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니힐
나는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당신이 나에게 입틀막을 하길래 나는 답답합니다 세상에
비밀이 어딨냐며 새들이 쫑알거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천년
전 어떤 이발사의 설화에도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임금님
당나귀처럼 축 늘어진 못생긴 귀를 당신은 아실 테죠 내 귀가
늘어진 당나귀를 닮았다는 사실을 세상 누가 알겠느냐
너는 절대 나의 당나귀를 세상 밖으로 알려서는 아니 된다
푸른 달이 우후죽순 새까맣게 탄 내 속을 새하얗게 비추일 때
이발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서라벌 어느 대숲가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며 붉은 방귀를 뀌는 것인데 이발사도 당나귀도
임금님도 알고 보면 터무니없는 우화 거나 설화 속의 푸른 종이가
아닐까 해와 달에게도 제 그림자를 보이지 않는 서라벌의 무영탑처럼
구름 낀 영지에 달포를 기다리다 그만 물에 빠져 죽은 아사녀와
그녀를 따라 죽은 석공 아사달이 그러하듯 이야기는 끝이 없고
푸른 대숲의 만파식저는 또 어떻게 천년을 울어 볼 것인가
숱한 이야기는 피리를 부는 사막의 코브라를 따라 호롱 속으로
짐승 같은 독을 숨기는 것인데 또 어떻게 파리한 수염을 면도칼
에 높이 올려 둘까 나는 다행히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데
어쩌면 당신은 비오는 날 당나라로 떠나가고 해골물을 마신 나는
만물일체유심조라며 시끄러운 세상일 마음먹기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천 년 전 말 못 할 비밀들이 대쪽 같은 또아리를 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