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이해인
나뭇잎이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하나 연륜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야위어 간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 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에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은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후회없는 삶을 위하여...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이 시(詩)는 인터넷상에서 윤동주 시인이나 정용철 작가의 시로 인용되고 있으나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원작이라고도 합니다.
11월의 나무처럼 / 이 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 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석류의 말 / 이 해인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느새 살짝 빠져나오는 이 붉은 그리움은 제 탓이 아니에요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 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밖에 없는
이 한 번의 사랑을 부디 아름답다고 말해 주어요
11월의 노래 / 김 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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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