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암 포대 화상)
청양엔 실상 볼것은 많지 않습니다.
근처엔 콩밭매는 아낙네로 시작하는 대중가요 때문에, 유명해진
아름다운 칠갑산이 있고, 장곡사와 홍성. 그리고 조금 떨어진곳에
예당저수지와 덕산온천이 있고 수덕사가 있습니다.
칠갑산은 계곡은 없지만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서 산길을
걸으면 거의 하늘이 안보일 정도 입니다.조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이 칠갑산 입니다.
청양의 명물로는 구기자가 있는데 초여름 이면 구기자의 작고
앙증맞은 보랏빛꽃이 곳곳에 피어 납니다.
구기자 잎이 돗기 시작하면 새순을 따서 나물도 해먹고,
연한 새순을 넣고 부침개도 해먹고,
녹차처럼 차로도 끓여 마십니다. 구기자 나물은 향도 좋고 얼마나
맛있는지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어도 좋고,
고추장을 넣어 밥에 비벼먹어도 아주 맛이 있습니다.
구기자는 장복하면 간에 특히 좋지만,술을 담가 먹으면
그 맛이 일품 입니다. 요즘 상품화되어 뜨는 술로는 매실주와
복분자술이 있지만 맛과 향으로 보나, 몸에 좋은
성분들로 보나, 구기자술은 그 어느것에도 뒤지질 않습니다.
가을이면 구기자를 밑둥만 남겨놓고 모두 벱니다.
그래야 다음해에 새순에서 구기자가 열리니까요.
구기자 벤것을 짓이겨서 겉껍질을 벗겨내면 그속에 '지골피'라고
부르는 구기자 속이 나옵니다. 그걸 넣고 같이 술을 담그는거지요.
술은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식품 이기 때문에 담그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 달라 집니다.
술의 종류는 두가지 정도인데
구기자로 담그는 막걸리는 고두밥을 해서 누룩과 구기자 를 버무려
술밥을 만든뒤에 항아리에 채곡채곡 담습니다. 술항아리에서
술이 익으면서 밥알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술을 체에 걸러
술찌개미를짜내고 막걸리를 내려서 떠마십니다.
탁주라 할 수있지요.
또다른 하나는 구기자술인데 아까 말한 '지골피'를
솥에 넣고 푹 끓입니다. 그 끓인물을 식혀서 그물에 고두밥과
누룩 그리고 구기자를 넣어서 술을 담금니다. 막걸리보다
술이 익는 시간을 길게 잡아서 나중에 용수를 박아서 맑은
술만 떠 냅니다. 이것은 맑은 약주인 셈이지요.
무릇 술이란 아무리 좋은 맛을
지녔어도 그맛을 알아주는
사람이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가치가 사람의 눈과 입에서 시작 되듯이
구기자술도 한번 맛보면 혀끝에 감기는
부드럽고 오묘한맛에 끌리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술에서는 오미(五味)가 난다고 하듯이...
조선시대에 남주북병(南酒北餠)이란말이 있습니다.
남쪽은 술이 맛있고,북쪽은 떡이 맛있다는 뜻입니다.
남쪽은 남산자락 즉 옛날 목멱산을 말하고,북쪽은 궁궐이
가까웠던 청계천 북쪽 궁궐 근처를 이르는 말입니다.
아직도 인사동과 종로에 즐비한 떡집이 명맥을 유지 합니다만,
그런데 제 고향 청양에는 구기자 다린물로 만드는 한과가
아주 유명합니다. 속에 열이 많아 갈증이 나는 사람의 열뇌를
식혀주고 간을 다스려주는 구기자로 이런저런 음식을
해먹었던건 조상들의 지혜였다고 할 수있지요.
청양은 무엇보다 물이 맑고 그맛이 깨끗합니다.
그래서 술맛과 장맛은 물이 그맛을 좌우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직은 세상으로부터 오염이 덜된곳.
산이 많고 평지가 적은곳 청양.
산속에는 지천으로 먹고사리와 산나물이 있고,소박하지만
꾸밈새 없고 군더더기가 없어 오히려 깔끔하기 조차 한곳.
지금은 '청양고추'로 지명보다, 고추품종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아직은 도시에 비하여, 산골과도 같은 청양은 저를 낳아주고
길러준 소중한 곳이기에 저는 청양을 사랑합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고향 사랑이십니다........()
구기자로 술을 담가봐야겠습니다. 편한 밤 되십시오..()
() 감사히 읽고 갑니다...
덕산온천을 두번 ....수덕사도 두어번 ..... 칠갑산은 자나가면서 구경만.... 청양하면 청량고추가 생각납니다... 고향은 늘 그리움이지요.... 아름다운 청양입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너무나 잔잔하고 운치있고 서정적인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우리를 초대해주시면 아니되는지요?..님의글에서 자연에대한사랑..해탈한 구도자의모습이..인간에대한그리움등등이 묻어납니다..늘 행복하세요
저 석상의 미소는 님의 가장추구하는 님의모습이신가요?
칠갑산에 갔던 추억이 글을 보며... 감사합니다._()_ 나~무~아~미~타~불~
스님...포대화상님이 꼭 스님 같으세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