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김어준 '옵션열기 매크로 의혹 제기'로 시작돼 논란 커지자, 2018년 1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당차원 '고소고발'지시 ..민주당원 드루킹 등 체포된 뒤 특검서 수사, 노회찬 전 의원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의혹에 극단적 선택하기도
김어준 총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1일 대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공모를 인정하고 유죄를 확정하면서 사건의 전개 과정 등에도 새삼 관심이 쏠린다. 특히 댓글조작 논란이 형사사건으로 비화한 계기가 친여 성향 지지자들과 더불어민주당에 의한 것이었던 점이 다시 얘기되고 있다.
이른바 '자살골' 논란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댓글조작을 하던 드루킹 일당이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그들의 '공로'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판단에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가 마침 김어준씨 등에 의한 문제제기에 걸려들었던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댓글조작'을 일삼던 친여 성향 조직이 친여 지지자들과 민주당에 의해 수사기관에 적발되면서 그들과 공모관계였던 김경수 지사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 케이스로 설명될 수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수면에 드러난 건 2018년 1월이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와 친여 성향 팟캐스트 등을 중심으로 '매크로 댓글조작'에 관한 얘기가 퍼졌다.
시작은 김어준씨였다. 매크로 댓글 논란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7년 12월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포털 뉴스 댓글들에 대해 "이거 전부 댓글 부대가 단 댓글이다. 댓글을 달 때 위에서 지시를 받아서 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김씨는 특히 포털 뉴스 댓글에 '옵션열기'라는 문구가 댓글 대량 복사과정에서 잘못 복사됐다는 소위 '옵션열기' 논란도 제기했다.
이후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하는 대선후보 캠프 등 여러 모임에 관한 얘기들이 떠돌았고, 2018년 1월8일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댓글 조작 논란 수사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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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매크로 조작 댓글' 최초 공론화→추미대 민주당 대표 고소고발 지시→경찰, 잡고보니 민주당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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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총 3024명에 대한 신년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매크로 조작에 관한 여론이 일기 시작했음에도 포털 뉴스 댓글이 조직적으로 조작된다는 의심이 들만큼 특정 댓글이 순식간에 상위권에 오르는 등의 일이 계속된던 중, 1월17일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입장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합의했다'는 내용의 네이버 기사가 특정되면서 사건화가 되는 계기가 됐다. 이기사에는 정부 결정을 비방하는 댓글이 4만개가 넘는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로 노출됐다.
네이버는 매크로 논란이 심각해지자 이 기사 댓글을 특정해 "사람의 손이 아닌 프로그램 조작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1월1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디지털소통위원회 산하에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 출범시켰다. 민주당 법률대책단은 네이버와 별도로 가짜뉴스와 악성댓글 수백건을 '매크로 조작 의심'사건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31일엔 정식으로 네이버 기사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추가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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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SBS 블랙하우스에서 "내가 공론화 최초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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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2월1일엔 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공중파 방송인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에서 매크로 시범까지 직접 보이며 본격적으로 사건을 키웠다. 김씨는 블랙하우스에서 "내가 이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했다"고 스스로 자랑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후에도 여러번 네이버 댓글과 기사재배치 문제 등을 블랙하우스 방송에서 지적하는 등 댓글조작 사건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런데 2월부터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찰이 IP추적 등을 통해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건물을 압수수색한 뒤 피의자 3명을 긴급체포해 구속시켰는데 이 중 드루킹 김동원씨를 포함해 2명이 민주당원이었던 것이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드루킹' 김동원 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내 폭행 혐의 관련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3/뉴스1
2018년 3월 경찰은 드루킹 일당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곧바로 기소했다. 이후 사건은 경찰의 추가 수사와 재판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수사범위가 확대됐다. 4월경엔 경찰이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연결고리를 확인했다.
김 지사의 의원실 보좌관이었던 한모씨가 금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국회에선 야당이 특검에 의한 수사를 촉구했고 결국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서 특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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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 출범 뒤, 드루킹 측 불법 정치자금수수 소환 앞두던 노회찬 의원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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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이 임명된 뒤, 6월부턴 특검 수사가 본격화됐다. 드루킹 일당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에 앉히고싶어하던 대형 로펌 소속 도모 변호사도 피의자로 소환됐다. 7월 특검 수사가 한참 진행되던 중 노회찬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특검 소환을 앞두고 있었다.
8월 들어선 특검은 김경수 지사의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소환하는 등 김 지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2018년 8월27일 특검은 수사를 끝내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드루킹 일당이 기사 8만여개 댓글 141만건에 9971만회 공감조작을 했고, 김 지사가 그 중 7만6000여개 기사 118만개 댓글에 8840만회 공감조작을 공모했다는 내용이었다.
9월부터는 드루킹 일당의 재판이 시작됐고, 21일 김 지사에 대한 첫 재판도 열렸다.
2020년 3월 대법원은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징역 3년형을 확정시켰다. 2021년 7월21일 대법원은 김 지사에 대해서도 징역 2년형을 확정하며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김 지사는 2년 형기 중 1심 법정구속 당시 구치소에 있던 77일을 뺀 나머지 기간을 복역하게 된다. 지사직은상실되고 피선거권도 한시적으로 박탈된다.
(창원=뉴스1) 여주연 기자 = 댓글 조작 등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2021.7.21/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