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틈이 있다 보일러 수리공은 어디서 틈이 생긴 걸까 쫑긋 두 귀를 세워 탐침기를 엿들으며 젖은 바닥을 이리저리 기웃겨려 보지만 졸졸졸 새는 말의 틈 허약한 말의 본질을 알 수 없다 보일러 배관의 돌아가는 구조를 다시 분석하자 그때서야 누수의 원인을 알았음인지 문제는 변기를 향하는 물관에 찌든 생의 오물이 터졌다는 것이다 타일을 깨고 함마드릴의 괴성이 잦아진 찰나 미세한 틈의 본질이 드러났다 바닥을 시공할 때 배관을 매끄럽게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만 억한 심보로 ㄱ자로 꺾어버린 것이 틈의 첫 단초 졸졸졸 새는 소리 이 모든 것이 끝나자 그동안 집안의 소란을 흘러내리던 누수를 사사건건 치정을 부리던 아래층의 고단한 곰팡이를 잠재울 수 있었다 세상 누구에게도 가까운 친구라면 더더욱 사소한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내는 항상 주객이 전도된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지만 삶이란 틈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한 그레고리 잠자일까 나는 내심 아내의 공자왈 맹자왈 가르침을 네네네 스승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진짜 맛있어 따위 다라니경을 암송한다 그게 이 세상을 살며 터득한 삶의 사소한 지혜란걸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말의 수리공 길길이 날뛰다가도 얌전해지는 말 나는 쉬운 처방을 내리다가 본질은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안다 오늘도 나는 아내가 차려준 아침 밥상에 앉아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걸인의 찬이 싱겁다거나 맵고 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