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23일 성동구 상왕십리동, 은평구 진관내·외동, 성북구 길음동 등 강북 뉴타운 3곳의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난 가운데 해당지역 땅값과 인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개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강북과 강남의 균형 발전`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추진된 강북 재개발 계획은 해당지역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환영을 받고 있는 반면, 이해관계가 엇갈린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다른 `불균형 개발`이라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또 서울시의 보상수준에 대해 불안해 하는 집주인들, 집이나 점포를 옮겨야 하는 세입자들, 교통악화에 불만을 품은 주변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개발 기대감에 땅값 `들썩`=개발계획 발표 직후 해당지역 주택 및 토지가격은 개발 기대감에 호가가 급등했다. 땅주인들은 팔려던 매물도 급히 거둬들였다.
성동구 상왕십리동에서는 재개발 지분거래용으로 매입이 쉬운 10∼20평형대 소형주택의 경우 개발계획 이전 평당 300만원 하던 집값이 평당 1000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은평 뉴타운으로 개발되는 진관내·외동에서는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는 단독주택인 경우 평당 250만∼300만원에서 발표 이후 평당 450만∼5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길음 뉴타운 인근 동부센트레빌 43평형의 경우 개발계획 발표 이전 3억2000만원이던 매매호가가 지금은 3억7000만원으로 5000만원이나 뛰었다. 하왕십리동 청계벽산 45평형도 발표 이후 호가가 4000만원 올랐다.
일각에서는 주택·토지가격 상승세를 틈타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몰리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발 발표 직후 지난 8일까지 진관내·외동의 전입신고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배에 이르고 이달들어 상왕십리동에 평소의 2배가 넘는 전입신고가 매일 접수되고 있다는 것은 개발 투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개발계획에 대한 불만·비판 증가=뉴타운 대상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개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강북 뉴타운 계획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 개발방식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상왕십리의 경우 시의 보상수준에 불만을 품은 주택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결성돼 민간재개발 방식을 주장하며 시의 공영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도로와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지역으로 수용되는 땅이 많은 은평 뉴타운지역에서도 땅주인들의 불만이 높다.
◇해결과제 산적=왕십리와 은평 뉴타운은 보상 문제가, 길음 뉴타운은 교통문제가 해결돼야 할 우선 숙제다.
길음 뉴타운 개발계획에 포함된 1∼8구역의 아파트 가구수는 모두 1만1500가구. 여기에 기존 SK북한산시티(5327가구), 미아 벽산(2075가구)과 내년에 입주하는 정릉 풍림(2305가구), 미아 풍림(2017가구) 등을 합치면 수년내 이 일대 아파트 가구수는 2만3000여가구가 넘는다. 하지만 인근 도봉로와 삼양로 등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매일 출퇴근 시간이면 최악의 교통지옥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수유리, 방학동, 쌍문동은 물론 의정부에서 오는 차량으로 뒤덮이는 도봉로는 하루종일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뉴타운 개발 이전에 교통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강북 뉴타운 개발은 외국의 도심 재개발처럼 15∼30년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을 하지 않고 단기간에 계획이 이뤄져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박사는 “개발계획 발표 후 해당지역의 땅값이 올라 토지 보상비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는 등 재원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개발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상문제, 교통난, 재원마련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