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이리 좀 와보세요"
사서님 쪽으로 갔더니 대뜸 양말을 벗는 게 아닌가? 어이쿠, 깜짝이야!
"이게요, 저희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최고 인기 서비스거든요. 이리 와서 인바디 재보세요."
"아.. 그게... 제가... 아직 맘에 준비가 안 돼서..."
몸무게 잰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인바디를 재면 나의 현 상태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키, 몸무게, 근육량, 지방량, 균형도 등.
근육량, 지방량이야 당장 어쩔 수 없다해도 몸무게는 단 0.1kg이라도 줄인 뒤 재야 되는 법이다. 그게 정신 평화를 위한 예의이다.^^ 인바디 잴 줄 알았으면 아까 커피를 조금만 마셨을텐데... 드립커피 연습한다고 여러 잔 마신 게 후회됐다. 옷도 청바지 말고 가벼운 것을 입고 올 걸 그랬다.
바디챌린지 버디버디
"아휴.. 아쉽네요. 그럼 담에 맘에 준비하고 꼭 재보세요. 잠깐 이리 와서 제가 잰 거 한 번 보실래요?"
살짝 들여다 본 그래프에는 사서님의 건강정보가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프가 길게 있는 것 보니 꽤 오래전부터 재고 있는 것 같았다. "우와. 꾸준하게 관리하시네요."
"네, 제가 인바디 자주 재는 이유가요... 도서관에서 바디챌린지 프로그램을 하고 있거든요."
"바디챌린지요? 그게 뭐에요??"
나도도서관에서는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식습관 모임인 바디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벌써 11기란다. 모임에 신청하면 우선 1:1 건강 컨설팅을 해준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스타일과 식이요법을 바탕으로 개인별 주간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를 잘 지키고 있는지 구성원끼리 점검하면서 서로 격려해준다.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의지를 지속하지 못해서인데 바디챌린지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다. 누군가 지지부지하면 옆에서 힘내라고 다독여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바디챌린지 버디(buddy)가 되어주는 것이다.
혼자 운동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디챌린지 구성원들은 매주 저녁에 도서관에서 만나 함께 그룹운동을 한다. 정확한 운동 동작을 배워 일주일 간 집에서 실천하는게 목표라고 하는데 다들 잘 지키고 있단다.
이에 더해 인바디 변화 결과가 가장 좋은 1등에게는 챌린지 상금도 수여한다. 그 덕분에 참여자의 80% 이상이 목표달성에 성공했다고 한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책만 보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다는게 신기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활동은 지역 주민들의 힘으로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 위치한 여러 기관들, 그 중 작은도서관이 해야할 역할에 대해 곱씹게 되는 지점이다.
작은도서관의 역할
통계청의 202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비율은 31.7%로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연간 의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간 의료비 전체 평균이 685,000원이라고 할 때 1인 가구의 의료비는 약 1.5배 높은 955,000원에 달한다. 건강관리 실천율 역시 떨어진다. 의료비 지출이 높은데 반해 규칙적 운동을 하는 비율은 전체 평균보다 더 낮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 건강이 무너지면 더 힘들고 외롭게 느껴진다. 1인가구가 겪는 여러 문제 중 경제적 어려움에 이어 외로움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나도의 바디챌린지 같은 건강관리 모임을 통해 지역주민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흩어지는 개인화된 사회에 어딘가 발 붙일,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챙기는 활동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뽕 맞은 것처럼
흥미진진한 바디챌린지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내 몸은 사서님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사서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before, after 사진을 보여주셨다.
"여기 한 번 보세요. 1년 전 모습인데요, 책상 앞에 놓인 과자, 빵 보이시지요 ㅠ 이 분은 코로나로 인해 진짜 '확찐자' 되셔서 힘들어했어요. 이 사진은 6개월 뒤 모습이에요. 많이 슬림해지셨어요. 운동에 재미 붙이셔서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도 따셨어요. 대단하죠? 짜잔~ 이게 after 모습입니다. 어떻게 나이를 먹을수록 더 건강해지고 몸도 좋아지시네요."
"이야,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이렇게 before 사진 막 보여주셔도 되는 거에요? ^^;;;"
"물론이죠. 본인 허락받고 하는 거에요. ㅎㅎ 이분이야말로 바디챌린지의 산 증인이에요. 공식 홍보대사(?)랍니다. 하하하!"
이어서 본인의 경험담도 얘기해 주셨다. 사서님은 마른 체형인데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고 살 찌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활력을 유지할 수 있어 좋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자랑에 바디챌린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서님 말에 의하면 이런 성공사례가 한 둘이 아니란다. 한 번 성공의 경험을 맛본 사람은 결코 멈출 수가 없다고. 좋은 습관이 몸에 배기 위해서는 꾸준히 하는게 중요한데 바디챌린지 모임은 그 길에 함께 가는 버디들이 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다고 하신다. 사서님이 어찌나 말씀을 잘하시던지 '말로 뽕' 맞은 느낌이었다. ^^
나도의 바디챌린지 프로그램은 도서관 활성화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구청에서 소정의 예산도 지원받는다고 하셨다.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벽을 넘어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는 이런 활동에 누가 관심갖지 않으랴.
사서님 얘기를 듣다보니 경험도 안 한 바디챌린지 매력에 어느새 풍덩 빠져들고 말았다.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네요. 저도 어여 하고 싶어요! 언제부터 할 수 있는거에요?"
뽕팔은(?) 도서관 사서님에게 이끌리어 얼결에 다음 기수 도전하기로 했다.
다음 번 before, after의 주인공은 나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뽕 제대로 맞은 것 같다. ㅎㅎ
첫댓글 어머, 나도 도전하고 싶어요~
와... 도서관 이용자 확대를 위해 이렇게 쉽고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까 싶네요. 구청 예산 받아 마땅합니다. 저도 뽕 맞은 기분 >.<
(1인 가구 연간 의료비가 전체 평균보다 1.5배나 높고, 운동은 덜 한다니 가슴 아픈 사실도 알게 됐네요.ㅠㅠ )
동네에 도서관이 존재하는지 여부로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 실제 사례를 본 것 같네요^^ ㅎㅎ
워너비 도서관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