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일 오전 9시 서울 노량진역. 전철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면면이 각양각색이다. △배낭에 힙합바지 = 대입 재수생 △단정한 차림의 20~30대 = 임용고시 준비생 △30~50대 여성 및 40대 이상 남성 =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 노량진만의 구별법은 거의 틀림이 없다.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게 부동산학 교재에 파묻혀 사는 진영미씨(가명ㆍ39)는 역을 나서자마자 잰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이미 거리는 수많은 학원으로 빨려들어갈 인파로 가득하다. 진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이어지는 공인중개사 전문학원 추가시험반에 등록했다. 오는 5월22일에 있을 제15회 추가시험 준비생 450여명이 한 강의실에서 공부한다.
이날 수업과목은 부동산공법. 문제지를 풀면서 특강을 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마무리 학습’을 하는 셈이다. 강사(노량진에서는 ‘교수’로 불린다)는 연방 “출제 가능성이 높다”며 열변을 토했다. 행여 강사와 칠판이 보이지 않을까 강의실 곳곳에 설치된 대형TV 9대에서 강의가 생중계되고 있다.
그의 하루일과는 웬만한 고시준비생 ‘저리가라’다. 매일 오전 8시 구로동 집을 나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반 수업을 듣는다. 1,900원짜리 식권을 사서 점심을 때우고 나면 오후 5시까지 자습.
일요일에는 더 바쁘다.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단기특강을 듣느라 하루 종일 강의실에서 산다. 남편과 아이들도 덩달아 고달프지만 진씨는 이를 악물기로 했다.
“지난해 11월에 시험을 치고 얼마나 허탈하던지요. 해마다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 정도로 어려울 줄 몰랐어요. 이번에는 공들인 만큼 성과가 있으려나… 5월 엔 독서실에도 다니려고 해요. ”
그래도 진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돈이나 시간을 적게 들인 편이다.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공부를 하는 덕에 크게 지치지도 않았다. 공무원 퇴직자라는 60대 신사는 “2년 전 처음 시험준비를 하면서 강의테이프, 교재 한 질을 60만원에 사고 학원 등록하면서 새 교재를 다시 샀으니, 수강료와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수백만원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는 공인중개사가 되려는 목표가 확실하다. 중개법인에 취직해서 경험을 쌓은 후 직접 운영을 해볼 생각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부동산 지식 없이 부자가 될 수 있나요?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게 부동산 지식입니다. 특히 주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자격증이잖아요.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거예요.”
학원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 비율이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안 한국법학원 원장은 “공인중개사 공부를 위해 노량진에 출퇴근하는 사람이 하루 3,0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특히 여성이 60% 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요즘 노량진 학원가는 지난해 재시험 파동을 겪으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외환위기 이후 쏟아진 퇴직자를 겨냥, 보습학원처럼 동네 곳곳에 생겼던 학원들이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량진도 한국법학원, 제일학원, 박문각학원 등 4~5개 학원 정도로 압축된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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