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미영은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대천에 있는 어느 작은 무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런데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서 남편 선배로부터 빌린 개인용 보트가
바위에 살짝 부딪혀 튕겨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어서 둘은 별다른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다.
낯선 섬에서 여장을 푼 미영과 남편은
그날 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음날 오후에 섬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 한동안은 분위기도 잡고, 낚시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바다 중간 지점에 왔을 무렵,
미영의 남편이 갑자기 보트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겁이 많던 미영은 남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혹스러워하며 속도를 줄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더더욱 속력을 냈다.
그러자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제발 천천히 좀 가!...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가 놀란단 말야!"
그랬다.
미영은 임신 6주 째였다.
결혼 1주년 되는 다음주에 남편에게 말하려고
그 동안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영의 말을 들은 남자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속력을 줄이기는 커녕 방금 전보다
더 힘껏 달렸다.
"왜... 왜 이렇게 빨리 달려? 나... 너무 무섭단 말야!"
저 멀리로 목적지인
대천 해수욕장이 희미하게나마 보일 때였다.
겁에 질린 미영이 울먹이며 다시 소리를 치자
남자는 그제야 비로소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미영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그걸 입어! 그럼 속력을 줄일게....."
"이건 왜?"..
"일단 입어봐. 그럼 말해 줄게....."
미영은 영문도 모른 채 남편이 건네주는 구명조끼부터 입었다.
그러자 갑자기 보트의 속력이 뚝 떨어졌다.
남편이 원망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미영을 와락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미영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배..... 뱃속의 우리아기.... 빨리 봤음 좋겠는데....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되게 궁금하네....."
남편이 설핏 미소를 짓는 순간,
미영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보트 안으로 물이 새로 들어와 어느새 무릎 위까지 차 올라 있는 상태였다.
전날 있었던 사고로 보트 앞부분 중 일부가 파손돼 물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있었던 남편은 보트에 물이 차기 전에 최대한 빨리 미영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 놓기 위해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보트를 몰았던 것이다.
하나밖에 없던 구명조끼를 미영으로 하여금 대신 입도록 만든 이유 역시도....
그로부터 약 1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미영은 전에 자신이 사랑했었던 남자와 똑 같이 생긴 아기를 바라보며
전날에 이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 그렇게 그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 혼자 남겨둔 채 떠나갔지....
엄마가 생각하기엔
그 남자 되게 나쁜 사람 같아....
자신은 그렇게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남겨진 여자는.....]
평생을 그 남자한테
미안해하며 살아야 되잖아....
고마워하며 살아야 되잖아....
사랑은... 미안해하는 것도...
고마워하는 것도 아닌데......
그치? 그냥 등을 돌리고 있더라도
그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행복한 것인데...
아무리 아픈 모습일지라도 그 이름 부를 수 있음으로 인해 감사한 것인데....
그 바보 같은 그 남잔... 그걸 모르더라...
사랑은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그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만으로도 행복한 것인데 말야....
그치?"......
옮겨온 글...
첫댓글
가슴 아픈 일 입니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남자
사랑의 화신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
부모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있을까요
부모님 사랑을 언제쯤 자식이 알까요
가슴이 먹먹한 글이네요
정성으로 올려주신 좋은글에
머물러 읽고 감니다
외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