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봄으로 들어가는 날 입춘이다. 동검도채플에도 봄이 들어온 것처럼 따사롭고 평화롭다.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사는 것처럼 큰 축복이 없는데 여기 동검도채플에 앉아 있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것처럼 좋다.
조광호 신부님에 의해 동검도채플이 생기고 강화도에 사는 십여분이 정기적으로 미사를 드리면서 자연스럽게 동검도채플 신앙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엠마 자매님이 주일 점심을 준비해주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한 식구가 되었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급속히 서로 가까와져 우리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처럼 반가와서 서로 어쩔줄 몰라 한다. 파릇파릇한 정이 새싹처럼 돋아난다.
첫교회가 생겼을 때도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
우리 신부님은 너무 좋다. 주일 강론을 들으면 천상의 메시지를 듣는 것 같다.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진과 글도 아주 좋다. 칠십이 훨씬 넘으셨는데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시고 글도 쓰신다. 밥하고 빨래하는 것도 혼자 다 하신다. 이런 귀하신 분을 곁에서 뵙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그리고 여기 오시는 형제 자매님도 사적으로 한분한분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
새로 영세를 받으신 분도 나날이 믿음이 자라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오고 그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부인의 행복한 모습도 보기 좋다. 냉담했던 분도 여기 오시면서 얼굴이 해같이 빛나고 반주하시는 자매님도 모습이 환하시다. 병을 앓고 계신 어르신도 단아한 고상함이 느껴지고 수발드는 따님도 힘든 일을 즐겁게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다. 목사님도 여기서 영세를 받으시고 커피도 직접 내려주시고 이런저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동검도에 사는 우리 회장님은 언제나 웃는 모습이 하회탈 같다. 편안하고 소탈해서 너무 좋다. 엠마님의 수고는 최상의 칭찬으로도 부족하다. 신부님 일을 돕고 계신 자매님도 인천에서 매주 오시는데 고귀한 기품이 하늘 귀족 같으시다. 남편이 시인이신 동검도에 사시는 자매님도 어릴적 시골교회에서 뵙던 권사님들처럼 편안하시다. 여기 오시자마자 우리들을 댁으로 초대해 윷놀이를 함께 할 정도로 소탈하신 프란체스코님과 자매님도 참 좋다. 프란체스코님은 설걷이등 수고할 일이 있으면 언제나 앞장서신다. 어떤 보살님은 불교신자인데도 여기오셔 엠마님 점심 준비하는 일을 도와주신다. 나는 무슨 복이 많아 이런 좋은 분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축복울 받게 됬는지 감사할뿐이다.
동검도채플에 오셔 자원봉사를 하시는 이십여분들은 말 그대로 천사들이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한결같이 이곳이 해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라며 좋아 하신다.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움의 문을 통해 곧바로 하느님께로 갈 수 있다. 어떤 말 보다도 침묵 속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아름다움이 신에게로 가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다. 동검도채플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