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주 간격으로 두 번의 장례를 치렀다. 두 아빠를 잃었다. 나의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신랑의 아빠. 그리고 장례가 끝나고 한 달 정도 나는 블랙홀에 빠졌다 돌아온 것만 같다. 몸은 이곳에 있는데 정신은 우주 어딘가를 헤매는 것 같달까. 그 한 달 동안 친구도 만나고 책도 만들고 탁구 리그도 다녀오고 술도 진하게 마셨지만, 그건 이곳에 있는 내 몸이 하는 일일뿐 내 정신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미지의 공간에 가 있는 느낌이었다. 혹은 내 정신이 정수리 위 어딘가에서 내 몸이 하는 일을 바라보며 분주히 움직이는 나를 신기해하는 느낌이랄까.
여전히 장례를 끝낸 후의 그 이상한 기분을 적절히 해석해 내지 못한 채,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예전에 나는 그렇게 적었더랬다. 그냥 말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무작정 쓰다 보면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더라고. 그래서 무작정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수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운 나쁘면 죽기 일보 직전에 깨달을지도. 나에게 찾아온 그 감정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답답한 시간이 길어지면, 나보다 앞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을 것도 같다. 하지만 아직은 내 답을 스스로 찾아내기 전에 그들의 글에서 답을 베끼고 싶진 않다. 그런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천천히 찾아가고 싶지만,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걸 참아줄 것 같지가 않다. 내가 괜찮아지길 바라는 그들의 마음은 또 너무나 고마운 것이니 어쩌나. 그러려면 내 몸은 더 분주히 사람을 만나고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나눠서 예전의 나로 잘 돌아왔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만 한다.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심시켜야만 내 답을 찾아갈 시간을 조금은 확보하게 될 것이다.
오늘까지 수요에세이를 빠질 수는 없어서 뭐라도 썼더니 조금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꼭 써야 할 글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물어야만 한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오늘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거냐고. 우리에겐 모두 이야기가 있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임을 스스로가 알 수 있도록.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봐준, 이곳에 감사하며. 땡큐.
첫댓글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음 깊은 글 자주 부탁 드려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셨을텐데요. 그곳을 통과해 오시느라 참 많은 번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마음 쉬어 가시면서 천천히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땡큐,
를 읽는 순간 온 몸에 오슬오슬 소름이 잠시 일어났어요.
어쩌면 죽기 전에 깨달을지도 모를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 수많은 만남에, 아무렇지 않은 대화에, 그리고 이 글 속에.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도 망설여지더라구요. 선생님이 느낀 것은 삶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이지 않았을까 짐짓 생각해봅니다. 저도 언젠가는, 혹은 깨닫지 못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요. 그리고 컴백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그야말로 땡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