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老益壯),’대장부위자궁당익견노당익장(大丈夫爲者窮當益堅老當益壯)’대장부는 뜻을 품었으면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며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 후한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은 늘 위와 같은 의지를 품었다. 그가 나이 들어 한직에 있을 때 동정호 일대의 만족(蠻族)이 난을 일으켜 군대를 파견하였으나 전멸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마원이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하며 나섰다. 광무제는 그가 너무 늙었으므로 주저하자 마원이 말하기로“소신의 나이 비록 예순두 살 이나 갑옷을 입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하고는 말에 안장을 채우고 훌쩍 뛰어 올랐다. 광무제는 미소를 지으며 출정을 허락하였다. 결국 마원은 군대를 이끌고 정벌 길에 올라 반란을 평정하며 노익장(老益壯)을 과시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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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민적 호응을 얻었던‘전국노래자랑’을 얼마 전 타계하신 송해 선생 때문에 안 본지가 20년이 넘었었다. 참으로 외람된 얘기지만, 사회자인 송해 선생이 솔직히 싫어서이다. 정말 어쩌다(가령 채널을 바꾸다 우연히 라도…)잠시 멈춰서 보노라면20년 전이나 돌아가시기 전이나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진행하는 것도 식상하지만, 노인답지 않게 얼굴이 달덩이처럼 피둥피둥한 모습도 싫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연세 많음이 제일 싫었다. 다른 이들은 그가 활동하는 모습을 두고 노익장(老益壯)이라며 칭송하겠지만, 그의 나이가 90이 훨씬 넘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 모든 늙은이가 칭송 받을 만큼 노익장을 과시하면 이 사회가 어떨까? 20여 년 전 내가 그 방송을 외면할 때 쯤 이었어도 충분한 노익장 이었다. 후배들 생각도 좀 해야 했던 게 아닐까? 주어진 업무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커오는 어린 후배들을 위해 용퇴(勇退)하는 게 참 노익장이 아닐까???
퀸이 떠났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9/09/KKT7IOGBI5CHLM3QX2LMF2CUJ4/
역시 참으로 외람된 표현이지만, 드디어‘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단다. 이날까지 만 70년 127일을 재위해 영국 군주 중에서는 최장, 세계 역사에서는 둘째로 오래 통치한 군주로 남았다. 역사상 최장 재위 군주는 4세에 등극해 72년간 통치한 프랑스 루이 14세다. 지난 2012년 6월 엘리자베스 2세는 64년간 영국을 통치했던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다이아몬드 주빌리’(재위 60주년)를 맞았고, 올해 6월에는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를 치렀다. 그는 2012년 즉위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국왕’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단다. 여기까지는 서거한 여왕께 바치는 칭송이자 예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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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이를 따져보니 타계한 송해 선생 보다 한 살이 더 많다. 그녀가 입헌군주로서 국민에게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안 받고는 둘째 문제다. 아들인 찰스왕세자의 나이가 75세로 나와는 동갑이다. 웬만한 직업이면 은퇴를 하고 나처럼 귀촌하여 편히 쉬고 있을 나이다. 그는1953년(당시5세)왕세자로 책봉된 후 70년 째 왕위 계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루했으면, 내 기억으로 6~7년 전쯤 어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빨리 왕이 되어 정치에도 개입하고 싶다.”라고 했었다. 말을 바꾸면 어머니가 죽기 전에 양위를 하지 않는 다면 왕이 될 수 없으니 어머니가 명퇴를 하며 선양(禪讓: 禪位)을 하기 전엔 왕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며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인 여왕이 죽어야 한다는 바람과 다름 아니다. 멀쩡한 자식 천륜을 어기는 불효자로 만들고 있는 당사자가 과연 노익장(老益壯)이었을까?
어쩌면 정년(停年)을 제도화 한 것은 노익장(老益壯)을 양산하기 보다는 후임(後任)들에게 자리를 양보(讓步)하자는 미덕(美德)인지도 모르겠다.
늦은 인사지만... 삼가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또 한 편으로는‘찰스 3세 왕’의 즉위(卽位)를 축하드리며 끝으로 송해 선생의 뒤를 이은‘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사회자‘김영선’양의 승계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