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르고 가을에 핀 내소사 벚꽃, 고즈넉한 목조건물과 어우러져 화사하게 피어나
물 빠진 채석강 해식동굴은 바닷물에 쓸리고 깎여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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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내소사는 낡아서 나뭇결이 드러난 오래된 나무기둥과 낙엽이 떨어진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이어진 전나무길의 단풍과 은행나무들이 제 색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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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은 변산을 끼고 있는 곳이다.
서쪽 변방에 있는 산인 변산에, 바다로 지형이 툭 튀어나온 반도가 바로 부안이다.
변산반도는 부안의 다른 이름과 같다. 부안 여행은 변산 안쪽과 변산 바깥쪽으로 구분된다.
바로 내변산과 외변산이다. 내륙의 산줄기를 ‘내변산’, 해안을 ‘외변산’이라 부른다.
내변산을 대표하는 곳은 내소사이고, 외변산의 대표는 채석강이다. 여기에 더해 가족과
함께라면 줄포습지가 제격이다. 습지라고 생각하면 물과 식물만 떠오르지만 이곳은 자녀가
지루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늦가을 단풍이 한창인 내소사
벚꽃. 봄의 대명사다. 가을도 다 지나가는 마당에 뜬금없이 봄꽃 타령을 하는 것은
지금 이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내소사에서 말이다.
내소사는 백제 때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의 내소사는 예전의 소소래사라고 한다. 건물은 조선 때 중건된 것이다.
내소사는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이어진 600m의 전나무길이 백미다.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 사이사이로 단풍과 은행나무들이 제 색을 뽐내고 있다.
단풍이 한창인 때가 지났을 것 같았는데 내소사는 다른 지역보다 좀 늦게까지 단풍이 지속된다.
내소사 전나무길은 변산 골짜기에 자리 잡아 골바람이 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단풍이 좀 늦게 온다.
전나무길을 걸으며 대웅보전 앞에 이르면 오른편을 보자.
가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흰 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이 있다. 봄에 벚꽃으로 유명한 내소사지만,
가을에 핀 벚꽃을 볼 수 있는 곳도 내소사다. 이 벚꽃은 철모르고 핀 것이 아니라 춘추벚꽃이란 품종이다.
봄과 가을에 꽃을 피우는 벚꽃이다. 춘추벚꽃을 아는 사람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가을에 맞는 봄 소식에 기분마저 화사해진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낡아서 나뭇결이 드러난 오래된 나무기둥과 낙엽이 떨어진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풍기는 분위기가 꽤 고즈넉하다. 늦가을 정취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웅보전은 쇠못을 쓰지 않고 모두 나무를 깎아 지은 건물이다.
대웅보전의 문을 장식한 꽃무늬 문살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진다. 절을 지을 때 목수가 만든 목침 하나를
사미승이 숨겼고, 결국 목수는 목침 하나를 빼고 건물을 완성했다고 한다.
밖에서 대웅보전 안을 보면 입구 왼쪽 천장 부근에 목침이 빠져 있는 공간이 보인다.
또 대웅보전 내 오른쪽 벽에는 다른 벽엔 그려져 있는 그림이 없다.
이 사미승이 100일간 내부를 장식하는 것을 아무도 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마지막날 안을
몰래 들여다봐 그림을 그리던 용이 그곳만 그리지 못하고 날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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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채석강은 간조 때 가야지 신비한 지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
외변산을 대표하는 채석강은 물때를 잘 맞춰가야 한다. 물이 차면 해안의 기암을 떨어져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빠진 간조 때 가야지만 채석강의 지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해식동굴은 한 번 들어가 봐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물이 빠져 드러난 채석강의
기암 절벽을 보면 맨 아래 바위들은 매우 검다. 바닷물을 직접 맞는 곳이니 그만큼 퇴색된 것이다.
바닷물이 닿지 않는 윗부분은 노랗거나 바람에 깎여 회갈색을 띠고 있다.
격포해양경찰서 부근에 해식동굴이 모여 있다. 대부분의 해식동굴은 규모가 작아 들어가 볼 수 없는데,
바다 쪽을 바라보는 해식동굴 한 곳은 폭이 꽤 넓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마치 우리나라 지도 모양과 같다. 언제 돌이 떨어질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레저 활동 즐길 수 있는 줄포습지
가족과 함께라면 부안 남쪽에 자리 잡은 줄포습지가 제격이다.
습지 하면 왠지 따분하단 느낌이 먼저 든다. 나무데크만 걷고 돌아오는, 운 좋으면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정도만 연상된다. 하지만 줄포습지는 다르다. 갯벌 안쪽으로 줄포자연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맘때는 갈대가 한창이다. 지그재그 나무데크, ‘S’자 나무데크 등 다양한 길을 따라 갈대 사이를 지날 수 있다.
아직 높이가 사람 어깨 정도밖에 안 돼 아담한데, 내년 정도면 사람 키를 훌쩍 넘을 듯싶다. 여기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세트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 갈대 길을 걷고 나서는 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공원 안에 수로가 조성돼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면 만들어진 물길이다. 이 수로를 보트를 타고 돌 수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연상하면 된다. 다만 주변이 건물이 아니고, 배가 곤돌라가 아닐 뿐이다.
좁은 수로 주변에 서 있는 갈대 사이를 보트를 타고 지나는 기분은 꽤 흥이 난다.
보트를 몰다 갈대를 이용해 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상자전거, 카약 등을 수로에서 즐길 수 있다. 낚시도 빼놓을 수 없다.
공원 내에선 낚시가 되지 않지만, 레저시설에 있는 낚시터에선 가능하다.
다만 잡은 물고기를 가져가선 안 된다. 손맛만 보고 놔줘야 한다.
공원엔 게스트하우스부터 펜션까지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다.
부안은 질 좋은 흙과 나무가 풍부하고, 바닷길로 개성까지 이동할 수 있어 고려청자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곳이다. 부안 내 곳곳에 고려 때 가마터들이 있다. 고려청자에 대해 알려면
청자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도자기 기술은 중국에서 넘어왔지만, 비색을 내는 청자의 빛깔과
문양을 새기는 독창적인 상감기법은 우리의 기술이다.
이 기술로 고려청자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청자박물관엔 해설사들이 있으니 해설을 들으며 둘러봐야 청자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
부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