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국제학교 학인 스님들의 미국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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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세계화의 원력을 보여주는 ‘국제불교학교’개원
조계종 교육원이 종단 최초로 비구니 영어전문교육기관인 ‘조계종 국제불교학교’를 개원한것은 작년 3월25일. 학교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화운사(주지 도현 스님)의 전 능인선원 자리에 터를 잡았다. 연면적 100평 규모의 건물 1층에는 강의실과 도서관 등이, 2층에는 학인 스님들의 숙사가 마련되었다.
개원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장 법안 스님,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 학장 무진 스님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때 자승스님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미주 포교가 현지인 보다 교민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종단에서 외국인 포교에 뜻을 둔 스님들을 재교육해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하도록 뒷받침 하겠다’고 개원 취지를 밝히면서, ‘종단이 안고 있는 세계화의 기틀이 여기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학장 무진스님을 비롯한 강사 스님들은 학인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선지식이 되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인터넷 신문으로 이 소식을 접하고 난후 내내 학인 스님들과 그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번 겨울, 국제불교학교 학인 스님들께서 미국연수길에 오르신다는 말을 듣고 진작부터 이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로그램
총2년 과정의 학제는, 1년에 5학기 과정으로10주 교육 후 1주 휴식하는 커리큘럼이 4학기 동안 반복되고 마지막 5학기에는 6주간의 해외 어학연수를 시행한다. (이번 연수도 외국인들과 직접 교류하고 현지의 다양한 문화체험및 타종교와의 대화등 소통의 현장을 보고 배우는 미국연수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의 교과 과정은 유일하게 우리말을 쓰는 시간인 새벽 4시에 일어난 뒤 드리는 예불 시간뿐인데, 참선/공양을 마친 뒤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꽉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공부하고 있다. 크게 오전에는 영어회화, 영어 읽기 및 쓰기, 기초번역기술, 영작등의 영어수업이, 오후에는 전반적인 불교의 교리,수행, 참선외에도, 템플스테이 지도방법등 사찰경영과 포교를 위한 마케팅 기술, 신도상담을 위한 상담심리, 미술치료, 국제매너를 배우는 컨퍼런스 운영법, 스피치 기술, 인간관계 매니지먼트 등으로 구성된 강의가 진행된다. 계속해서 저녁에는 CNN 등 국제뉴스 청취와 체력단련을 위한 선무도 강의가 이어진다. 참선과 위파사나 같은 수행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수행하고 있다.
학인 스님으로은 불림ㆍ성원ㆍ성제ㆍ운성ㆍ원경ㆍ일양ㆍ정효ㆍ청하ㆍ태허 스님 등 9명이 국제불교학교 1기 학인으로 입학해서, 지난 1년간 많은 이들의 성원과 관심속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라는 임무수행을 위한 정진을 하셨다. 포교원력과 함께 영문과 졸업자 또는 의대 교수 등 경력도 다양한 학인 스님들은 나이도 33세에서 49세까지 다양하다. 때문에 처음에는 영어실력에도 편차가 많이 있었다고. 때문에 매 학기마다 시험을 쳐서 실력을 점검하고 만약에 수업에 4회 이상 무단결석하면 퇴학 조치가 내려질수 있을 만큼 학사관리가 엄격히 이뤄진다고 한다.
오는 3월에 입학할 10분의 2기 학인 스님들도 면접을 통해 합격을 한 상태이다. 조계종 국제불교학교 교수진은 초대 학장으로 스위스 법계사 주지 무진(無盡) 스님이 힘써주셨다. 영국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비구니 스님으로, 스위스에서 대학을 나온 뒤 스리랑카에서 출가했으며, 한국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로 원어민 교사 전화 면접을 직접 진행했고, 500여회의 수업안까지 만들어 뒀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리고 학감으로는 비로자나국제선원의 자우 스님, 그리고 미국 출신원어민 강사 Kendra, Mayar씨가 지난 1년간 함께 학교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생활했다. 새 학년이 들어오는 3월 부터는 새 학장으로 그동안 '선과 창조성(Zen Art)' 강좌를 맡은 호주 출신 지광 스님이 수고 하시게 되었고, 하버드대 출신 서광 스님이 '불교 카운셀링'을 팃낙한 스님의 번역을 맞고 계시는 중앙 승가대학의 권성아 교수가 불교영어를 강의 하기로 등 조계종의 국제적 인재들도 강사진으로 총출동하면서 새로운 원어민 선생님도 더 오신다고 한다.
학감이신 자우스님은 ‘국제불교학교의 목표를 영어로 생각하기 쉽지만 영어는 도구일 뿐, 실제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포교’라고 밝히신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편하고 조화롭게 대화함으로써 한국불교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국제불교학교의 목표인 것이다. 덧붙여, ‘학인스님들이 큰 원력을 갖고 지원한 만큼 즐겁게 생활하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보게 될 것’ 이라며 학인스님들에게 무엇보다 건강하고 어떤 경우에라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의 말씀도 하셨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막연하게 우리의 불교가 세계에 소개되어 나름 자리를 잡아았다고 생각했지요. 처음 도착해 묵었던 한국사(American Zen College) 매릴렌드의 주지 고성 스님은 미국에 오신지 30-40년 가까이 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미국인을 위한 Meditation Session (선법회)을 매주 토요일마다 열고 계셨습니다. 그 외에 보림사나 워싱턴의 한마음 선원, 그리고 뉴욕쪽의 조계사, 불광선원, 백림사, 원각사, 청아사 등 한국절은 불자들 대부분이 한국분 이셨어요. 그것이 얼마나 혼자만의 원력으로 일구어진 것인지 느끼고 나니, 가슴이 뭉클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언어의 장벽이 크기 때문에 미국 현지인과의 교류가 힘들었을 것이고, 종단에서의 지원도 없고, 현지 사정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과 또 대단하다는 마음이 함께 들었습니다. "
다음번 질문으로는 타종교와의 만남을 통해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물어보았다.
"한마디로 부처님의 훌륭함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이 타종교에서도 불교의 좋은 점을 배우려고 여러가지 수행방법을 적용시키고 있었습니다. 유니온 신학 대학의 폴 니터 교수와의 대담 속에서 알게된 것은 부처님께서 꺠달음을 얻은 뒤에도 49년간 승가 속에서 제자와 함께 끊임없는 교류를 하고 수행하는 방법을 제시해주셨다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한다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난 타종교로는 버지니아의 이슬람 사원, 퀘이커 베데스다와의 만남, 성패트릭 성당, 그리고 성토마스 교회 등을 들러 종교인으로써 많은 교감과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번에 다녀보신 곳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곳이 어디였는지 여쭈어 보았다.
"블루클리프 선원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승가가 모여살며, 음식과 시설, 편안함 등 일상생활과 수행을 모두 함께 한다는 것이 신선하면서도 친근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교육된 것의 한계가 있는데, 수행을 통해서 그들이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원내의 모든 불상이 아주 자그마했는데, 그것은 부처님에 대한 숭배 보다는 형식은 단순화시키면서 형식 뒤에 있는 의미를 소박하지만 강조하고 정말 무엇이 중요한가를 부각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단상 위에 음식은 하나도 없었지만 대신에 자기가 그리워하는 가족의 사진이나, 애완동물의 사진을 올려놓고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오는 그리움을 애틋하게 나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그것을 프로그램화 시켜서 성공을 한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걷기명상과 마음챙김수행 등 현지인이 원하는 바에 맞게 적용을 시키고, 그 사람들이 배운 후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자체적으로 그들만의 승가를 또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어린 사미니계를 받은 스님들께서도 대중 앞에서 의무적으로 법문에 참여하고 행사를 주도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법랍이 중요했지만 여기에서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듦으로써 서로 의견을 교류하면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님과 재가 신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지요."
이번 연수를 통해서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이었나요.
"소통이겠죠. 미국의 종교인들이 타종교에 대해 오픈하고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미국에 전파된 지는 짧지만 불교인들이 이루고 있는 역사는 대단하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여태까지 우리가 해오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지까지는 한국 불교의 세계화가 미진하고 개개인이 원력에만 의지헀다면, 앞으로는 현지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제불교학교의 학인 스님들을 만나면서 빡빡한 5주간의 일정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여정을 끝내시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가진 에너지와 원력이 아름답워서 앞으로 한국불교 세계화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여러 방면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스님들이 어서 정규과정을 마치고 미국이든 한국이든 필요로 하는 곳에서 충분히 재능을 펼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 헤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스님들께서 바쁜 일정 중에도 미국의 대중 문화탐방도 챙기는 모습 속에서 우리 불교가 가지고 있는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나라의 불교 사찰을 둘러본 뒤 다양한 방법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여러 방면으로 펼치고 있는 불제자들을 보고 미국 내 불교는 한마디로 다양함과 실용성이다 라고 한 한 스님의 말에 나도 깊이 공감했다.
(2년 간의 수업과정을 마치고 졸업하게 되면 3급 승가고시 응시자격을 인정받게 되고 종단 국제회의와 국제행사의 진행과 통역, 템플스테이 지도 등을 담당하게 된다. )
화운사 주지 도현(道現) 스님은40여년 전 화운사가 강원으로개설되어 운영되다가 10년뒤 사정이 생겨 선원으로 전향했어야 함을 이야기하면서 교육도량으로서 화운사의 전통을 복원하는 의미를 강조 하셨다고 한다. 국제불교학교는 교육비와 운영비 등을 조계종의 교육원이 부담하지만, 화운사 내 능인선원을 국제불교학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 화운사측에서 4억5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건물 리모델링 등에 지원했다.
미국 연수
교학처장 지정스님과 함께 1월 16일 한국을 떠나 미국 연수길에 오른 국제불교학교의 1기 학인 스님 아홉 분이 2월 20일 한국행 비행기로 용인에 있는 화운사로 돌아갔다. 이로써, 아홉분의 밝고 의욕에 넘치는 비구니 스님들은 2년제 프로그램의 첫일년과정인 다섯 학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일정이 어긋나고 맞지않아 계속 스님들의 뒤만 밟다가 드디어 스님들께서 떠나시기 이틀전에 그동안 여장을 풀고있던 불광선원에서, 이번 연수에서 전임으로 모든 일정을 통솔하시는 지정스님과 아홉분의 학인 스님들을 만날수 있었다. 처음 뵙는분들임에도 특유의 친근함과 밝은 미소로 인터뷰를 하는 동안 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했다. 인터뷰는 청하스님, 운성스님, 태허스님, 일양스님, 원경스님과 함께 했다.
먼저 미국내의 한국절들을 둘러본 소감을 물었다. 누구랄것 없이 돌아가면서 들려준 대답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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