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반창회에 나갔다.
25년동안 내 기억속에 국민학교의 추억은 망각 그 자체였었다.
그때 부반장을 했지만
내 기억속에 부반장 역을 유일하게 했던 것은 채변봉투 검사였었다.
똥을 안가져 오고 건빵을 씹어서 낸 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어제의 용사들을 다시 만났다.
무려 25년만에 초등학교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어색해서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를 좋아하는(?) 선자의 집요한 공격 때문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눈주름은 있지만 예쁜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이 글 쓰면 정수 엄마한테 혼나는데....)
무려 12여 명이나 나왔다.
그 중에서 아는 친구는 딱 두 놈이다.
한 놈은 국민학교때 우리 옆집 사는 놈이고
다른 한 놈은 싸움꾼이기에 내 기억의 창고에서 지워지지 않는 놈이다.
"야..너 정말 오랜만이다...기억나지..물론이지......"
그렇게 입으로 애기했건만..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때 신림국민학교에 전학와서
3학년때 마산으로 전학가고
다시 5학년때 신림으로 전학와서
중학교때 부산으로 전학가고...
고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전학왔으니....
지겨운 이력 때문에 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박탈된 것이다..
모두 중년이었다..어떤 놈은 배가 불룩 튀어나오고
머리까지 벗겨졌지만 그래도 콩나물 교실에서 한해를 머물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선자야....너는 어쩜 변하지 않았니?"
내가 기억하는 놈 중에 하나인 종훈이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
나의 여성편력이 어쩌구 저쩌구....나쁜자식..
내가 기억하는 놈..또 한 놈인 제덕이는
싸움꾼이었다. 아니 축구 ,야구. 발야구..모두 잘했던 놈이다.
나머지 모두는 나를 알아 봤지만 그 놈만은 나를 못알아본다... 아쉬웠다.
네기 동산교회 애들하고 축구시합 하느라고 집에도 안들어갔는데.....
내가 제덕이를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본길이라고....키가 짝달만하고 못생긴 놈이 하나 있었다.
싸움꾼인 제덕이가 반 아이 모두를 제압했지만 그 놈만은 삐딱하게 굴었다..
천하통일을 위해서 결투를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쓱한 골목길에서 두 놈은 피가 터지도록 싸웠다.
모두들 제덕이가 이길 줄 알았는데..
제덕이는 박살이 났다.
그때 꼬득인 놈이 바로 나다.
"그 쪼그만 애도 못 이기니?"
제덕이는 분했는지...다시 한번 도전했다.
물론 나는 제덕이 편이 되어 힘껏 응원했지만
그 싸움꾼이 보기 좋게 KO패다.....첫 번째 싸움할때보다 두배는 더 터졌다.
결국 제덕이는 무림의 세계를 떠나고 말았다.
피를 철철 흘리는 제덕이의 코를 닦아주었던 기억이 엇그제 같은데.....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힘께나 쓰던 실력으로 지금도 노동의 현장에서 방수일을 하고 있다.
그 건강한 삶에 나는 감동 받았고
직설적인 말투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오늘 나는 싸움을 부추겼던 내 행동에 대해 25년만에 사과했다.
그 놈은 내가 그런 말을 했는줄도 모른다.
"본길이..그 새끼..다시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
머리가 벗겨져 중년이 되어 애새끼까지 주렁주렁 달린 세월이 한때의 분노가 추억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나는 그때 싸움을 부추긴 못된 놈이지만 이젠 본길이를 만나 화해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본길이 그 놈을 찾아야 한다.
제덕이가 본길이를 꼭 껴안을 수 있을 그 날을... 꼭 보고 싶기때문이다.
첫댓글 종원님 이거 실화예요?ㅎㅎㅎ 25년이나 지난 지금은 물론 아름다운 추억이겠죠.
나를 좋아하는(?) 선자의 ............ ? 이부분 때문에 한참 생각하게 맹그네!!!!!!!!
종훈인 난데 ㅎㅎ
나를 좋아하는(?) 선자의 ............ ? 혹시 반대는 아니었는지...ㅋㅋㅋ
초딩시절 남학생 중에서 나를 기억하거나 마음에 한번이라도 담아 둔 애가 있었을까?..............??????
우와..추억으 드라마 한장면이 지나가네요~^^;본길이 꼭 찾길 바래요~!!
ㅎㅎㅎ 흑백 티비로 옛영화 한편 본 느낌이예요~.. 그때 꼬득이던 솜씨로 오늘날 모든님들을 모놀중독 만든 거지요!..ㅎㅎ
초딩 동창은 20 년이 지난 지금 연락이 와도 서먹한 사이가 아니더라구요.시골서 학교 다닌 분들은 더 실감 할거에요. 그냥 친구지 이제와서 무슨 다들 짝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