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다
낙엽이 배춧잎에 덮여
오도가도 못하고 배추 물기로 젖은
축축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다
어제 몰아친 강풍에도 허공을 떠돌지 아니하고
얌전히 그 자리에 눌려 푹 쉬었겠구나
똘망똘망한 알타리 서너 단 쓱쓱 벗겨 내어
소금에 절이는데 무성한 잎 중 무엇을 떼 내고
무엇을 남겨 둘까 요리조리 궁리한다.
예전 총각김치라 담근 것은 진짜 떠꺼머리
총각처럼 머리꼬리 길게 늘인 모양새로
푸른 무청 길이대로 달려 있는 것을 절여
진한 멸치젓에 버무렸지
당시 무는 길 다란 조선 무라
위쪽에 그린 색 짙은 부분이 많아
깎아 먹으면 웬만한 배보다 달았지
그 조선 무 덜 자란 것을 뽑아 총각무라
하며 젓갈에 버무려 독에 꾹꾹 눌러 우거지 덮어
눌러 두었다가
봄 내내
한 양푼씩 꺼내 손에 들고 무는 와삭 와삭
베어 먹고 무청만 남으면 한 오라기씩
보리밥 위에 걸쳐 먹으면
그 진한 젓갈에
제풀에 몸을 풀어버린 생과부 육덕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은 것이 왜 그리 맛있던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망각의
강을 건너는 것일까
다 잊고 다 지워버려서
분노도 우습고 슬픔도 멋쩍은 이제
아직도 김장철이면
시커먼 멸치젓갈에 버무려진
김장김치 맛의 기억은 왜 그 강을 못 건너는지
그래도 백년손님 사위가
우리의 밥상에 합류하고부터는
나의 젓갈 사랑이 배척을 받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의 오랜 습성 입맛이
양보의 미덕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새우젓갈 황새기 젓갈의 궁합으로
좀 더 내츄럴한 김장을 하기 시작해서
육수도 멸치와 과일 야채로 장만하니
전체적인 맛이 달고 가뿐해서
뒤돌아볼 것 없는
서운 섭섭한 맛의 김장으로 마무리
그러나 냉장고 깊숙이 푹 달여 걸러둔
멸치젓갈의 시커먼 속내는
어쩜 그리 내 속과 닮았는지
난 언제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탁한 만큼 진하고
짜고 꼬습한
죽어도 놓지 못할 정염의 집착과도 같은
저 심연의 바닥 같은 맛
때를 기다리자
절대 잊지만 말자고
삶방 식구 여러분
11월 아까워 마시고 마구 쓰세요
단 유용하고 멋지게 소비하자구요
다음 달은 더욱 마구 쓰자구요
단 재밌고 꼬숩하게
사랑합니다 ~
카페 게시글
삶의 이야기
11월 26일 출석 하시면 김장 조퇴 허락합니다~
운선
추천 2
조회 375
22.11.26 10:21
댓글 62
다음검색
동네 프리마켓 행사를 했는데
오늘은 김장김치
담그는것
맡아서,
봉사 활동을 하고
지금 막 들어왔어요..
총각김치,
그전에는
참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고서부터는
치아때문에
덜 먹게 되네요..
봉사활동 하시고 착하신 스위트리님 복받으실꺼예요
저도 치아로 인해 깍두기 총각무 못먹어요 아이들이 좋아 하고 제 옛기억 속 맛이 사무치게 그리워
매년 담급니다 ㅎㅎ 건강 유의 하세요~
김장김치 맛을 어찌 잊으라 하십까
점점더 김장과 함께 읶을수록 생각이나는걸요
아• 상상을 해본다 누이의 김장하는모습을 ㅎㅎㅎ출책
너는 여름 내내 텃밭 푸성귀 자선 베풀던 여인네 중 항개도 김장 김치 갖다 주는 냔 없나 보다
여복이 있는 거여 뭐여 곁에 있음 나눠 먹겠다만
늦게 출석해요
안 늦었어요 ㅎㅎ 자연님 김장 했어요?
우리집은 부지런 하신 마님 덕분에..... ^^
일찌감치 김장을 끝냈구요~~
오늘은 안성현장에 다녀 왔는데 주말 이라서 퇴근길이 엄청 힘들었습니다
손자들과 저녁먹고 출석 합니다~~~~
모두들 고운밤 되십시요~~~
운동 갔는데 사람 많더군요 이곳은 늘 사람들 많아요 엄청 힘들었는데 어서 따뜻하게 쉬세요 오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맛깔나는 글 내용처럼....운선님의 손맛나는 김장김치를 한번 맛보는게
나의 소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당~!!ㅎㅎ 우리집은 이제
김장은 하지않고 주문해서 시켜먹구 있어서리....ㅠ
김장김치 냄새에 취해서 출석합니다요~!!ㅎ
어이쿠 ㅎㅎ어째요 냄새만 온 동네 다 풍기고 한쪼가리 나눠 먹지도 못하면서 ㅎㅎㅈ죄송해요 소원 들어 줘야 하는데 ㅎㅎ 내일 춥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노노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유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어서 푹 쉬세요
전 사돈댁 김장까지 합니다
이래저래 7식구 김장이라 며칠 합니다 이제 끝냈는데 갓 김치가 하고싶네요 ㅎㅎ 명태 써거리도 할까 말까 싶고요 몸이 늘 피곤할만 하죠 제가? 잠시도 쉬질 못하는 체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