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지(Ridge)’는 산줄기를 형성하는 능선을 지칭하는 용어다. 바위로 형성된 날카로운 능선은 물론이요, 완만한 경사를 형성한 산줄기 역시 리지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꾼들이 많이 사용하는 ‘리지’라는 용어는 사전적 의미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리지 등반’은 바위가 많은 岩稜을 따라 산행하는 것을 뜻한다.
등반 대상지로서의 ‘리지’는 바위 봉우리와 암벽으로 형성된 날카로운 능선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짧은 암벽등반과 하강, 워킹을 반복하는 스타일로 진행된다. 또한 리지 등반은 일반적으로 암벽등반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많아 적절한 안전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리지 등반을 위해서는 확실한 채비가 필요하고, 등반 시스템을 익혀야 한다. 등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일련의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달에는 코오롱등산학교 김성기 강사의 ‘리지 등반기술’을 소개한다. 김 강사는 ‘리지 등반’ 분야의 이론과 실기를 교육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강좌를 맡고 있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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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만경대 리지를 등반하고 있는 클라이머. (우) 러닝 빌레이 방식으로 비교적 쉬운 리지 구간을 등반하고 있다.
리지 등반은 암벽보다 쉽다?
“난이도는 리지를 구분하는 척도가 아니다”
리지는 등반 대상지의 형태를 규정하는 말이지, 등반의 난이도나 성격을 의미하는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리지 등반은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쉬운 암벽등반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위험도 덜하며, 등반에 사용되는 장비나 기술은 일반 암벽등반에 비해 가볍고 쉬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보편적으로 ‘리지’는 암벽등반 루트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리지 루트의 경우, 엄청난 규모와 난이도의 암벽을 넘어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곳은 웬만한 암벽 루트보다 훨씬 힘들고 체력 소모도 심하다.
인수봉과 같은 큰 암벽은 등반을 시작하기 전에 암벽 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적절한 확보기술을 사용해 오르게 된다. 때문에 추락하더라도 제동이 되고 바닥이 아닌 암벽 면에 떨어지며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리지 등반 도중 나타나는 짧고 쉬운 암벽의 경우, 아무런 확보 없이 오르다가 추락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물론 확보 시스템을 이용해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급사면을 내려갈 때도 로프를 걸고 하강할 것인지, 그냥 걸어서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잘못 판단할 경우 큰 사고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암릉의 경우 크고 작은 바위와 나무들이 불규칙하게 노출되어 있어 추락하면 충돌의 위험이 높다. 로프를 사용한 확보 등반을 하더라도 고정 확보물이 적어 선등자가 추락하면 지면으로 떨어질 위험성도 높다. 지면 추락은 암벽 등반에 있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추락 거리가 짧아도 발에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등반자의 발부상은 후송이 어려워 2차 조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리지 등반은 일반 암벽등반보다 위험성이 더 큰 활동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암벽등반 사고의 대부분은 리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리지 등반을 위한 철저한 채비와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 실제로 리지 등반은 일반 암벽등반에 비해 훨씬 다양한 확보기술이 사용된다. 또한 현명한 판단, 적절한 대비, 그리고 풍부한 경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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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만경대 리지를 등반하고 있는 클라이머.러닝 빌레이는 등반자 사이에 연결된 로프를 상황에 따라 풀었다가 사리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우) 조금 어려운 구간이나 추락시 위험한 곳에서 사용하는 고정로프 따라 오르기.
리지 등반에 필요한 채비
등반·워킹·하강에 모두 적합한 신발이 필수
리지 등반에 필요한 준비물은 개인 암벽등반 장비와 공동장비, 기타 장비로 구분할 수 있다. 이제 북한산 일대의 리지를 등반하려면 암벽등반 장비의 착용은 필수다. 평일에도 주요 리지의 길목에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이 지키며 장비 착용자에 한해 등반을 허용하고 있다.
등반자 개인별로 준비할 암벽등반 장비는 헬멧, 안전벨트, 자기확보물, 슬링, 카라비너, 확보·하강기구, 리지화, 초크 등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로 구성된다. 공동장비로는 50m 이상 되는 로프 2동과 확보물(캠 1세트 외) 등을 갖춰야 한다. 그 밖에 필요한 장비로는 배낭과 식량(행동식과 비상식), 물, 윈드재킷, 보온의류, 헤드램프, 비상약품 등이 있다. 특히 비상식과 윈드재킷, 헤드램프는 조난이나 위급 상황에 대비해 언제나 배낭 속에 넣어둬야 할 필수품이다.
복장은 활동성이 좋은 것이면 무난한데, 바지의 경우 허리 벨트가 없는 것이 안전벨트 착용시 편하다. 또한 가능하면 신축성이 좋고 통이 좁은 것이 발끝의 움직임 관찰에 유리하고 활동이 자유롭다. 상의는 단추가 적고 단순하며 신축성이 좋은 것이 유리하다. 안전벨트 착용시 상의는 벨트 안으로 넣어 단정하게 처리해야 등반시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신발은 리지화를 신는 것이 일반적이다. 리지화는 부틸고무가 함유된 바닥창을 사용해 바위와의 마찰력이 뛰어나다. 암벽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쉬운 암릉 등반에는 충분히 성능을 발휘한다. 리지 등반은 암벽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워킹과 하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신발 착용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