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허리 소백산 마구령(馬軍嶺)
*
우리가 첨단 종합도시인 서울에서 생활을 하지만
마음은 늘 아득한 시골의 추억을 그리워 합니다.
아마, 저같이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학창시절을 경험하고
어른이 되어 먹고살기위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모든 중년아저씨들의 공통적인 로망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은 늘 고향에 가 있지만... 몸은 서울에 메여 마음편히 고향을 찾지 못하지요.
설사... 명절이나 휴가때 꿈에 그리던 고향을 찾아도
어릴적의 그 아늑하고 포근한 추억의 마음속의 고향은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났고,
가끔씩 부모님 산소를 찾는 때 외... 고향은 그냥 사전에 있는 단어일 뿐입니다.
고등학교때 대구로 유학을 가서 줄곳 외지로만 돌았으니
고향에 어릴적 친구들이 남아 있지도 않고...
설사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있어도 35년이상을 연락도 없이 지낸터라
공유할 수 있는 젊은 날의 추억거리도 없습니다.
**
우리집 네 식구가 함께 가족 드라이브를 다녀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가족여행이라면
제가 알고 있는 곳이나 다녀온 곳의 환경이나 여건을 고려해서 여행지를 택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편한 숙소와 잘 포장된 도로, 중간중간에 가족들이
모두 관심 있음직한 테마를 끼워서 가급적 편한 여행코스를 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표 자체가 강원도, 충청도 그리고 경상도가
경계를 같이 하고 있는 소백산 깊은 계곡,
백두대간의 소백산 구역의 최북단 옛고개를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
그동안 구체적인 지명과 목적지를 정해 놓고 산을 찾은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며칠전 문득,
경상도와 충청도 강원도 경계를 짓는 소백산 마구령 이야기를 회사 후배님에게 들었습니다.
회사 후배님이 길을 잘못 들어 이름모를 소백산 계곡을 자동차로 넘었는데
그 시작이 영주시 부석면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한대 겨우 빠져나갈 임도를 넘어 도착한 곳이 충북 영춘이라고...
제가 알고 있는 고향의 소백산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대화를 하다보니
언젠가 온달여울에서 낚시를 하고 아버님 산소로 가는 길을 찾다가
결국 다음으로 미뤄두었던 비포장 임도가 생각났습니다.
마구령..
소백산 고개중 죽령, 고치령 다음으로 북쪽에 위치한 오랜 고개입니다.
천 오백여년전, 신라와 고구려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바보온달로 유명한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국경전투를 벌이다가
전사한 뒤... 안타까움과 원한에 시신을 담은 관을 들수가 없었는데
평양에서 한달음에 찾아온 아내의 위령곡을 듣고서야 비로소 운구를 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실제로 온달산성을 보니 공성전 보다는 산세의 지형상, 유격전을 주로 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온달산성이 남아 있지만 이 온달산성을 본영으로 해서 마구령을 넘어
소백산 너머 풍기나 영주, 안동지방까지 공격을 하고 또 다시 마구령을 넘어
온달산성으로 돌아왔을 법 합니다.
옛날에는 마구령을 말과 군사들이 넘었다고해서 馬軍嶺 으로 불리웠다고 합니다.
그동안 낚시를 다니면서 소백산 북쪽,
그러니까 단양과 영월권의 남한강은 한달에 몇번씩 찾던 쏘가리 낚시터 였습니다만....
이동시에는 시간상문제로 대개 중앙고속도로를 끼고 돌았습니다.
이번엔 제 마음속 안개너머로만 보았던 신비의 영산을 직접 넘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음속에 품고있던 꿈을 현실로 확인하는 절차지요...
< 영춘면 소재지 입니다. 한적한 충청도 시골 면소재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 영춘면을 벗어나기 전...오른쪽으로 동대리 남대리로 가는 지방도로가 있습니다.
이 길도..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서 겨울이면 통제가 될 듯합니다.>
<고개를 넘어 동대리 마을에 서있는 느티나무...왠지 마음이 푸근해 집니다...ㅋㅋ >
<동대리를 지나 포장도로는 아득한 소백산 계곡 안쪽으로 끝없이 이어 집니다.>
<의풍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산중턱을 깍아서 만든 길로 아직도 군데군데 공사중입니다.>
< 고개를 넘자 정말 그림같은 산속마을 의풍리가 반겨 줍니다.
고개넘어 이런 분지가 있을 줄을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이곳이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중 한곳으로 표현되겠지요?...
아무리 큰 난리가 나도 외침을 받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살수있는 안전한 곳...>
< 의풍리에서 한평생 유랑생활을 한 김삿갓의 무덤이 있는 유적지로 가는 길이 연결됩니다.>
< 마을어귀에 <의풍마을>이라고 표지석이 있습니다.>
< 의풍2리....제가 봐서는 의풍리나 의풍2리나 같은 곳으로 보입니다만...>
< 의풍리를 지나면...드디어 경상도 땅입니다.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
<남대리 마을 전경입니다. 남대리는 부석면 소속이니 인터넷발급이 안되는 과거에
주민등록등본하나 떼려면 저 까마득한 마구령을 넘어야 할까요?...ㅋㅋ>
<여기서부터는 경상도땅...아직 충청도 소백산이 멀게만 보이지만,
틀림없는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 입니다.>
< 아직...아직은 개발이 안 된.... 그래서 서울사람들의 돈 때가 덜 탄 남대리 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청정 오지마을로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왼쪽, 오른쪽에 예쁜 펜션이 군데군데 있는 걸로 봐서 벌써 서울입김을 쐰 것 같기도 하고...>
<소백산 산삼마을, 범죄없는 마을 3회 지정...
청정 오지마을의 지금까지 성적표입니다.>
<남대리의 끝..
갈데까지 가면 주막거리가 나옵니다.
옛날에는 마구령을 넘어가고 넘어오던 경상도 사람, 충청도 사람들이 어울리던 곳입니다.
아마, 마구령을 넘어 신라땅에서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는 고구려 군사들이
부상당한 전우에게 막걸리 한사발 권하며 힘을 내라고 격려했을성 싶습니다.>
지금은 주막거리라는 표지석만 남아 천년의 역사를 대신 말해 줍니다.
이곳부터 길은 ..본격적인 소백산 마구령 어귀로 구비를 틉니다.
< 주막교를 지나면 왕복 2차선이 1차선 임도로 변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상쾌한 소백산의 청정 숲속을 통과하여 영남으로 향합니다.>
<옛날에는 걸어서, 또는 말을 타고 이 길로 접어 들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졌을 겁니다.
지금은 차량으로 넘을수 있도록 시멘트로 대부분 구간을 포장을 해 놨습니다.
그러나...역시 소백산 옛고개는 걸어서 넘어야 제 멋입니다.
집사람과 딸내미가 이구동성으로 이번 가을에 걸어서 올라가자고 합니다.
저는 흔쾌히 '그러마'고 했습니다. 집사람과 딸내미가 걸어서 마구령까지 올라오면
부석으로 내려가는 길은 제가 차로 모시지요..ㅋㅋ^^ >
<마구령으로 올라가는 길은 측백나무와 소나무 터널로 이루어 집니다.>
<저만치 마구량의 정상이 보입니다.
부석쪽에서 올라온 한 가족이 돛자리를 펴고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있고...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여러명의 중년 동호인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뒤에 따라오는
일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 영주시(또는 산림청?)에서 설치했을 <백두대간 마구령> 표지석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
<백두대간 종주 등산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능선길입니다.
저희들은 고개를 횡단을 했지만....종단산행을 하려면 이 이정표를 잘보고 올라가야 합니다.
등산로를 보니까 워낙 심산유곡이라서 그런지 어디가 길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경험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구령 표지석 뒷편 바닥에 있는 표지판인데...뭔지 모르겠습니다.>
<마구령을 넘어서면 부석면 소재지 너머...영주시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이 날은 전국적으로 안개가 끼어서 가시거리가 짧아서 뿌연 연무만 보여 아쉬웠습니다. >
<부석쪽의 가파른 하행길... 이럴때는 브레이크보다는 엔진 브레이크를 주로 사용해야 합니다.>
< 드디어 마구령의 부석면쪽 아랫자락 임곡리 마을길로 들어 섰습니다.>
<임곡리에 들어서자 비로소 길이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변합니다.>
< 부석사과로 유명한 고장답게 과수원이 길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드디어 마구령을 다 넘었습니다. 임곡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천년고찰 부석사...
오른쪽으로 가면 부석..순흥..풍기...영주로 갈수 있습니다.
부석사를 아직 못가보신분들께는 좌회전을 강추합니다. >
<임곡삼거리 버스정류장..타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 부석사과 기념관? 아니면 홍보관을 건립중입니다...>
아무래도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는 이렇게 숨은 옛날 길을 탐방해 보니 잊혀진 역사책을
다시 읽는 것 같아 새로운 기분으로 마구령을 넘어, 부모님 산소를 향했습니다. <끝>
첫댓글 안녕하세요,,,혹여 안좋은 일이라도 '일어났나?...했습니다 ㅋㅋㅋㅋㅋ 모두들 차를 몰고 다닙니다만 샤프란님처럼 사랑과 애정을 담아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길거리. 같은 나무와 강물인데도 정감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영상인 것은, 꽃삽이 너무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인가요?... 감사드립니다. 꽃삽 어딨지?
마구령 험한 산골길을 베보자기 에 싼 도시락을 메고 집신을 신고 넘었을 생각을 하니 더욱 운치 있어보입니다
ㅎㅎ 정말 도시락 싸들고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아마, 지금도 백두대간을 종단하는 많은 산사람들이 저 길을 넘으면서 온달장군의 전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겠지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회사내에서 바쁜 일이 많아서 잠시 개인적인 활동은 접었는데, 본색이 어디 가겠습니까?...자주 들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