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斜陽)에서보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민병식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하기 직전에 완성한 사양은 2차세계대전 패전이후 격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려고 애쓰는또는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인간의 선택과 운명을 어느 귀족 집안을 배경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패전 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에서 단숨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또한, 당대에 몰락하는 귀족을 지칭하는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 일대 파문을 일으킨 작품이기도하다.
사진 네이버
다자이 오사무는 소설의 등장인물 4명을 중심으로 회상,독백, 편지, 일기 등의 형식을 빌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에는 4명의 주요인물이 나온다. 주인공인 가즈코의 1인칭 시점으로 어머니, 남동생인 나오지, 나오지의 스승이자 멘토격인 소설가 우에하라다. 아버지 사망후 집안이 몰락하지만 기품과 대범함을 잃지 않는 어머니, 대학을 다니다 징집되어 남방의 섬으로 갔다가 아편중독으로 돌아온 남동생 나오지, 집안의 장녀이며 이혼후 사산 경험이 있는 가즈코, 현실과 맞서며 비관적 인식이 팽배한 나오지가 존경하는 소설가 우에하라이다.
패전 후 빠르게 몰락해 가는 귀족 집안의 장녀 가즈코는 몸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도쿄를 떠나 이즈의 산장으로 거처를 옮긴다. 어머니는 귀족에서 평민으로 삶이 바뀌지만 기품있는 '최후의 귀부인'으로 살다가 결핵으로 사망한다.한 번 결혼에 실패하고 나서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가즈코는 고상한 품위를 지닌 '마지막 귀부인' 어머니와 함께 삼촌의 도움을 받아 조촐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편 소식이 끊겼던 남동생 나오지가 다행스럽게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설가 우에하라와 함께 어울리면서 술과 마약에 빠져 넉넉하지 못한 집안의 돈을 탕진할 뿐이다. 동생이 걱정되어 스승격인 소설가 우에하라를 만나러 도쿄에 간 가즈코는 짝사랑에 빠지고 6년뒤 우에하라를 다시 만나기 위해 도쿄로 가 두번째 만남에 임신을 한다. 그날, 동생 나오지는 이즈(伊豆) 집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한다.
어머니의 죽음이후 가즈코와 나오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귀족으로 남을 것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떻게든 평민으로 적응해 살아갈 것인가. 나오지는 너무나 허약했고 가즈코는 살아남았다. 세 명의 결말을 지켜보면서 사양은 "귀족의 몰락", 혹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결국 귀족의 몰락이라는 같은 공통점하에서에 끝까지 귀족을 부정하려다 귀족으로 죽은 남동생과 달리 가즈코는 시골 남자를 상징하는 우에하라씨의 아이를 가지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는 차이점이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에게는 그것이 사랑이든 미래든 약희망이 필요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가즈코의 말대로 세상은 굳건한 바다처럼 그 어느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가지고있는 실낱같은 희망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이 아닐지. '성공한' 삶,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질적으론 전후보다 현대사회가 말할 것도 없이 풍요롭고 부유하지만, 절망과 고독, 패배의식은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절망에 점점 물들어 침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를 터뜨려줄 것 같다.
첫댓글 민병식 선생님 !
문학칼럼이 너무 좋아서 욕심이 생깁니다.
제가 총괄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서울시정일보>에 게재를 하고 싶습니다.
한번 생각해 주시고 답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원고료 지불은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연락처는< 010-3410-1919>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