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도채비 불
이방에 처음으로 글 올립니다.
21일이 마침 정월대보름이네요.
정월대보름을 맞이하고 보니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도깨비불 이야기 한토막 올리고 가렵니다.
엉뚱한 이야기 올렸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추억에 젖어 보세요.
님들 정월대보름 심하게 놀던 야그 아시나요.
40대 이상은 좀 알랑가 모르겠네여.
아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내가 여그다가 글로 좀 써 놓으믄
무릎을 탁 침시롱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구망 하는 님들도 있을것이여
음력 정월 대보름은 우리 어렸을 적에 참 대단히 큰 행사였제
정월 초하루부터 농악이 시작되가꼬 정월 대보름날 밤에 절정을 이루는디
아침부터 집집마다 댕기면서 추렴을 했제.
줄다리기를 해야 했응게
줄 맹글려면 볏짚이 있어야 할 것 아녀
그리서 볏짚 추렴하러 다닌겨
잘 사는 집은 더 주고 그렇지 않은 집은 조금 주고
십시일반하여 아침부터 뒷보란에서 줄을 맹글었제
이 줄다리기 줄 맹그는게 간단하게 아니고
처음에는 막대기에다가 볏짚을 대고
으른들이 앞에서 볏짚을 이어주면
꼬마들이 앞으로 가면서 막대기를 돌렸제
돌리면 그 게 꼬아지거든
이렇게 수십개를 맹글어 놓고 하나씩 다시 합치는 거여
이럴때는 심이 센 성님들이 모두 모여가꼬 맹글제
다 합치면 커다란 줄이 됐당게
이 줄 다 맹글어 놓고 막걸리 놓고 농악판이 벌어지제
오뽀(싸이렌)가 지서에서 불면 낮12시였어
시계가 어디 있었간디 배꼽시계가 시계제
토방에다가 그림자 그려놓고 대충 시간을 알았지
저녁이야 해가 넘어가면 먹고
오사하게 그 당시는 날도 추웠어
나무가 없어서 안방에 불 피우고
식구들 같이 잠을 자는 겨
호롱불 지름 애끼느라고
불도 밥 먹을 때 말고는 켜지도 못하고
지금 생각항게 초저녁부터 잠을 잤응게로
부모님들이 애들을 한 타스씩 낳았나 봐
내가 결혼해서 왜 그랬는지 알았당게
이불속에서 할 일이 있어야제
대충 알았제 왜 그랬능가
애기 많이 낳은것 말여
야그가 좀 이상하게 삐딱선을 타고 있네
오살놈의 키판이 그렇게 쓰라고 히서 말여
오뽀가 불면 점심 먹으라고 하는 신호라서 집으로 가제
점심 먹고 남녀노소 모이제
농악은 신명나게 울어대고
줄이 두개였거등
그 땐 사람들도 징허게 많았어
줄 두개가 마을을 전부 돌면서 장난을 하는디 이제 장관이여
마을을 도는데 밖으로 도는 것이제
넓직한 보란이나 보리밭이 나오면 두 줄이 쌈을 하지
대단했어 엎어지고 넘어지고 다치고 누가 그리도
치료비 내 놓으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응게
농악은 앞에서 길잡이 하며 신명나게 돌아가고
줄다리기도 농악에 맞춰 돌아가다가
다시 조그만 농로(새마을사업이 안되어) 에 오면 장난을 시작하지.
논고랑에 사람을 줄에서 빠뜨리는 겨
겨울에 질퍽거리는 논고랑 물에 빠져보소
상상만해도 웃음이 나오잖여
그래도 좋아서 끝까지 어울렸제.
줄다리기도 막바지에 오면 힘들이 빠지제
마을 앞 당산마무에 도착하면 줄다리기가 막바지여
농악은 당산나무 주변을 돌면서 흥을 돋꾸고
농악이 끝나면서 마을 으른이 한 말씀 하시제
우리마을 태평성대하게 해주시고
풍년들게 하게 해주시고
일년소원을 빌었어.
개별적으로도 소원빌고 나면
줄다리기 시합이 벌어지제
줄 두개를 하나로 묶어서 몇 번 하는디
마을을 위 아래로 나누어 하기도 하고
남녀가 성대결도 벌이제
일부러 여자들에게 저주는겨
이 게 말이여 내 짧은 생각인지 몰라도
겨우네 움추리고 있던 몸둥이를
농사 시작하기 전에 몸 풀라고 운동을 시킨 것 같여
선조들 지혜가 참 대단하지요
당산나무에 줄을 감아놓으면 끝나제.
이 줄다리기도 초상이나 해산 하는 집이 있으면 2월 초하룻날에 했제
행사를 마치고나면 마을어귀로 어른들이 간당게
앞에는 00수루지가 바다처럼 보이는디
몬당에 쭈구리고 앉아서 산을 바라본당게
컴컴해지믄 불 하나가 산 아래에서 놀제
호롱불인가 도채비불인가 이야기 하다보면
옆에 불이 하나 더 생기고
조금 후에는 뭉쳐서 여기저기 나타나제
산 아래서 놀다가 산 등성이 산 위로
도채비들이 얼매나 불장난을 잘 하는지
불꽃놀이는 저리가라여
기가 막히게 놀데 나도 몇번 보았응게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없었어
환상적이였어 도채비들 노는 모습이
그리고 나서 하나 둘 사라지제.
언제 그랬느냐 하며 변산반도의 산은
컴컴해서 보이지도 않지.
근디 이 도채비 불을 왜 정월대보름날 보는냐하믄
00수루지에다가 농사를 짓는디
도채비들이 산 아래에서 놀믄
그 해 비가 적게 내려 수루지 논농사를 짓고
도채비들이 산 위에서 놀믄
비가 많이 내려 수루지 논농사를 짖지 못하제
비가 많이 오느냐
적게 오느냐를 도깨비불로 안겨
도채비들이 산 위에서 놀믄
그 해 도채비들 욕 무지하게 얻어먹었제
누구한티
누군 누구여
수루지 농사 지어야 시집 가는디
시집 못간다고 고모 누나들이 화를 냄시롱 그랬제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고보니 기억에서 가물거리는
도깨비불이 생각나서 말 나오는데로
적었으니 이해바랍니다.
또 어떤님들이 싸래기밥만 먹었느냐고 하실까바서 요.
반말로 글 올렸다고.
정감있게 표현하려고 그랬읍니다.
19일이 우수네요.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그랬으니
봄이 우리곁에 오긴 왔지요.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펌글 헤헤
2008.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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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기역력 & 문장력 ~` 대단해요 ~ & 재미있게 뒤돌아 보고 갑니다 ~~
얼쑤조오타글은 안드오구 음악만 귀에 들어오니 이거야 원^^*
보름 하면 아무래두 부스럼 나지마라고 호두 깨묵어야 했고 눈썹 희여진다고 잠을 안잤던..기억이 가물 거리지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