그것은 하늘에 계시는 분이 이 세상 어디에도 공평하게 첫눈을 내려 주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의 뜰이나 부자들의 가슴에도 첫눈은 포근히 내려 서로의 허물을 덮어 준다. 산동네 비탈길에 한 삽의 모래나 뒷골목 미끄러운 길에 한 장의 연탄재를 뿌리면 그 길을 밟고 가는 첫눈 같은 사람들. 첫눈 내리는 날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그대 향한 순백의 마음으로 편지를 쓰겠다. 지난 봄, 들풀이 돋아나고 꽃마다 그대 생각에 설레던 마음 붉어졌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는 동안 그대로 하여금 내 삶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하얀 눈 내리는 긴긴 겨울밤 창밖을 보면서,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조금씩 아껴가면서, 눈 내리는 대지위에 편지를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