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7년 8월 23일 새벽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2년간의 복역기간을 마치고 만기 출소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번주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최대 이슈는 ‘한명숙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의 합동감찰 결과 발표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수사팀이 증인에게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하는 등 부적절한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찰은 실제 수사에서 문제가 될 부분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다. 4달 간의 감찰 끝에 박범계 법무장관은 지난 14일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고 주장했지만 그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무턱대고 수사팀을 비난한 박 장관의 발표 내용도 문제였지만, 검찰에서 한명숙 수사팀을 무조건 징계하려는 황당한 일이 지난 몇 달 간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수사팀 일부에 대해 자체적으로 징계를 하려고 급박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합동감찰에 들어간 지난 3월 이후 법무부와 대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법무부가 합동감찰 나서자, 대검 감찰부 “검찰총장 경고 추진”
지난 3월 한명숙 수사팀에 대해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을 지시했다. 형식적으로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 관행을 되짚어보자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어떻게든 한 전 총리 수사를 흠집 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합동감찰이 시작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이 수사팀 신응석 검사와 엄희준 검사에 대해 검찰총장 경고 처분을 요청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검사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가족을 회유했다는 의혹, 엄 검사는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를 검사실에 불러 증언을 맞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총장은 재량에 따라 시효와 관계 없이 검사에게 경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검 감찰부 검사들이 “불기소 건에 대해 무턱대고 경고 할 수는 없다”면서 “차라리 대검 감찰위원회에 회부해 위원들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대검 감찰부는 외부 인사(8명) 등 9명으로 구성된 감찰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감찰위에서는 징계를 논의한다. 즉, 수사팀에 대해 법무부가 합동감찰을 진행하는 와중에 대검이 별도의 징계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독단적인 대검 드라이브에 법무부 ‘난감’ 감찰위원회 ‘반발’
처음 열린 감찰위에서 위원들은 “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 감찰위를 여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 사건 내용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감찰부가 문제 삼는 것은 2011년에 있었던 일로 감찰위원들은 이미 10년이 지나 시효가 지나 징계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결국 이날 감찰위는 “감찰위를 열어도 되는지 법무부에 문의하자”는 결정만 내리고 끝냈다. 대검의 문의를 받은 법무부는 난감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미 징계시효(3년)가 지난 사안이라 감찰위를 여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의견이 법무부 내부에서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규정상 감찰위 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감찰위 개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명숙 사건이다 보니 법무부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감찰위 ‘징계 할 수 없다’ 결론, 박범계도 ‘승복하라’
이후 7월 초까지 두 차례 감찰위가 열렸다. 신응석 검사와 엄희준 검사도 대검 감찰부에 소명 자료를 내고 직접 회의에 참석해 구두로도 소명을 했다고 한다. 본지는 신 검사와 엄 검사에게 소명 내용을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감찰위원들 중 다수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전 대표 동료 재소자들을 검사실로 불러 위증을 하게 한 이른바 ‘모해위증 교사’ 혐의와 관련해서도 ‘올해 이미 두 차례 검찰에서 불기소 한 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검찰위는 신응석 검사에게는 ‘무혐의’, 엄희준 검사에게는 ‘불문(不問·징계사유는 인정하되 징계는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것)’ 결정을 내렸다. 둘 다 ‘징계를 하지 말라’는 취지다. 감찰위 결론은 박범계 법무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즉시 보고가 됐다. 박 장관은 “대검도 감찰위 결론에 승복하라”고 했다고 한다.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합동감찰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박 장관 뒤는 한동수 대검감찰부장. (공동취재사진) 2021.07.14. photo@newsis.com
◇법조계 “무리한 징계 추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작품”
법무부는 당초 조금 더 일찍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려고 했다. 그런데 7월 초까지 발표가 미뤄진 이유 중 하나는 “감찰위 결과를 기다려 달라”는 대검 감찰부 요청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검에서 진행 중인 감찰위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까지 합동감찰 결과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이었는데, 징계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대검 감찰위에서 정작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법무부 합동감찰 발표에서도 제외됐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일련의 무리한 과정이 배후에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부장이 집요하게 두 검사에 대한 징계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한 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과거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 작년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및 감찰도 총괄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성명불상자’로 형사입건한 뒤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 차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2019년 10월 14일 사퇴하기 직전 한 부장을 감찰부장으로 대통령에게 제청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마지막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