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승부였다.전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5일(한국시간) 뱅크원 볼파크에서 펼쳐진 애리조나와 뉴욕 양키스의2001월드시리즈 7차전은 21세기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었다.
타임 아웃이 없는 스포츠인 야구, 9회말 역전극의 진수를 선보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가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9회말이 시작될 때만 해도 양키스의 우승은 확실해 보였다.
스코어는 2-1, 마운드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리베라가 버티고 서 있었다.하지만 4,5차전 뉴욕에서 당한 9회말 역전패의 아픔을 되갚기라도 하듯 애리조나 타자들의 방망이가 9회 터지기 시작했다.
안타와 리베라의 번트타구 실책으로 만든 1사 1,2루.1번 워맥은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뿜어내며 2-2 동점을 만들었다.계속된 1사 2,3루서 리베라가 카운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줘 1사 만루.3번 곤잘레스가 볼카운트 1-0에서받아친 빗맞은 타구가 전진 수비를 펼치던 유격수 머리 위를 살짝 넘어가 좌중간 외야에 떨어졌다.
7차전 9회말 끝내기 좌전 안타.5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고, 애리조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뛰어 나와 사상 첫 월드시리즈 제패의 기쁨을 만끽했다.
2,6차전 승리투수였던 랜디 존슨은 1-2로 뒤진 8회 2사후 등판해 1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리즈 3승째를 거뒀다. 월드시리즈 사상 7번째 3승 투수가 된 랜디 존슨과 1차전 승리에 이어 4,7차전에서 호투한 커트 실링은 시리즈 공동 MVP에선정됐다.
최고의 원투펀치인 존슨과 실링은 월드시리즈 4승을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 9승을 합작했다. 공동 MVP는 81년 LA다저스가 우승할 당시 게레로, 세이, 이거 등 3명이 공동 수상한 이후 처음. 밥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은 1961년 랠프 후크(뉴욕양키스)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신인 감독이 됐다.
사상 7번째로 7차전에서 20승 투수 맞대결을 벌인 커트 실링과 로저 클레멘스의 투수전도 눈부셨다.실링은 7⅓이닝 6안타 2실점, 9탈삼진.클레멘스는 6⅓이닝 7안타 1실점, 9탈삼진.
양팀 선발 투수의 호투 속에 중반까지는 숨쉬기 힘든 긴장된 투수전이 펼쳐졌다.6회 선취점을 내준 양키스의 반격은 무서웠다.6회까지 실링에게 단 1안타로 눌렸던 양키스는 7회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3루서 마르티네스는 우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양키스는 1-1인 8회 선두타자 소리아노가 실리에게 좌월솔로홈런을 뽑아내며 2-1로 앞서 통산 27번째 우승을 손에 쥐는 듯 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믿었던 마무리 리베라가 9회 무너지며 4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리베라는 포스트시즌 23경기 연속 구원성공 기록을 중단했다.
한편 김병현은 8회 랜디 존슨이 마운드에 오른 이후 계속 불펜에서 몸을 풀었으나 곤잘레스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며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