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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곧 여름의 끝물 8월입니다.
8월은 휴가철이기도 하지만, 온갖 업무 어택에 강타당하고 있는지라...
휴가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그거?
그래도 독서는 했습니다. 이거라도 안 하면 인생의 낙이 없어!
8월에도 바쁠 예정이라, 부지런히 읽고, 미리 감상문 올립니다.
물론 이 글 등록한 다음에, 또 새로운 책을 찾을 테지만...
도서명: 내가 죽였다 & 내가 죽이지 않았다
저자: 정해연
* 이 두 개의 작품은 모두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 형태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여름에는 자고로 ‘추리물’이다. 기왕이면 속도감 있는 진행이 좋다. 진실을 향한 추구이든 범인을 잡기 위한 사명감이든, 인물들이 시원시원하게 질주하는 느낌이 마치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독서한 두 개의 작품 정해연 작가의 소설 《내가 죽였다》와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여러 모로 전개가 내 취향이었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도서명만 봐도 알겠지만 이 두 작품은 시리즈물이다. 동시 출간된 덕분에 하나 읽고, 나머지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죽였다》 - 7년 만에 자수를 결심한 범인의 죽음, 과연 자살인가?
🏢 “내가 죽였어. 자살 아니고, 처리된 건 사고사.”
《내가 죽였다》는 범인의 자백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사건의 범인이 알아서 등장하니, 마음 푹 내려놓고 안심할 수 있지만, 전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섣부른 안심은 이래서 금물이다.
💼 김무일은 저작권 기획 소송 전문 변호사로, 인터넷상에 유통되는 불법 저작물 관련된 건수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는 학생 피의자를 선호하는데,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돈이 얼마가 들든 쉽게 합의를 하기 때문이다.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수임료를 받을 수 있다. 일명 힘 안 들이고 돈 벌 수 있는 사건인 것이다.
저작권은 중요하다. 타인의 노력과 피땀이 녹아든 창작물을 합법적이지 않은 수단으로 유통하는 건 잘못이다. 그런 면에서 불법을 적시하고 소송을 기획하는 무일의 일도 그다지 비난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무일은 ‘변쓰’로 불린다. 변호사 쓰레기로 통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철저히 ‘돈’만 밝히기 때문이다.
그런 어느 날, 건물주 권순향이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면서 찾아온다. 7년 전 기사를 네밀며 자수를 하겠다면서 말이다. 당시 순향빌딩 302호에서 사체가 발견된다. 사고사로 처리되었고, 보도 역시 그렇게 났다. 그러나 그 사건은 사고 아닌 살인이며, 자신이 그 범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 돼. 그걸 지키지 않으면, 너는 죽어.” 💀☠️
이 문장은 소설 속에서 위협이자 협박이다. 건물주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어쩔 줄 모를 때, 한 남자가 돌연 나타나서 던진 대사. 그는 상황을 보고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함구할 것을 제안했고, 건물주는 협박과도 같은 기세에 그러마 했다는 것.
그런데 건물주뿐 아니라 동시에 독자에게 건네는 메시지처럼 읽히기도 한다. 진실을 알게 됨이 곧 위협이 되는 세계.
무일은 민머리를 반짝이며 사직서로 협박하는 변 사무장의 강요로 건물주의 자수를 위해 변호사로서 경찰서에 동행을 약속한다. 마침 경찰서에 아는 인맥, 고등학교 동창이자 현직 형사, 그리고 같은 건물 이웃 사촌 신여주가 있기도 했다. 편의를 봐주는 건 수월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날 밤, 자수를 결심한 범인은 자신의 건물, 자신의 5층 자택 창문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결과적으로 7년 전 수수께끼의 남자의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진짜 범인이 자수하려고 해서 죽인 것일까? 대체 뭘 감추고 있기에?
그 장면을 목격한 무일과 여주는 노인의 죽음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는다. 속물이지만 나름 의리가 있는 변호사 김무일과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신여주는 7년 전 사건과 이번 순향빌딩 건물주 자살 사건에 뭔가 내막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티격태격 미묘한 공조 수사에 착수하기로 한다. 그리고 둘이 그 사건들에 손을 대는 순간, 여기저기서 묘한 압박과 방해, 위협이 따라오는데... 경찰 내부에서의 방해, 수상한 인물로부터의 미행, 차 안에 설치된 도청기, 트럭 운전자 매수를 통한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해 위협까지.
7년 전 사건의 피해자는 국정원 행정직원이었다. 그는 교육자 집안에서 성장했는데, 당시 성 도착적 행위를 하다 사고로 죽었다고 처리되었다. 그의 컴퓨터에서는 불법적인 야동과 성매매 사이트 접속 기록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워낙 지져분한 주검이었던 데다, 그의 행적 역시 부끄러운 치부였기에, 가족들조차 쉬쉬하게 되었고, 아무도 그 사건에 진짜 범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인이 자수하겠다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과연 7년 전 사건과 순향빌딩 사건에는 어떤 내막이 있을까?
👩🦯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정원이 자기 할 일은 새까맣게 까먹고 헛짓거리를 하다가, 그게 들키자 조직적으로 묻어버리려고 수작 버리다가 꼬리가 밟힌 거였다. 대기업 상대로 블랙리스트 만들고 사찰하는 국정원이 너무 리얼리티가 넘쳐서, 정확하게는 현실과 똑같아서 아주 복장이 터졌다.
그렇다. 이 소설은 ‘사이다’는 내려놓고 봐야 한다. 추리 과정은 흥미롭고, 짜장면 그릇을 이용한 외장하드 빼돌리기는 매우 기발해서 카타르시스를 유발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진실을 밝혔으나 ‘정의’가 바로 서지는 못한 탓이다.
소설 속에서 국정원장은 아래 직원의 과잉충성이 부른 사건이었다며 무마하고, 7 년 전 사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순향빌딩 사건 역시 수사에 착수는 했으나, 유야무야로 끝났다. 이쪽은 오히려 결말이 더 씁쓸한 게, 아들 자식이 부친 살해에 일조해서 폐륜의 막장을 보여줬다.
한편 정의를 세우겠다 앞장선 형사는 지방으로 발령당하고 말았다.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보복성 인사 발령이 틀림없다. 이 무슨 열불 터지는 결말인가?!
《내가 죽이지 않았다》 - 자백 뒤에 숨은, 3 년 전의 진실은?
🫡 “내가… 제가 죽였습니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전작 〈내가 죽였다〉의 후속작이다. 소설의 시작은 군사재판이다.
군부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남자는 끝까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다 항소심에서 돌연 자백하고 사건은 그렇게 갈무리가 되었다.
전작 <내가 죽였다>에서 ‘죽였다’고 말한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이번에는 ‘죽이지 않았다’라고 버티던 사람이 뒤늦게 자백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뭔가 기묘한 대칭적 구조가 느껴진다. 작가는 무엇을 의도한 걸까? 🪞
하지만 피해자 유족은 3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사건의 진상은 따로 있다고, 그가 범인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살인자 김욱환과 사망자 송형근은 사병 시절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원 사건으로 유명해진 ‘외로운 변호사’ 김무일을 찾아온다.
무일은 설득 끝에 김욱환을 만나기로 한다. 그는 고향인 홍천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무일 혼자 올 것을 주문했다. 기묘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듯 보였다. 그리고 약속한 당일, 자백한 남자 김욱환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영원히 침묵하게 되었다.
👨⚖️ “당신은 사람을 죽인 사실이 있습니까?”
변호사 김무일은 살해당한 피해자와 마지막으로 통화했다는 점, 만날 약속까지 잡았다는 이유로 제1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그러나 마침 지구대 활동 중인 신여주의 도움으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그렇다. 국정원 사건 이후 홍천으로 발령당해 지구대로서 농촌 평화를 지키는 신여주가 이번에도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둘의 사이도 여전해서, 썸남 썸녀의 스텐스를 취하고 있다. 무일은 여전히 여주에게 들이대는 중. 여주는 가벼워 보이는 무일이 영 못 미더운데. 👮♀️
두 사람은 재회한 김에 다시금 공조 수사를 펼치기로 한다. 3년 전 군부대에서 발생한 ‘송형근 사건’과 이번에 일어난 ‘김욱환 사건’에서 미심쩍음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김무일은 송형근 사건이 피의자의 자백으로 마무리된 뒤 그의 시신이 발견된 건물의 외벽 공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공사 전의 사진을 입수한 무일은 외벽에 남은 흔적을 보고 송형근의 시신을 누군가 군부대 내부로 옮겨놓았을 가능성을 발견한다. 즉, 건물 외벽 공사는 어떤 흔적을 감추려는 목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송형근의 집에서 발견된 꽃바구니 영수증을 통해 군부대 고위층과 연관되었을 단서도 발견했다.
한편 신여주가 목격한 김욱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행동도 수상쩍기 그지없었다. 형사는 살해당한 피해자의 집을 방문해 유족에게서 피해자의 은원 관계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찾기 위해 집안을 수색했다. 뭔가를 찾아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다.
무일과 여주는 송형근/김욱환 사건이 군 고위층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진실을 찾기 시작하지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길 원치 않는 배후에게서 이런저런 방해와 위협이 날아들기 시작하는데...
이번 소설 《내가 죽이지 않았다》도 국가적 비리를 덮기 위해 공권력에 희생당한 청년들을 그린다. 장소만 군대로 바뀌었을 뿐, 민간인 사찰 같은 짓을 기무사인가 뭔가 하는 데서 저지르고, 비리 장부 나오고, 아주 그냥 난리통 아수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등장한다.
초반 및 중반부까지만 해도 나는 홍천의 그 담벼락 높은 집에 사는 군인 양반이 비리를 저질렀고 그를 우연히 눈치챈 송형근을 살해한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사건을 덮기 위해 김욱환을 돈과 권력으로 매수·협박한 줄 알았다. 물론 송형근이 그 군인 양반 집에 꽃바구니를 보낸 게 좀 의아했지만, 직장·상사 관련 사회생활이겠거니 여겼는데...
🪞 이미 스포일러가 뒤범벅인 감상문이지만, 그래도 아직 독서 전인 독자를 위해, 최대한 스포일러 자제하고 결론을 요약해보자면 말이다. 전작 〈내가 죽였다〉에서 아들놈이 뭣도 모르고 부친 살인에 방조/가담범이 되었다면, 이번 《내가 죽이지 않았다》에서는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범죄를 은닉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역시 묘하게 대칭적인 부분이다.
거울상 같은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것 - 《내가 죽였다》 & 《내가 죽이지 않았다》
추리소설을 읽는 목적은 여럿이다. 누군가는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오는 지적 유희를 위해, 다른 누군가는 쫓고 쫓기는 데서 오는 심리적 긴장감이 좋아서, 결국 어떻게든 진실이 드러나고 정의가 구현되는 대목을 바라고, 또는 오컬트나 범죄와 같은 탈 일상적인 것을 접했을 때의 짜릿함을 위해서 등 이유는 정말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만큼 추리물의 매력은 다양하다. 그럼 이 두 권의 소설 《내가 죽였다》와 《내가 죽이지 않았다》의 매력 혹은 독서 이유는 뭘까?
👩🦯 개인적으로 그 매력을 ‘의심’과 ‘불안’이라 꼽고 싶다. 두 작품 모두 표면적으로 알려진 진상 뒤에 거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드러난 것이 사실인지, 이대로 믿어도 좋은지, 내가 발견하고 찾아낸 것이 과연 완전한 진실인 것인지...?
그런 서사적인 의심이 사건 해결 과정 내에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또한 진실을 찾으려는 행동을 취하자마자 받게 되는 위협과 협박에서 오는 불안도 이 소설의 키포인트 중 하나이다.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혹은 알려고 하는 것이 위협이 되는 세계는 결코 정상적인 세상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의심’과 ‘불안’이야말로 《내가 죽였다》와 《내가 죽이지 않았다》를 하나로 엮고, 또 소설 전체의 긴장감과 서늘함을 더하는 매력 포인트라 하겠다. 🪞
그리하여 이 작품들의 전개 속에서 가장 무섭게 드러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뭔가를 믿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섣부르게 단죄했을지 모른다는 부분이다. 또한 알고 있던 것이 순식간에 의심으로 뒤바뀔 수도 있다는 불안이다. 뭐랄까, 사이다스러운 통쾌함은 없지만, 미묘하게 찜찜함을 남기는 심리적 서늘함 같은 요소가 있는 작품들이었다.
📑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진실이라고 믿는가. 그 믿음은 얼마나 확실한 것인가.
그나마 이 심리적 서늘함을 완충하는 게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사이의 변호사 김무일과 형사 신여주의 캐미스트리와 민머리를 번쩍이는 친화력 말렙 변 사무장, 홍천의 말발 최강 김 할머니 등이 보여주는 유머러스함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좀 있을 수 있지만, 마치 웹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좌우간, 이 시리즈 전2권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막판에 속편을 예고하는 스텐스를 취하고 있다. 국정원과 군대에 이어, 다음 편에서는 원전이 나올 것 같다. 뭐라더라, 시체가 사라졌다나 뭐라나...
아니, 작가님! 여기서 끊기 있기 없기?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으시든가, 속편을 이어서 내시든가!
이 시리즈의 단점, 호불호 요인은 몇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완전한 결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꽉 닫힌 해피엔딩이나, 여운이 남는 해피엔딩이나, 통쾌한 해피엔딩이나, 유머러스한 해피엔딩이나, 좌우간 오롯한 해피엔딩 선호 독자인 나로서는 이런 결말은 용서할 수 없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