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골수성 백혈병) 투병 일천마흔아홉(1049) 번째 날 편지,4(이슈-issue,정치)-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7월 22일 토요일이란다.
정권교체 때마다 ‘존폐논란’에 휩싸였던 통일부 역사를 윤석열 정부는 ‘체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이어갈 작정이라, 이젠 통일‘포기부?와 계륵’이 된 통일부가 본격적인 ‘수술대’에 오르면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네.
윤 대통령이 통일부와 신임 장관 후보자에게 주문한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원칙의 확립으로, 김 후보자도 관료, 학자로 활동할 당시 해당 원칙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윤 대통령의 원칙 강조는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네.
‘북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받아들일 리 없으니 사실상 통일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과 ‘대화를 제외한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정치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인데, 후자의 경우 전쟁, 흡수통일로 이어질 수 있어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아 ‘현 정부는 사실상 통일을 유예 혹은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네.
이는 통일부가 폐지되지는 않겠지만 ‘식물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결론과도 이어지는데,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 위상이 하락 조정되리라는 전망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정권교체 때마다 ‘존폐논란’에 휩싸였던 통일부 역사를 윤석열 정부는 ‘체질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이어갈 작정이라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획기적인 개편은 이뤄지지 않은 대신 통일부는 북한 문제가 아닌 국내정치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내 작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탈북어민 북송’ 사건이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과거의 통일부와 현재의 통일부가 다투는 모습은 ‘통일부 존재 이유’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집권 1년여가 훌쩍 지난 시점에서야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를 두고 단순한 개각 명분, 통일부 폐지를 위한 준비작업, 국내정치적 활용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모든 부정적 평가를 딛고, 통일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네.
통일부는 960년 4·19혁명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진행된 통일 논의를 제도적으로 흡수할 조직이 필요해 당시 유신 정부는 국토통일원을 신설했고, 1969년 3월 1일 문을 열었다네.
설립 초기인 1970년대는 정책 집행기관보다 연구기관으로서의 성격이 짙어 당시 국토통일원이 자리 잡은 곳은 서울 장충동에 있던 한국반공연맹 건물로, 주요 업무는 북한의 사상 공세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드는 것으로, 실제로 북한 방송, 간행물 등을 분석하거나 김일성 북한 주석에 대한 연구 등을 수행했다네.
현재와 같은 남북대화, 교류가 기본 업무로 자리 잡은 것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였는데, 1989년 통일정책실을 신설했고, 남북대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해 남북고위급 회담 등으로 통일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자 1990년 국토통일원에서 통일원으로 개칭하고, 부총리 부서로 격상해 통일정책을 총괄하게 했다네.
1997년 통일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장관급으로 위상이 하락했지만, 정책 수립 및 집행 권한은 계속해서 확대됐고,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은 통일부 역사의 변곡점이 됐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정책 개발을 넘어 실무까지 추진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네.
김대중 정부 이후, 통일부는 대북정책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실세형 ‘장관’들이 임명되며, 영향력을 키웠고, 참여정부에서는 통일부 장관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까지 겸임하며, 외교·안보 분야까지 총괄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영향력이 극대화된 시점은 곧 위기의 시작점이기도 했다네.
여야가 정권을 주고받기 시작하며, 통일부는 정치기관으로 전락해 진보를 표방한 정부가 통일부를 내세워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면 이어서 집권한 보수 정부는 역시 통일부를 앞세워 뒤집기에 나섰는데, 이명박 정부 당시 논란이 대표적이라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중앙 행정조직 개편을 예고했고, 이중 핵심이 통일부를 없애고, 담당 업무는 외교부 등에 분담시키는 방안으로, 통일부 폐지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의 실질적 난관에 부딪히며 현실화되지 않았다네.
하지만, 통일부 폐지 추진은 정권교체, 진보정권과 차별화의 상징이 됐고, 또 보수 정권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프로파간다’로서 효과가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결과, 통일부는 빠르면 5년에 한 번 ‘자기 부정’을 하는 운명을 떠안게 됐다네.
윤석열 정부도 해당 구도 위에서 출발했는데, 전임 문재인 정부의 상징인 남북교류·협력을 뒤집는 데 통일부가 선두에 섰고, 대선과정, 윤석열 정부 인수위 시절 동안 빼놓지 않고 등장한 것이 ‘통일부 폐지’론이었다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은 없었지만, 전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응축하는 도구로써 통일부 폐지 주장은 효용이 있었고, 어수선한 집권 초기 지지층을 결집하고,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도 통일부가 등장했다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통일부는 2019년에는 “(탈북어민의)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추방을 결정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으나 3년여 만에 “탈북어민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입장을 뒤집어 판단 문제를 넘어 한국사회를 가르는 이념 논쟁에 통일부가 뛰어든 셈이었다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통일부는 ‘정치기관’으로 전락했는데, 정책성과가 아닌 정부 간 이념 차이, 대통령의 개인적 관심, 통일에 대한 여론에 따라 조직의 위상이 달라진 결과 여야 모두에게 통일부는 유지하기도, 그렇다고 없애기도 애매한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네.
진보세력은 북한과의 교류·협력이라는 정책적 측면에서 통일부를 필요로 하지만, 정권교체 시, 정치적 공세의 빌미가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반면 보수세력은 통일부의 정책적 활용방안이 불투명하지만, 향후 정치적 공격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없애기엔 아쉬운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통일부 활용방안을 묘한 방식으로 찾았는데, 대북 강경론자 통일부 장관의 등장이었는데, 대북지원 업무 자체를 문제삼는 바람에 대통령이 통일부의 설립 취지와 기본 업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샀다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들은 주요 정책결정자의 업무 이해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는데, 김 후보자는 7월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에서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억제와 제재를 통해 우선 북한이 협상의 장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지금은 총체적 접근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은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북한 스스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네.
해당 발언은 각 부처가 나눠 맡고 있는 역할 측면에서 혼동을 만들었는데, 남북관계를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곳은 외교부다. 대북 적대관계 문제는 국방부 소관이라, 기밀, 첩보 활동 등은 국정원이 담당하므로, 김 후보자가 밝힌 ‘강력한 억제와 제재’는 외교부나 국방부의 역할이라네.
통일부가 ‘억제와 제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도 오리무중인 상황으로, 통일부 조직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통일정책실, 인권인도실, 정세분석국,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 발전기획단 등으로 구성돼 있고, 각 조직의 명칭만으로도 협력, 지원, 분석 등의 업무에 특화돼 있음을 알 수 있다네.
담당 업무를 뛰어넘는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김 후보자의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고, 이를 두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일부의 역할과 임무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것인데, 대화와 교류·협력을 포기하면 스스로 ‘통일부 무용론’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된다. 통일부 장관이 제대로 역할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네.
통일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의 B씨는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압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굉장히 어색한 상황 아니냐, 남북관계에서 원칙이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일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역할인데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마치 본인이 외교부나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네.
윤 대통령과 김 후보자가 함께 강조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 역시 구체성이 결여된 발언이라는 지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 때문인데, 첫째는 헌법 제4조 조문을 아무 의미 없이 그대로 읽었을 뿐이라는 해석이라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나오는데, 문제는 분단의 특수성을 배제하면, 남북관계는 즉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한다는 점이라, 이 경우 통일은 한 발 더 멀어지게 된다네.
해당 발언을 ‘체제통일’, ‘흡수통일’로 해석하는 두 번째 경우는 더 큰 문제를 낳는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북한의 정치체제를 붕괴시키고, 한국의 정치체제로 통일한다는 것을 의미라, 이 경우 남북 간의 합의,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 등이 모두 부정된다네.
보수 정부가 체결한 합의 사항도 마찬가지로, 1972년 박정희 정부가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이 대표적인데, 당시 조국 통일 원칙으로 세 가지 합의가 체결됐는데, 그중 하나가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였다네.
1991년 노태우 정부에서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역시 유사하다. 해당 합의의 제1장 제1조는 “남과 북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로, 대 보수 정부가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고, 려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의 특수성을 이해했다고 봐야 합리적이라네
냉전 시기 체제경쟁이라는 방식을 탈피해 남북의 차이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인 반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을 부정하고, 다시 냉전 시기의 체제경쟁에 돌입하려는 걸로 들린다네.
헌법 제5조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에 따라 무력 사용은 배제되는데,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체제경쟁을 할 방법도 없어 결국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남은 임기 동안 통일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통일부의 역할은 국방부, 외교부의 하청기관 정도가 될 전망이라, 이에 따라 통일부 무용론, 존폐논란 역시 더욱 확산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남북대화, 교류협력이 배제된 상황에서 통일부가 수행 가능한 업무는 북한에 대한 정세분석이나 탈북민 지원, 통일 교육 정도에 맞춰진다. 장관급 부서로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네.
통일부 역할에 대한 재정립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으로, 진의가 무엇이든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통일부 개혁은 닻을 올렸고, 다수의 전문가는 해당 개혁이 통일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닌, 내년 총선을 대비한 수단이 될까봐 우려한다네.
북·미, 북·일 대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통일부마저 대북 제재, 압박을 말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동북아 질서가 북한과의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를 대비해 통일부만큼은 대화를 추진할 수 있게 남겨둬야 한다는 의미로, 윤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의 인식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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