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진돌이 밥을 주러 나가면 진돌이가 지난밤 남긴 밥을 좀 떨어진 곳에 버린다. 그런데 다시 나가보면 남긴 밥은 금방 사라지고 없다. 새도 먹고, 고양이들도 와서 먹기 때문이다. 많이 버려도 다 사라지고 적게 버려도 다 사라진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애네들 밥이 모자르겠다는... 그래서 아침밥을 버리고나서 조금 후에 다시 밥을 챙기기 시작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진돌이 주려고 돼지뼈 폭폭 삶아 놓은 것에서 살점을 떼내어 물이랑 다시 가져다 두었다. 중간접시 가득하게 담았으니 모자르지 않겠지...하면서. 일회용기에 담아주다가, 자꾸 바람에 날라가버려서 이제 그릇도 바꿔줬다. 내가 만든 하얀 머그컵엔 물...까옹이가 먹던 그릇엔 밥...*^^*
밥을 가져다 둘 때 데크 아래 주차장에서 나를 주시하던 하얀고양이는 안 오고 노란점박이가 와서 식사 시작~~ 하얀고양이는 안 오나? 하고 창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후에 두 마리가 더 왔다. 아까 주차장에서 나를 보던 하얀고양이랑 온몸이 전부 누런고양이... 처음에 와서 먹은 노란점박이는 둘이 먹는 동안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경계를 했다. 둘이 편안히 먹을 수 있도록... 나는 애네들을 따로따로 봐서 서로 먹이 두고 싸우거나 하면 어쩌나 했는데 사이좋게 먹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앞으로도 밥 잘 챙겨줄테니 싸우지들 말고 잘 먹고, 건강히 겨울을 나자~~!!
우리 사람 가족은? 오늘 아침엔 빵이랑 김밥... 빵도 두 종류로...신랑은 토스터로 구운 빵...아들은 야채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
나는 밥이 좋다...빵은 간식같아서...^^;; 신랑이 토스트, 커피로 아침식사하고 나가면?.....나는 밥을 먹는다. 오늘은 그냥 김밥으로 아침 먹고...이제 작업실로 들어가야지~~ 신랑이 김밥 말고 없냐? 그래서 토스트를 하는 바람에 김밥이 많이 남았다... 내 점심은 또 김밥이네...- -;;
요즘 내가 작업실에 들어가 있는 시간 외에는 엠비씨에서 하는 TV동물농장을 쿡티브이 '다시 보기'로 본다. 주로 고양이, 개가 나오는 것을 찾아보는데, 어제는 보면서 나를 엉엉 울게 했다. 마라도에서 주인과 살던 백구가 주인이 몸이 안 좋아서 도시로 치료하기 위해 이사 나가고 섬에 개를 찾아올 수 있는 건강이 안되어 결국 버려졌다. 그런데 이 백구는 날마다 부둣가에서 파도를 맞고 비를 맞고 눈을 맞으면서도 그 부둣가를 떠나지 않는다...주인이 돌아올 것을 기다리면서. 배 타고 나간 주인이 다시 배 타고 나올 것을 기다리며 일 년 이상을 해변가 돌 위에서 지낸다. 주인있는 개들은 수시로 와서 주인없는 백구를 괴롭히고... 결국 다른 사람이 주인이 되어주고, 백구가 그리는 주인도 한 번 만나게 해준다고 하며 좋은 결말로 끝났는데...백구 보면서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그 마음...참 귀한 마음을 지닌 백구...
이 프로를 보다 보면,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가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아이들은 거리에 버려져서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와 당장 그날그날 먹이도 해결이 안되어 굶주리고 언제 사고가 날 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 있다. 그 와중에 새끼가 태어나고...그 새끼들을 보호할 만한 장소도 없다.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서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지구가 사람만 살라고 만들어졌을까... 새도 살고, 나무도 살고, 풀도 살고... 고양이도 살고, 개도 살라고 만들어진 곳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사람 위주로만 생각하고 정말 같이 살아가야 하는 모든 것들은, '그 외의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전부, 모든 것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존재들만이라도 사랑하면 안될까... 내가 지나다니는 골목에서 만나는 길고양이, 유기견들... 모두 우리와 똑같은 생명이다. 그들의 생명이 우리와 뭐가 다른가. 나는 여태 누가 무엇을 싫어하느냐고 물으면...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찾지를 못했는데, 요즘은 싫어하는 게 생겼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다. 새끼였을 때는 예쁘다고 자기들 기쁨을 위해 옆에 두었다가 나이 들고, 병들고, 귀찮게 한다고 거리에 버리는 사람들이다. 유기견을 사냥해서 잡아먹는 사람들, 길고양이한테 돌 던지는 사람들, 모두 주인이 버린 존재들이라고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주인이 버렸다고 해서 그들 생명의 존귀함도 함께 버려도 되는 걸까.
그래도 동물을 사랑하고 같이 살아갈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다리 한쪽이 없는 아기길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분도 있고, 버려진 개들을 치료해 주고, 좋은 주인 찾아주는 분들도 있다. 지난 번, 우리집에서 치료받고 잠시 머물던 복실이도 그런 분을 만나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 세상엔 이렇게 좋은 마음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 된다. 동물농장이란 프로를 보면서 나는 사람으로서 동물들에게 부끄러움도 느끼고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엄청난 사랑에 감동도 받는다.
내가 밥을 좋아하긴 좋아하나 보다... 아침밥 이야기에 이야기가 길어졌다. 암튼~!!
아침밥...저녁밥...나는 하루 식사를 두 번 준비한다. 점심이야 나 혼자 먹어야 하니까, 먹는 날도 있고 안 먹는 날도 있고... 그러나 아침과 저녁엔 사람 가족과 진돌이와 까옹이, 그리고 바깥에 사는 가족들을 위해서 식사준비를 하면서 나도 같이 먹는다. 밥...먹고 생명을 이어가게 해 주는 밥... 밥은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 살이 되고 피가 된다. 같이 먹는 밥...
오늘은 어제 만든 다식그릇과 커피잔을 마무리하고...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어느 스님, 산새들과 더불어 사시는 어느 스님의 이야기를 보고 배운대로 신랑한테 데크 만들고 남은 나무조각들로 새집 만들어 달라고 하고... 철사에 비계덩어리 꿰어서 나무에 달아주고... 새들에 따라 식성도 다르다니 곡식도 종류별로 사서 뿌려두고... 그렇게 오늘 하루는 지내야겠다. 아침밥 감사히 먹었으니, 나도 아침밥 먹은 값을 해야지...다른 누군가에게.
|
출처: 하느님의 어린양 원문보기 글쓴이: 하느님의 어린양
첫댓글 다른 누군가에게 베푸는 삶...배우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조금은 이글을 보아가면서..다 좋은데 .내부모의 애기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어느 누구를 야기하요..먼저 우리 부모을 생각 하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