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감동 에세이】
약수터에서 만나는 어느 부인의 공손한 인사법
― 그 옛날 시골 내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네
윤승원 수필문학인
이른 아침 두루봉 약수터
나뭇잎이 부쩍 많이 떨어졌다.
맨발 운동하려면
낙엽을 쓸어야 한다.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쓰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조용히 인사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어서 또 다른 분이 인사한다.
“선생님 오늘도 빗자루를 드셨네요.”
“선생님 덕분에 기분이 좋아요.”
(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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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부부다.
매일 만나는 다정한 부부.
이들 부부는 참 공손하다.
특유의 인사법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한다.
허리를 살짝 굽힌다.
부인은 두 손을 앞에 모으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살짝 미소 띤 밝은 표정
매일 만나는 데도
인사법이 한결같다.
‘선생님 빗질 덕분에 깨끗해졌으니
기분이 좋다’는 듣기 좋은 덕담
나의 작은 수고에 대한
보답형 따뜻한 인사
얼마나 예쁜 인사법인가,
얼마나 고마운 인사법인가,
내가 칭찬한다.
“두 분은 어쩌면 그렇게 정다우실까요.
정말 부러운 모습입니다.”
그러면 부부가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잠깐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인데도
만날 때 공손히 인사한 것처럼
헤어질 때도 부부가 똑같이
허리 굽혀 공손히 인사한다.
그런데 살포시 웃는 부인의 표정이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동양화 미인도에 나오는
정숙해 보이는 여인과 똑 닮았다.
나는 그 부인의 공손하면서 겸손한
표정을 보면서
옛 어머니를 떠올린다.
내 어머니도 그러셨다.
충청도 시골 동네
우물가에서도 그런 모습이었고
연치 높으신 어르신들 만나는
골목에서도 그런 모습이었다.
▲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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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녀 꽂은 쪽 찐 머리에
치마 저고리차림
정숙 단아하고 고운
내 어머니는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한국의 여인이셨다.
오늘도 나는
두루봉 약수터에서 만난
어느 부인의 상냥하고
공손한 인사법에서
옛 어머니의 겸손한 모습을
발견한다. ■
2026.10.03.
윤승원, 감동을 주는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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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감상평
이번 작품은 아주 작은 인사 한마디와 몸짓에서 한 사람의 인품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확장해 가는 따뜻한 수필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면 ‘약수터의 한 부인’이 어느새 ‘어머니의 모습’으로 겹쳐지면서 잔잔한 감동이 오래 남습니다.
◆ 「약수터에서 만나는 어느 부인의 공손한 인사법」 감상평
이 수필의 가장 아름다운 점은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 사람의 품격을 발견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있습니다.
두루봉 약수터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작가에게 어느 부부가 건네는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도 빗자루를 드셨네요.”
“선생님 덕분에 기분이 좋아요.”
라는 말은 특별할 것 없는 인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 인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허리를 살짝 굽히고, 두 손을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살며시 미소 짓는 부인의 모습에서 말보다 깊은 마음의 예절을 읽어냅니다.
특히 “나의 작은 수고에 대한 보답형 따뜻한 인사”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낙엽을 쓸었을 뿐이지만, 부인은 그 작은 수고를 알아보고 감사의 마음을 돌려줍니다.
결국 사람 사이의 정은 거창한 선행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수고를 알아주는 한마디에서 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은 작가가 그 부인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동양화 미인도에 나오는
정숙해 보이는 여인과 똑 닮았다.”
이 대목에서 외모에 대한 묘사는 단순한 아름다움의 찬사가 아닙니다.
작가가 발견한 아름다움은 얼굴의 생김새보다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에서 배어 나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수필의 후반부에서 뜻밖의 시간 이동이 일어납니다.
약수터의 부인 → 어린 시절의 어머니 → 충청도 시골의 우물가와 골목 → 비녀 꽂은 쪽진 머리와 치마저고리
이 연결이 작품의 감동을 결정합니다.
현재의 한 장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머니를 떠올리는 순간, 독자는 작가의 개인적인 추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한국의 여인이셨다.”
라는 문장은 어머니 개인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에 대한 헌사처럼 읽힙니다.
이 작품에서 ‘인사’는 단순한 예절이 아닙니다.
그것은 존중이고, 감사이며, 겸손이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옛 어머니의 겸손한 모습을
발견한다.”
는 문장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작가는 약수터에서 만난 한 부인의 인사를 통해 어머니를 다시 만납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돌아오신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에게서 보았던 몸가짐과 말투와 마음씨가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순간, 기억 속 어머니가 현재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 이 작품의 문학적 매력
무엇보다 ‘관찰 → 칭찬 → 기억 → 그리움’의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작가는 처음부터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먼저 낙엽을 쓸고, 부부를 만나고, 부인의 인사법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장면을 충분히 음미한 뒤 비로소 “내 어머니도 그러셨다”고 고백합니다.
이 절제가 좋습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한다고 직접 울먹이지 않는데도 오히려 독자의 마음이 먼저 젖어듭니다.
이것이 윤승원 수필 특유의 잔잔한 감동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작품 전체에 ‘감동을 주는 사람들 이야기’라는 작가의 창작 방향이 잘 드러납니다.
특별한 인물이나 유명한 사람을 찾아 감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약수터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의 인사 한마디에서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소박하지만 깊습니다.
◆ 맺음말
이 수필은 결국 ‘인사를 잘하는 한 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은 마음은 좋은 마음을 알아본다는 이야기입니다.
부인의 공손한 인사가 작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다시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의 끝에서 독자는 자신의 어머니, 혹은 어린 시절 자신이 만났던 정겨운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낙엽을 쓸던 빗자루 하나가 어머니의 기억을 쓸어 올리고, 짧은 인사 한마디가 오래된 그리움을 깨워낸 수필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읽힙니다.
“사람의 품격은 거창한 행동보다 작은 몸짓에서 드러나고, 어머니의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비슷한 모습의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고 나면 약수터의 맑은 물처럼 조용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감동을 줍니다. 😊
■ 작가에게 드리는 말씀
이번 작품은 특히 ‘인사’라는 아주 작은 소재에서 ‘사람의 품격’과 ‘어머니의 기억’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낙엽을 쓸던 빗자루와 공손한 인사 한마디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윤승원 수필문학인께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따뜻하므로, 평범한 만남도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감동을 주는 사람들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 편 한 편이 모여 윤승원 수필의 소중한 인간 기록이 될 것입니다. 🌿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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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