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오셨으니
옛 종살이를 하며 죄악의 멍에에 짓눌려 신음하는 저희를 구원하여 주소서.
제1독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2,12-17
12 자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그분의 이름 덕분에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
13 아버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처음부터 계신 그분을 여러분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악한 자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14 자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쓴 까닭은
여러분이 아버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쓴 까닭은
처음부터 계신 그분을 여러분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쓴 까닭은
여러분이 강하고, 하느님의 말씀이 여러분 안에 머무르며
여러분이 악한 자를 이겼기 때문입니다.
15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16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17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복음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36-40
그때에 36 한나라는 예언자가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예수님의 부모는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기도할 때도 너무 지향에 목숨 걸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할 때도 너무 지향에 목숨 걸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양승국신부-
아이들과 재미있게 살 때의 일입니다. 자유롭게 외출 외박을 못 나가던 아이들이었는데, 주간 생활 태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들은 신부 수사들과 동반 외출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주일 점심 식사를 끝내고 나면 습관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이들 서너 명과 길을 나서곤 했습니다. 너무 많이 데려가면 집단 이탈 가능성이 많은지라, 딱 서너 명만 데리고 나갔습니다.
외출 나가기 전날부터 제 머릿속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어떻게 기쁘게 해줄 것인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딜까? 영화관? 피시방? 오락실? 노래방? 간식으로는 뭘 사줄까? 피자? 통닭? 아이스크림?
대여섯 시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머릿속에 좋은 추억의 사진 한 장 남겨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아마 세상의 모든 부모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지요.0
보십시오. 세상 부족한 저희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좋을 것을 주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는데, 선하신 주님께서는 오죽 하시겠습니까? 틈만 나면 우리에게 좋은 것을 선물로 주시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시고, 백방으로 노력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8)
따라서 너무 이것 해주세요, 저것 해주세요, 하고 졸라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어련히 생각하고 계시고, 최상의 것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시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텐데, 그분의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굳게 믿으며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니, 그 어떤 것도 좋습니다.’ 하면서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기도할 때도 너무 지향에 목숨 걸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분께서 어련히 알아서 좋은 것을 주실 것이니, ‘당신 뜻에 맡깁니다!’하고 외치며 남은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저는 요즘 묵주기도 때 특별한 지향을 두지 않고 바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시간에, 좋으신 어머니 성모님과 함께 좋으신 아들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의 여정을 묵상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 좋은 시간, 좋은 분들과 산책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의무감에서 숙제처럼 바치지 않으니,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께서 여러분 자신을 바라보게 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아주 아름다운 기도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설명: 예언자 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