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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인물을 살해 할 목적으로 10년이라는 세월을 오로지 한가지 용도만을 위해서
무예를 연마한 자와 그의 살해 대상과의 대화로 영화는 이루어져 있었다.
시간이 돼서 시작한 영화의 도입부에서 한 남자가 군대의 호위를 받으며
마차에 몸을 싣고 쓰촨성 근처의 풍광처럼 보이는 광활한 중국대륙을 바삐 가로질러 질주한다.
마차와 호위 군대는 자금성과 같은 모습을 한, 황제가 살고있는 궁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는 검은 관복의 재상이라는 자가 기다리고 서 있다가 마차에서 내린 남자가
황궁까지 오게 된 그의 행적중 현 지배 권력에 우호적인 부분에 대한 치사를 하고
황제에게 보고를 한다.
이어서 카메라의 촛점은 마차에서 내린 남자에게 맞춰지고 그가 황제의 용상이 있는
대전을 향해서 걸어 가면서 카메라 앵글이 서서이 넓어지는데
시황제가 살던 궁이 어느 정도 넓고 웅장하리라는 나의 상식적인 예견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넓어지는 화면속 황궁 장면 카메라 앵글의 시야는
마치 어릴 적 강가에서 헤엄을치다가 숨이 차서 여기 정도면 수심의 바닥이려니 하고
짐작했다가 그 바닥이 예상과 훨씬 다르게 깊었을 때
어린아이가 느끼는 그런 당혹감과 두려움으로 초월하고 있었다.
적당한 크기의 궁안에 이 삼십명의 신하를 예상했던 내 기대를 여지없이 허물어버리고
거대한 광장과 같은 궁안에 칠 팔만은 족히되는 관료들의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해버린다.
장이모우는 대전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남자의 전신 풀샷으로 시작해서
점점 카메라가 멀어짐에 따라 황궁이 어느 정도 넓을지를 미루어 예상하는 관객에게
스스로의 식견이 얼마나 외소한가를 통절하게 깨닫게 해 준다.
화면은 바껴서 황제를 알현하는 절차상 거치는 전신의 수색 장면이다.
검은 진나라 관복을 입은 궁인들의 사이로 육체적 단련으로 아름답게 진화된
남자의 나신이 드러난다.
발달 된 근육질의 남자의 몸이 클로즈업 되면서 수색하는 자의 손길을 따라
골격위에 특수 목적을 위해 단련 된 근육과 그 근육을 적당한 두께로 덮고 있는
아름다운 피부는 알맞은 양의 지방질로 인해 섹쉬한 매력을 발산한다.
인마살상용 무기를 소지하지 않음이 검증 된 남자는 마지막 경고를 듣는다.
황제와의 거리가 백보를 유지하지 못하면 그의 바이탈 싸인이 타의에 의해
멈추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황제는 당시의 진나라 왕 영정이고 그와 만나기 위해 온 남자는 무명이라는
고아 출신 지방의 하급 관료이다.
황제는 그가 황제 자신이 매우 우호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일을 하게 된
이유와 경위를 알고 싶어했다.
황제를 암살 대상으로 자객이 된 세명의 고수가 자객으로서 임무에서
강제로 해제 된 것이 바로 이 남자의 공로였으며
그것은 세 자객들의 주무기들의 노획으로 사실이 증빙되었기 때문이다.
무명이라는 캐릭터로 연기를 하는 이연걸이 입을 열면서
화면은 무명과 자객중 하나인 은모장천의 대결 씬으로 들어간다.
국적 불명의 장천은 베일에 쌓여 얼굴이 알려지지 않는 자로서 견자단이 연기한다.
그는 길고 커다란 자루까지 금속으로 된 쇠창을 쓰는데 철갑 전차까지도 뚫을 수 있는,
은빛 말의 꼬리털이 달려 있는 무기만이 오직 그를 식별 할 수있는 유일한 단서이다.
명성은 있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아무도 보지 못해서 일까? 노우~!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얼굴은 마주 본 자는 살아서
장천의 몽타쥬 작성에 일조를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내리는 빗물
빗물 사이를 타고 흐르는 늙은 맹인 악사가 연주하는 현의 아름다운 선율...
검과 창의 끝을 아래로 향한 두명의 고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서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살을 베고 뼈를 꿰뚫는 살기가 흐른다.
바둑의 고수가 고수와 만났을 때 마지막 한수를 위해 펼치는 심내전과 같은...
칼과 창은 물리적인 힘을 전달시켜서 그 날과 끝에 상대를 향한 살의를 집중시키는 무기이다보니
그것이 스치고 지나간 공간과 물체는 엄청나게 증폭된 파괴적인 에너지로 충격적인 음파와
주변부 물체들에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상처를 준다.
서로에게 댓쉬하는 두 사람의 이마에 부딪쳐 분산되는 떨어지는 빗물이
작은 물방울로 변해 지면에 닿기도 전에 그들은 댓쉬했던 목적을 달성 해버린다.
스피디하고, 절제된 동작으로 주변 바둑판위에 놓여 있던 바둑알이 화점을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몸짓 하나 하나가 기를 떠나 예의 경지에 있음을
나레이션없이 영상으로 직접, 완벽하게 필름에 코팅 해내며
공간을 가르는 검과 창이 내는 공명음은 관객의 골수 깊숙이 현장감을 각인시킨다.
여기서 장천을 향해 전진 비상하는 무명의 얼굴에 부딛쳐 튕겨나가는
빗방울의 생생한 묘사는 고속 촬영기법의 백미이다.
황제는 묻는다.
"그를 꺽은 그대의 무술은 무엇이라 부르는가?"
"......"
황제는 20보 앞으로 불러 그를 치사하고 다시 파검과의 대결 현장의 검증을 요구하고 나선다.
오래전 황제는 파검과의 일전으로 그를 알고 있었으며 파검은 본인 스스로의 의사가 아니면
결코 누구에게도 패하리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검은 조나라 사람으로 서예와 무예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 관계에 관하여 깊이 이해하므로써 서예를 통해 19가지
허공 부양 검술을 터득해 경지에 이른 자로서
이미 영정의 암살 시도 경험 ㅡ 이 장면은 황제 영정의 회상 장면에서
파검은 현 중원의 암울하고 혼란한 상황을
새로운 질서로 바꿀수있는 인물이, 바로 자신의 칼끝에
그 운명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칼을 거둠으로 그들, 파검과 비설 두 자객의 임무는 실패로 끝나고
그 일로 비설과의 사이에 깊은 골이 자리한다 ㅡ 이 있어서
황제 영정도 그를 알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래스에서 상처입은 게이 역을 연기했던
양조위가 파검 캐릭터를 연기한다.
양조위의 허무주의 적이고 퇴폐적인 눈빛과 문무를 겸비한 파검이 가지고 있었던
천하를 바라보는 따듯한 가슴의 초인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언 밸런스는
세속과 탈속만큼이나 괴리감이 있어 보였다.
무명은 파검과 비설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관계에 대한 인간적인
약점을 이용해서 그를 격파했다고 경위를 설명한다.
그는 파검에게 글씨를 의뢰하는 형식으로 접근했으며 파검이 이를 수락하여
주사 를 갈아서 '劍' 자를 쓰게 되며
파검은 그 글씨속에 자신의 무예의 결정체가 들어 있다고 말한다.
한편 무명의 이야기 속에서 파검은 비설의 질투서린 칼날에 살해된다.
그것은 무명이 가지고 온 은모장천의 창에 비설이 간직하고 있던
창의 장식 조각을 맞추는 장면으로 비설의 모습이 전장에 나간 애인의 유품을
확인하는 여인네의 그것인지라..
절세의 무예를 익힌자가 여인에게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무기의 일부를 떼어 준다는 것은 둘 사이가 현재 파검과 비설의 공식적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주기에 충분한 부적절한 관계 였다는것을
객석에 팔짱 끼고 앉아 코 끝으로 내려다보는 관객도 눈치 챈다.
연인 관계에 있으면서 연인의 충분한 사전 이해가 없었던 부적절한 관계의
예기치 못한 노출은 대부분 다른 한쪽에게 상처와 분노를 야기한다.
흐 흐 흐 ..천하를 걱정하고 모든 것의 경지에 이른것 처럼 보였던 이도
이런 인간적인 감정에서 쿨하지 못했던가..
격분한 파검이 몸종 여월을 불러 비설의 눈길을 의식하며 섹스를 보여준다.
쪼잔하다. 너 아니면 여자가 없드냐, 또는 한강의 배는 떠야 경관이 아름답지 않겠는가..라고 했다면 ?
하 하 하..보여주기 위한 섹스였으니 당연이 과장된 행위가 수반 됐으리라.
더구나 여월은 신인시절의 장쯔이로 신분의 차이로 인해 파검을 사랑하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는 몸종 역활을 맡았으니 그녀의 미모는 말하면 입만 아프고
남자의 원래 소유권을 믿고 있던 비설의 심기가 매우 불쾌하다.
비설 역의 장만옥은 성장을 모두 마친 성인 사내의 맛을 안 여인이 자신의 남자를
다른 여인에게 뺏겼을 때의 질투와 상실감, 복수심으로 흔들리는
여자의 내면 연기를 색기와 독기서린 애증으로 표출 해 낸다
또한,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연기해서 유명해진
한쪽 눈에서 똑, 떨어지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한방울 눈물 연기도
양조위와 장만옥의 기량을 말해 주고 있었다.
아..내 행위는 상대의 이해를 바라고..상대의 불륜은 용서할 수 없는것이 만고의 진리던가..
비설의 질투서린 칼날은 천하를 이해하던 남자 파검의 가슴을 꿰뚫고 만다.
이 부분에서 장이모우는 그가 붉은 수수밭이나 홍등에서 보여 주었던
중국적인 붉은 필터로 질투와 반목의 연인관계를 환상적으로 비쳐 보인다.
결정적으로 무명은 황제의 군사들로 둘러싸인 진 한가운데서 비설과의 일전으로 비설 마져 제압한다.
그의 십보 필살검법으로!
황제는 무명을 십보앞까지 허락하여 다시 그의 공로를 치사한다.
그리고 묻는다.
" 너는 누구냐? "
황제는 무명의 우호적인 행위의 결과로서 자신 앞에 놓인 노획물들의 취득 경위에 대한
무명의 진술을 믿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는 황제가 예측하는 실제 상황에 대한 그의 해석을 불루톤의 색깔로 재구성한다.
무명이 그의 속내를 들킨 것이다.
그리고 외견상으로 그것은 용상 앞에 여러겹으로 놓여 있는 촛불의 흔들림으로
살기를 느낀 황제가 궁극적으로 무명의 모든 행위가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황제의 용상뒤로 파검이 붉은 주사로 쓴 '劍' 자가 클로즈업 된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劍"자 속의 파검의 무예의 비밀과
파검이 말하던 황제 시해의 부당성에 대한 갈등으로 흔들린다.
"무명..."
"모든 나라가 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시도하고 감행하면
천하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걸세, 통일된 질서가 나타나
그것을 조율 할 수 있어야 천하는 평온을 찾을거야..
현시점에서 그것에 가장 근접한 가능성이 있는자가 영정이란 걸 알았네.
그를 죽여서는 안돼.."
그는 고르바쵸프가 시도한 페레스트로이카와는 정반대적인 입장에서
천하를 이해 한 것이다.
무명은 파검과의 둘 사이에 있었던 대화를 황제에게 이야기 한다.
황제는 눈물을 흘린다.
지금까지 자신이 전장을 지휘하는 동안 행해진 무수한 인명을 앗아간 전쟁과 살육이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하여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이해도 얻지 못하던 그가,
자신의 적이었던 사내에게서 유일하게 그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촛불은 무명의 심중을 암시하듯 불안하게 흔들린다.
황제는 묻는다.
"지금 네겐 아무것도 없다."
"다시 말하자면 너의 그 10보 필살 검법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나를 죽이겠는가?"
"왕의 검을 빼앗아 목적을 이룰 요량으로 그에 맞는 수련을 해 왔읍니다."
여기서 장이모우는 그가 얼마나 빠른 쾌검인지 보여준다.
파검과 비설이 지켜보는 장서각의 장면으로 카메라는 옮겨지고
무명이 화강암 바닥에 한쪽 발로 충격을 가하자 그 반동으로 소반 위의
옥을 깍아서 만든, 차가 잠긴 찻잔이 공중으로 솟아 오른다.
그 찻잔이 공중에 머무르는 동안의 시간에 무명은 장서각을 원형으로
둘러 싸고 있는 담장 높이의 종이가 아닌 기록 보존의 수단 이었던
죽편 두루마리를 감고 있는 끈들을 모두 잘라서 성처럼 쌓여있던 두루마리가
대나무 젓가락처럼 분리되어 무너지게 만든다.
옥으로 만든 찻잔은 튕겨져 올라 갔다가 모든 것을 마치고 착지한 무명의 검신 위로 사뿐이 내려 앉는다.
수면의 흔들림조차 조절할 정도의 여유로운 쾌검이었다.
황제는 자신의 검을 빼서 무명에게 던져주며 신념이 정당하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
오랜 세월 연마해 온 십보 필살 검법을 시전하여 자객의 임무를 완수하라고 허락한다.
무명은 천하 태평이라는 거대한 틀과 자신이 믿고 있었던 가치와의 갈등으로
지금까지 당당했던 목적의식에서 벗어나 중심을 잡지 못한다.
황제는 객석에서 무명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는 관객에게 조용히 묻는다.
"너는 파검이 준 이 "劍" 자의 의미를 아느냐?"
"이것은 천하를 살리는 검이다.
파검의 무예의 정수는 천하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명은 자객으로서 자신의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대전을 나선다.
황궁의 성문앞에 도착한 그가 서서이 돌아서 황제가 있는 곳을 담담히 바라본다.
고요하고 담백한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갈등이 아닌 조용한 신뢰가 담겨져 있다.
카메라는 무명이 바라보는 곳을 보여주기 위해 서서이 멀어지고.. 서라운드 입체 음향시설에서
활 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를 향하여 하늘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의 화살이 쏟아진다.
성문과 주변 성곽에는 바늘 꼽을 자리도 없을 만큼 많은 철궁이 박혀졌다.
화면이 카메라 줌인으로 바뀌면서 다만, 무명이 서 있던 자리만 인체 형상의 음각화처럼 비어 있었다.
[[[[ 終 ]]]] ㅡㅡㅡ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영웅'ㅡㅡㅡㅡ
[사족]
다시 불이 켜진 영화관을 빠져 나온 나는
과연 누가 영웅 이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영화관 로비에 붙여져 있는 포스터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흐 흐 흐 ..영웅이 꼭, 한 사람이어야 했나?
누구든, 중국 여행 중 만리장성에서 인체 형상의
음각화를 발견하거든 말없이 천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가슴에 묻은 영웅들의 숨결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흐 흐 흐 ..볼 수만 있다면,
혹시, 알겠는가.. 그가 보고 있는 현 세계 정세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들려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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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훔..청소년기에 3년동안의 기억을 공유한 자들의 사이버 공간에서 무엇을 할까? 이것이 현재의 저로서는 가장 매끄럽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밥짓고 설거지 하다가 느낀것들, 짬 나는대로 보았던 영화에 대한 생각들, 여행에서 얻은 추억들 , 일단은 그것으로 드나드는 흔적을 남기고 싶담미다. 혹시..맘에 들지 않으면 그렇다고 댓글 달아 주세요^^;;; 무언의 시위는 넘 무서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