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전화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묻자 "(단일 후보 확정 전) 특정 후보에게 관여하지 않겠다고 누차 얘기했다"며 "향후 행보는 내 마음이 와닿는 곳을 찾아서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곽 대선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제3지대에서 정치 도전을 하겠다고 시사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콕 집어 호평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16일 라디오에서 “김 전 부총리의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 있다”며 “(대선판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김 전 부총리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회동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있다면 몸을 던지는 게 당연한 도리”라며 사실상 대선 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미래·경제·글로벌에 대해서 생각을 같이한다”며 “정치 세력 교체에 찬성하는 분들이라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야를 넘나들며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은 정치권의 ‘킹 메이커’로 불린다. 가깝게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국민의힘을 떠난 뒤에도 그의 말 한마디에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이 김 전 부총리를 호평하자 야당 내부에선 “결국 제3지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런 김 전 위원장에게 대선 정국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다음은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11월쯤 야권 단일화를 거쳐 단일후보가 나오면 그게 누구든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간판을 달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 경선 버스, 이대로 출발할 거로 보나
“지금 그런 수순으로 가지 않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김 전 부총리나 다들 입당하지 않겠다는데, 들어오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다. 지금 당 후보들로 대선 경선을 출발할 것으로 본다.”
야당과 제3지대가 분열될 거란 우려에 대해
“야권 분열론은 참 우스운 얘기다. 시점의 문제이지 야권 주자들이 결국 하나로 합쳐질 거로 본다. (당 밖 주자들이) 지금 입당하진 않지만, 11월쯤 야권 단일화를 거쳐 단일후보가 나오면 그게 누구든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간판을 달 수밖에 없다. 야권이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게 국민의 대세 여론인데 어떤 후보가 거역하겠나.”
김 전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내가 특정인에게 인볼브(involve·관여) 안 하겠다고 누차 얘기했다. 누굴 만나거나 조언할 순 있지만, 손을 잡는 차원은 아니다. 나는 얼마 전 원희룡 제주지사 포럼(희망오름포럼)에도 참석했다. 다만 김 전 부총리의 책을 보면 경제 분야 마인드나 현실 인식에 있어서 상당 부분 동감이 가는 내용이 있었다.”
여야 대선 주자 지지율이 요동치는데
“선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 지금 지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3~4개월 전과 비교해도 여야 주자들의 지지율이 많이 달라졌는데, 불과 며칠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야권 주자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내놔야 국민이 열광할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게 안 보인다.”
4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출구조사 발표를 확인한 뒤 소감을 밝히는 모습. 오종택 기자
김 전 위원장은 향후 행보에 관해 묻자 “나를 두고 주변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은데 신경 쓰지 않는다. (대선에서의 역할은) 내 마음이 와 닿는 곳을 찾아서 하게 되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결국 대선에서 중책을 맡을 거란 기대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3월 9일 대선 개표방송 맨 앞자리에서 후보 옆에 앉아있는 건 김 전 위원장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