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에서 펼쳐진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대한민국이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고, 4강에 선착했다. 대표팀은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후6시에 이란-이라크 전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대표팀은 우즈벡을 상대로 고전하며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경기를 치렀다. 이런 상황에서 승리를 결정한 것은 부진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자신에게 찾아온 완벽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에이스 “손흥민”이었다.
한 번의 실수가 탈락으로 연결되는 토너먼트 경기였기에 양 팀 모두 신중한 경기를 펼쳤다. 호주전과는 달리 대표팀은 공격적인 모습을 취했다. 전술적으로 왼쪽 측면 수비수인 김진수를 윙처럼 활용하고, 손흥민이 중앙으로 좁히면서 골을 노렸다.
[김진수(좌)와 손흥민(우)의 히트맵(경기 동안 자주 머물렀던 공간을 표시해준다) 김진수는 공격수처럼 최전방까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손흥민은 측면에 머물기보다는 김진수의 오버래핑으로 생긴 중앙쪽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공격에 중심을 두는 대표팀이었기에 수비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많은 기회를 내줬다. 김진수가 많은 오버래핑을 한 왼쪽 측면에서 공간이 많이 생기면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자주 허용했다. 대표팀은 박스 안에 수비수들이 많은 상황에서도 공에 시선을 뺏기면서 반대쪽에서 빠져 들어가는 선수들 놓치며 위험한 장면을 노출하였다. 골키퍼와 1대 1 상황도 두 차례 맞이하였지만, 김진현 골키퍼의 빠른 판단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김진현의 슈퍼세이브 장면]- 헤딩 이후에 모든 수비수가 공에 시선을 뺏기면서 골키퍼와 1대1 상황이 발생했다.
대표팀의 공격은 우즈베키스탄의 밀집수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근호와 이정협이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결정짓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막판, 근육 경련을 호소한 이근호를 빼고 한국영을 투입하면서 기성용을 전진배치시켰고, 손흥민을 원톱 공격수로 배치하는 전술적 변화를 시도했다. 전진 배치된 기성용의 발끝에서 결정적인 찬스가 만들어졌다. 후반 38분 전진배치된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정확한 땅볼 크로스를 올렸지만, 남태희의 헛발질로 찬스가 무산되었다. 이후 우즈벡의 적극적인 공세를 이겨낸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으로 향했다.
기다리던 골은, 연장 전반 14분, 슈틸리케 감독이 전략적으로 전진 배치시킨 김진수가 만들어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손흥민으로부터 빼앗은 공을 다시 가로챈 뒤 좋은 기회에 있던 손흥민에게 크로스로 연결 손흥민은 헤딩슛으로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손흥민의 선취골- 92년 생 절친의 합작품, 김진수의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손흥민 원톱 이동이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변화의 결과
선취골 이후 우즈벡의 파상공세에 밀리던 대한민국은 우즈벡이 라인을 끌고 올라간 틈을 타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연장 후반 14분 후반전 교체 투입된 차두리가 하프라인부터 단독 드리블 이후에 손흥민에게 완벽한 찬스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추가골- 차두리의 폭풍같은 질주와 손흥민의 결정력이 4강행을 확정지었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손흥민은 결정적인 순간에 두 번의 슈팅으로 에이스의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손흥민 스스로에게도 A매치 10경기 무득점이라는 부담감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멀티골이었다.
손흥민의 두 골로 우즈벡을 꺾은 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이란-이라크 전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겨룬다.
BEST PLAYER 손흥민
손흥민은 두 골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인 선수로 비난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를 무산시키 않으며 이름값을 해냈다. 손흥민 자신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숟가락만 얹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두 골 모두 측면 수비수들이 만들어준 골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골들이다. 부진한 상황에서도 찾아온 결정적인 기회를 마무리 할 수 있는 능력은 왜 손흥민이 한국 축구에 대들보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준 순간이었다. 손흥민 스스로도 A매치 10경기 만에 멀티골 득점으로 그 동안에 부진을 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골을 제외한 경기장에서의 전체적인 움직임은 아쉬움이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골 장면에서 손흥민의 위치 선정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손흥민을 칭찬하면서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선수가 보여주는 기량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한 것은,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의 부진한 움직임을 감독도 알고 있다는 것을 손흥민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 스스로 말한 호주에 온 목표인 아시안컵 우승을 이루려면 “4강전부터는 "에이스"손흥민의 완벽한 기량이 발휘되는 것이 중요하다.
WORST PLAYER 남태희
슈틸리케 감독의 황태자라고 불렸던 평가전 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중원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크랙형“ 선수이기 때문에 라인을 내리고 밀집 수비를 하는 중원에서 공간을 찾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후반 38분 기성용이 측면에서 완벽하게 내준 크로스를 헛발질하면서 대표팀이 연장전에 돌입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경기 내내 남태희와 비슷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손흥민이 자신에게 찾아온 두 번의 기회를 완벽하게 마무리 하는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남태희의 장점은 드리블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를 중원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선수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중원보다는 측면 자원으로 출전시키는 전술상의 변화를 주는 것이 남태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