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까워서 옷이 젖는 고을 화천 만산령을 넘었다.
높은 산을 보려면 강원도로 가면 된다. 내 고향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만 해도 천미터가 넘는 산이 몇 개나 되지만(덕태산, 망바우, 시루봉, 선각산) 강원도의 산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강릉과 평창 사이 대관령(832) 보다 높은 고개가 우리들이 숨이 가쁘게 넘은 고개 이름이 만개의 산이 첩첩이 포개져 있다는 만산령(850미터)이었으니, 내가 우리 땅 걷기 도반들에게 그 많은 불평을 들어도 싸다. 싸!
인생을 일컬어 한 구비 한 고비 돌아가는 고개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돌아가다 보면 고갯마루에 닿고 ‘후’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아스라이 펼쳐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 뒤 다시 내려가는 고갯길, 그 고개를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을 나그네라고 부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구부야 구부야 눈물이 난다.” 진도아리랑 속에도 나오는 그 고개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영(嶺), 현(峴), 치(峙), 점(岾), 항(項)등의 한자이름과 고개, 재, 목, 티 등 순수한 우리말 이름들이 있다. 고개는 지형상 산줄기가 낮아져 안부(鞍部)를 이루는 부분을 말한다. 영이란 것은 등성이가 조금 나지막하고 평평한 곳으로 이런 곳에다 길을 내어 영의 이쪽저쪽과 통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산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영(嶺)은, 문경(聞慶)새재와, 또는 차령(車嶺), 마천령(摩天領), 대관령(大關嶺)등을 들 수가 있다. 치는 고개 재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관북지방과 영남지방에서 이러한 이름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영남지방에는 울치(蔚峙), 또는 율치(栗峙) 등 하나의 접미어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관북지방에선 후치령(厚峙嶺), 주치령(走峙嶺) 등 고개를 의미하는 용어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전라도 지역에도 웅치, 판치 등의 고개가 있으며 점은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는데 문경새재를 그 지방 사람들은 ‘억새풀고개’ 즉 초점(草岾)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개는 일반적으로 분수계(分水界)를 이루고 고개의 양편에는 골짜기가 길게 발달하므로 예로부터 이러한 골짜기를 끼고 길이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의 적유령이나, 죽령 등의 경우와 같이 유럽 알프스 산맥의 몽스니(Mont Cenis),상 베르나르(St.Ber-nard), 상고트하르트(St.Gothard), 심플론(Simplon), 베르네르(Brenner)등은 유럽 대륙의 북부지방과 남부지방을 연결해주던 이름난 고개들이었다. 한편 인도 북부의 카이버 고개는 중앙아시아와 인도 반도사이의 주요통로로 고대로부터 민족의 이동과 문화 전파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적유령은 평안북도 희천시 종창면과 강계시 화경면 사이에 있는 고개로 높이는 963m이다. 이 고개는 적유령 산맥으로 분리된 청천강 유역과 자강고원을 연결하는 교통로인데 강계는 목재, 산삼의 집산지이고 희천은 이름 높은 명주의 집산지이다. 적유령 부군에 구현령(815m), 온전령(963m) 등의 높은 고개가 있다.
한반도는 높은 산지의 대부분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고개는 개마고원과 장백정간 그리고 백두대간에 자리 잡은 고개들은 대부분이 높고 험하며 서남부 지방의 고개들은 대부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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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은 해발고도가 832m이고, 고개의 총연장이 13km에 이르며, 고개의 굽이가 99개소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과 영동을 잇는 영동고속도로의 마지막 고개이며, 지금은 영동고속도로가 터널로 통과하고 있다. 대관령을 경계로 동쪽은 오십천이 강릉을 지나 동해로 흐르며, 서쪽은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이 된다. 정상에는 그 옛 시절 대령원이라는 원이 있었고 횡계리에는 횡계역(橫係驛)이 있어 험준한 교통로를 유지하여 길손들의 편리를 도모해 주었다.
고려 때의 문신인 김극기는 “높은 산이 푸른 바다 동쪽으로 솟았는데, 만 골짜기의 물이 흘러나와 천 봉우리를 둘렀네. 가을 서리는 기러기 가기 전에 내리고, 새벽 해는 첫 닭이 울 무렵 돋는구나.' 하였고 『신증동국여지승람』 '역원'조에 '대관령 위에 있으며 부치(俯治)에서 백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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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개는 도둑들의 근거지였다. 여덟 명이 조를 짜서 넘었다는 대구의 팔조령(八助嶺), 고개 길이 하도 험하고 도둑이 들끓어서 육십 명이 모여야 넘을 수 있었다는 남덕유산 자락의 육십령, 백 명이 모여 넘었다는 구미시 장천면의 백곡고개, 천명이 모여 넘었다는 인천의 천명이 고개,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넘었던 고개가 도둑이 많기 때문에 만 명이 모여서 넘었다는 부여 홍산의 만인재가 우리나라의 고개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사연도 많고 힘들기도 했던 마난령 고개, 언제 다시 넘을 수 있을까?
2026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