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iPhone19)
1.
나는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취득 후
지금은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일하고 있는데,
수련 받을 때는 인식을 못하다가
오히려 현장 근무를 시작한 뒤로
"누가 검사를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
신경심리평가는 단순히 검사만 시행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
검사 수행, 채점, 해석, 환자의 행동 관찰, 원인 질환 추정까지 전부 연결되는 과정이야.
2.
그런데 실제 현장(나름 대학병원인데도)에서는
충분한 수련 경험 없는 검사자가
평가를 수행하면서
검사 수행 오류, 채점 오류, 일부 검사만 진행하고 결과를 임의 추정하거나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하거나
면담 및 생활 정보를 청취하지 않은 채
인지 수준을 실제와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 등을 보게 된 거지.
이에 따라 정상에 가까운 분이
경도인지장애로 오해받고 약을 복용하거나,
반대로 실제 문제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3.
그걸 보면서
"왜 수련 과정이 그렇게 길고
반복적이어야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고.
신경심리평가는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었던거야.
(그런데 이런 과정을 모르는 경우에는
검사만 빨리/많이 하면 되는
단순 업무처럼 인식되기도 하더라^^...)
4.
특히 요즘은 고령화 때문에
치매 검사나 신경과 진료를 접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혹시 부모님이나 가족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된다면,
검사를 시행하는 사람이
정식 수련 과정을 거친 임상심리전문가인지,
혹은
충분한 슈퍼비전 체계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5.
그렇다면 대체
임상심리사가 되기 위한 수련에서 뭘 하는가?
6.
심리평가 및 임상심리 영역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려면,
보통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취득을
목표로 함.
7.
그런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수련 지원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석사 졸업이 최소 조건이고,
한 해의 T/O 자체가 많지 않음.
한 기관에서 1-2명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련생을 모집하는 기관도 체감상
전국 150개 안팎 정도 되는 것 같아
(정신건강임상심리사1급 서류 지원 후
필기 경쟁률이 보통 200:1)
8.
나는 석사 졸업 후에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에 합격하지 못하고
재수 때도 전국으로 시험을 보러 다녔는데...
결국 모두 떨어짐^^
9.
다행히 신경과에서 모집하던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에는 합격해서 수련 시작
(참고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은
정신과에서 할 수 있는 수련 경험도 필요해서,
신경과 수련만으로는 자격증 최종 취득이 안됨)
그래서 아래 내용은
내가 수련받은 병원 신경과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이야.
10.
처음에는 대학원 때 배운 검사 도구와 수행 방법 복습.
2주 정도는 선배들이 검사하는 장면
따라 들어가면서
검사 진행 방식 및 면담 방법을 익혔음.
3주차쯤부터는 내가 직접 검사하고 채점하고,
선배들이 쓴 보고서를 보면서
보고서 작성법 배우기 시작.
4주차부터 [검사-채점-보고서 작성]까지
모두 혼자 하기 시작는데...
문제는 보고서였음.
11.
보고서를 슈퍼바이저(일반 회사 기준 팀장급?)에게 제출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검토받음.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채점은 제대로 했는지,
검사 결과 수치는 맞는지,
해석은 타당한지,
일상생활 수행능력 점수와 CDR 및 GDS 점수가 일관성이 있는지,
오타는 없는지,
문장 표현은 적절한지 등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사람 인지기능이 정상?", "경도인지장애?",
"초기 치매?", "중기 치매?"
"어떤 질환 가능성이 높은가?"
같은 부분까지 전부 다 확인 받음.
논문 첨삭 느낌이라고 보면 됨.
12.
병원 내에서 신경심리사로서 일하는 것의 핵심은
결국 [신경심리평가 보고서]라고 생각해.
물리적으로 단순히 검사만 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현재 인지 상태가 어떤지,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났는지,
어떤 질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추정해서 작성해야 하거든.
그래서 신경심리검사 자체도 공부하지만,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들, 뇌 기능, 뇌 영상, 약물, 최신 논문, 인지 기능 이론 등
끝없이 공부하게 됨.
그렇기 때문에 '신경심리검사'가 아니라
'신경심리평가'라고 표현해.
13.
내가 수련받은 병원 기준 신경심리평가(흔히들 치매 검사라고 부름)는 하루에 2건 진행했음.
한 명 검사하는 데 평균 2시간(2시간±30분).
검사 후에는
[채점-보고서 작성-슈퍼비전-수정-최종판독]
과정이 기다리고 있음.
지금은 검사 끝나고 채점~보고서 작성까지
길어야 2시간 정도면 되는데,
수련생 1년차 때는 한 케이스마다
최소 4시간은 더 필요했던 것 같아.
(초반에는 검사도 2시간 초과되는 경우가 비일비재^^ㅎ)
14.
그런데 검사가 하루에 2건이잖아?
그럼 검사 시행만 해도 4시간임.
여기에 후작업까지 하면 기본 8시간이 추가되고.
인지치료 준비, 케이스 발표 준비, 논문 발표,
내 논문 투고 준비, 북리딩, 그 외 스터디...
이런 수련 과정들까지 더해지면
하루 근무 시간이
평균 12시간-16시간 가까이 되는 날이 대부분.
(주변 지인들이 대체 왜 그렇게 맨날 바쁘냐고..
이해 못해서 약간 구체적으로 적어봄ㅎ)
15.
아마 이런 과정들이 쌓여서
임상심리전문가들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음.
물론 기관마다 분위기나 방식은 다를 수 있고,
이 글도 어디까지나
내가 경험한 수련 이야기 중 일부임.
16.
그리고...
이렇게 2년간의 신경과 수련 과정을 마치고
나는 다시 3년 과정의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길을
다시 선택하게 된다^^....
정신과가 더 힘들었음ㅎ
신경과 수련 때는
점심시간 보장도 안되는 환경에 화가 많았다면,
정신과 수련 때는 우울해짐..^^...
※ 참고로, 이 글에서 말하는 [임상심리사]는
'임상심리전문가 혹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기준임.
(본문 내 그림은 모두 AI 이미지 생성으로 제작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냐 제일 정확한걸로한게맞음
@박주혁 여시 답변은 정확한게 아니야ㅠ mri ct 영상만으로 정확한 치매 여부 파악은 불가능해 치매가 발생할 수 있는 기능상 문제나 변화는 찾을 수는 있지만
치매 진단 자체가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저하를 동반해야 가능한거라 영상 소견만으로 확진은 어려움
임상적 면담과 평가를 통해서 진단을 내려야해
영상 소견 정상이어도 실제 평가에서 치매 진단 나오는 경우도 꽤 흔해
@박주혁 쉽게 설명하자면 손으로 예시를 들어볼게
손 사진을 찍었어
사진상으로 손가락이 부러졌는지 모양이 이상한지 확인할수는 있지만
그 손이 얼만큼 정교하게 움직이는지 악력은 어느정도인지 실제 기능은 알 수 없잖아
뇌 mri나 ct도 마찬가지야
위축이나 출혈 경색 등의 위험 요인은 알수 있지만 실제 기억력 판단력 일상기능이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긴 어려워
그래서 꼭 치매 진단은 영상과 평가를 통해 종합적으로 해야해
뇌 MRI와 CT로는 뇌의 구조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인지기능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경심리검사를 받아야해. 뇌 MRI나 amyloid PET 검사 등 다른 결과들을 함께 참고해서 신경심리평가가 이루어지고.
엄밀히 이야기해서 치매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인지평가를 하는 게 맞는데, MRI에서 구조상 문제 없어 보이고 문진 시에도 특이사항 관찰되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셨을 수 있어~
혹시 일상생활에 변화가 관찰된다면 큰 병원 가서 다시 평가 받아보고 싶다고 해봐.
위에 여시가 잘 설명해줬다!!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