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봉?"
마누라가 새우젓 눈을 뜨며
무력하게 누워있는 이불을 들추며
"어휴. 이 아저씨야
이처럼 좋은 날에 갈 곳이 그리 없어?"
남들처럼 골프나 볼링은 못 가더라도
산에 오르던가 기원이라도 가지
당신이 휴일 집에 벌러덩 누워있음
숨이 막힌다고
내 말 뭔 말인지 알아요?
"알았어 나갈게"
근데 왠지 몸이 피곤하네....
마누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끝을 잡는다
당신이 힘든 노동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밤일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피곤해?"
이젠 거만하게 팔짱까지 끼고 내려다보며
송충이 씹은 얼굴을 한다
결혼 전엔.
진달래 꽃처럼 곱던 마누라가
T V에서 나오던 애국가 소리에도 눈물짓던 마누라가
이젠 칼 찬 장수처럼 문 앞에 서있다
죄인도.
지은 죄를 알아야 벌을 주련만
마누라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들볶는다
환갑을 훨씬 넘긴 비애던가
아니면.
"너 없이 어찌 사냐며"
미친 듯 울어제치던 연희를 버린 죗값인가
"사랑만 가지곤 살 수 없지만
사랑 없는 삶이 무슨 의미냐며"
내 등에 얼굴을 묻고 꺼억 울던 순덕을 버린대가 던가
함께 독일로 가서 공부를 하자며
공항에서 울다 지친 모습으로
자기를 버린 대신에 꼭 행복하게 살아야 된다며
입술을 깨물며 홀로 유학길을 떠난 선미의 저주던가.
나. 좋다 하던 여자들 다 버리고
통장 많은 경자와 결혼한 현재의 나의 모습이 불쌍하다
내 팽개쳐진 본질 속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자유가
앞이 안 보이는 터널로 자꾸만 가고 있다
김밥처럼 몸을 이불로 말고
차라리 연휴가 없었으면 하고 투덜거릴 때
한통의 전화벨소리가
바람처럼 불어왔다
"병태야? 너 전화번호 어렵게 찾았어
망설이고 생각 끝에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했어
볼 수 있을까?"
선미였다
독일로 유학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어 돌아온 선미.
내가 힘주어 말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열 번 아니 백번이라도
너와 결혼할 거 야우리 만나자 응?"
나의 말은 침통하다 못해 절규처럼 흐느꼈다
오랜만에 정장을 하고
층계를 내려가는 나의 몸은 구름 위에 놓인 것 같았고
공원에서 뛰여 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고운 새소리처럼 들렸다.
살짝 얼굴을 내민 해님은
중학교 때 짝사랑하던
선생임에 미소처럼 포근하게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궁궐 같은 저택이었다.
이름 모를 사철나무들은 팔 벌려 기상을 폼 냈고
길게 놓인 대리석을
밟고 가는 내 등뒤로
진달래꽃 향이 놓여있었다.
현관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선미가
하얀 투피스를 입고
활짝 웃으며 날 반겼다.
칭칭 감아올린 생머리
숨긴 듯 드러나 보이는 자태있는가슴
선미를 홀로 유학을 보낸 죄잭감 아니
혼자 늘 그리워했던 허탈함이었을까
선미를 안고
꽃방석 같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곳에 그를 눕혔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혀가
초콜릿처럼 내 입안에서 감돌았고
입속에서 끈적한 액이
감미롭게 출렁였다
터질 듯 부드러운 가슴은
내손에서 꽃처럼 자릴잡고
언덕 산소같이 예쁜 힢 은
성난 파도처럼 들석였다
입 벌려 물을 찾듯
배고픈 이리처럼 그녀를 점령하고
제일 높은 정상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동물 같은 소릴내며
마지막 절규처럼 사랑해를 소리칠 때.
"미쳤어 이 아저씨가 돌았어?"
왜 죄 없는 곰돌이 인형을 찢고 난리냐며
품에 안았던 선미
아니. 곰돌이 인형을 낚아챈다
꿈이었나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밥이나 먹어 이 아저씨야"
혀를 끌끌 차며 방을 나간다
5분만 늦게 깨우지.
아니 2분만 이라도...
헹한 가슴을 움츠린 채 거리로 나선다
30대의 기백도
40대의 당당함도 50대의 낭만도 60의 인자함도 이젠 없다
허허로운 길에
70의 나이가 길게 펼쳐져
꺾인 채 전봇대에 걸쳐있다
안 갈 수 없잖은 가 세월 속으로
안 먹는다 젊어지나 손에 쥔 나이를..
내 삶은 발버둥 쳐도 이젠 황혼이다
더 늦기 전에 마누라 몰래 가슴에 숨겨놓은
내 사랑들을 만나보길 희망한다.
어디에 있든
어디서 살든
행복하라고..
서산으로 해가진다.
뚜벅 집으로 향하는 발자국 위로
4월의 하루가
또
바쁜 듯 지나간다.
아시죠? 창작 글이라는 걸
첫댓글 ㅍㅎㅎㅎ
사실인 줄 알았어요..
시골바다님은 작가이신데...말이죠.
리디아님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
점심시간이 길어 만들어본 글입니다
산과 하늘 어딜 봐도 봄인 4월에
푸른 꿈 펼치시길 바랍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픽션인 듯 아닌 듯..잘 보고 갑니다..
근데, 아래 썬그라스낀 사진은 배우이신줄...ㅋ
아하~노근한 점심시간에 속 마음을 드러내며
만든 글 입니다
사진까지 잘 보아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이루시길 바랍니다
삼식이는 곤란하죠
늙어갈수록 부인한테 잘보여야 합니다
마누라 죽은노인들 빨리 늙어요
이젠 아내가 무서워졌어요
나에게 이롭다고 하지만
뻔히 아는 잔소리가 많아졌어요
그만큼 내가 잘못을 하나 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4월 기쁨 두 배 되시고
편안한 밤 이루시길 바랍니다
4월의 하루가
또
바쁜 듯 지나갔습니다.
창작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
남자는 사랑을 마음에 담아두고
여자는 하늘에 둔다고 하였는데
저도 내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랑이 있었나 봅니다
감사드립니다 별 둘님
일교차가 큰 4월
편안한 밤 이루시길 바랍니다
잘읽고 갑니다.
항상 감사한맘 가득이지만
맘 먹은대로 몸이 말을 안듣습니다.
뭐이가 맨날이 바쁨인지~
항상 건강 하시고
비는 내리지만 마음은 쾌청
맑은날 보내세요~~^^♡
이쁜향기님
자유 게시판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제가 몸은 서울에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충청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쁜향기님 바쁜게 좋지요
할 일이 없으면 무기력해지니까요
비 오시는 비 요일
감기 조심하시고
기쁨 두 배 되는 수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