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투쟁기!
요즘 학교 수업에서 스마트폰은 단순한 검색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수행평가까지 영향을 끼치나 보다.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학교에서 돌아온 중3 우리 딸, 수업 시간마다 힘들단다. 교과목 샘들이 태블릿을 가지고 오지 않고선 깜박했다는 말도 듣기 싫고, 샘의 폰을 빌려 쓰는 것도 싫고 친구들 폰 기웃거리는 것도 싫단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수업이 없었으면 좋겠단다.
어제 오후 2023년 첫 학교운영위원회의가 열렸다.
운영위원장의 권한(?)을 배경 삼아 스마트폰의 과도한 수업활용에 관하여 문제제기해, 스마트폰이 아닌, 전교생 모두가 학교에 비치된 태블릿을 활용하도록 하는 학교 정책을 딸내미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했지만 시큰둥하다.
까닭을 너무나 잘 안다.
기승전 스마트폰 사내라는 것 아니겠는가? ㅋ
참 힘들다.
그깟 폰 사줘 버리면 그만인데, 안 사주고 실랑이 해야 하는 고통을 누가 알까? 하긴 사주고 싸우나 안 사주고 원망 듣나 매한가지라 하더라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더라.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더라.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군대 간 큰아이가 그랬고 대학 들어간 둘째가 그랬듯이 딸내미도 대학 들어가는 날 스마트폰을 해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성인 되면 원 없이 사용할 텐데 청소년 시기라도 스마트기기를 좀 더 멀리함으로써, 사색(思索)의 공간, 사유(思惟)의 여백(餘白)을 넓혀주고 싶은 마음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물론, 그마저도 뜻대로 되는 것을 아닐 테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세상의 어느 부모인들, 자기 자식에게 결핍을 느끼게 하고 행여 그로 인하여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길 바라겠는가?
참으로 애탄다. 제발 얼른 커라. 스마트폰 해줄께!
오늘 오전 부모교육 4차시를 마쳤다. 자녀와의 원활한 대화의 시작은 ‘존중’이라 배웠다. 충분히 이해한다. 재기 발랄한 철없는 나이에 얼마나 갖고 싶고 얼마나 뽐내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믿고 싶다. 언젠가 자신이 느끼는 부족함은 아빠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기변명 같지만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아이는 행복할 수 없다’ 하지 않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