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개그 콘서트 할 시간이네. 자~자~ 경직된 분위기를 타파하는 데는 코미디 프로가 쵝오지. 어라 사랑의 카운셀러 하네. 야~ 화면 속의 강유미 보다가 너를 보다니까 니가 진실로 경국지색이라는 걸 새삼 절감하게 된다.
영희: 강유미가 못생겼니? 내가 보기엔 수수하니 괜찮은 거 같은데...
철수: 강유미가 못생겼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너의 미모가 천하일색이라는 거지. 크흐흐 사랑의 카운셀러에서 강유미 진짜 웃기지 않니? 사실 강유미의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외모의 개그맨이 저렇게 웃기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인데 말야. 특히 여자 개그맨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한 편이지.
영희: 무슨 소리야?
철수: 성공한 여자 희극인은 딱 두부류 중에 하나야. 외모가 준수하거나 혹은 아주 떨어지거나. 사실 중간 정도의 외모로 성공한 여자 희극인은 강유미 외에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지. 외모가 떨어지는 여자 희극인은 상당히 많지. 일단 원로 코미디언 최용순을 비롯하여 일자 눈썹 김미화 그리고 이경애, 이영자, 조혜련 가까이는 행님아 강신영 그리고 뚱뚱교 교주 김현숙 그리고 요즘 이른바 비호감 외모로 뜬 따라와의 정주리 정도가 있지. 빼어난 외모로 성공한 여자 희극인은 극히 드문데 날라리아 김미숙과 최양락과 결혼한 팽현숙 정도? 그리고 중상의 외모를 소유한 여자 희극인으로 이경실과 박미선 정도가 있겠네.
영희: 남자 희극인들은 평범한 외모로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유독 여자 희극인들의 외모는 극단으로 나뉘는 걸까? 코미디는 연기나 노래하고 달리 외모 뜯어먹는 장르도 아닌데 말이야.
철수: 아 아무리 현실이 그래도 연기나 노래가 외모 뜯어먹는 장르란 소리는 좀 심했다. 뭐 여자 희극인 자체가 남자 희극인에 비해서 인원이 적은 것도 한 가지 이유긴 하겠지만 그래도 외모의 제약이 더욱 공고하다는 건 엄격히 말해서 한국 사회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지. 이른바 말빨이나 연기력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이 사회의 편견이 여자 희극인들한테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는 거 아니겠어? 여자 희극인은 어차피 코미디 프로의 감초 같은 역할이니까 오지게 망가질 수 있게 아주 못생겼거나 혹은 칙칙한 화면을 환하게 밝힐 수 있게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답거나 선택의 폭이 아주 좁은 거지. 그런 측면에서 평범한 외모로 여기까지 치고 올라온 강유미는 한국 여자 희극인계에서 아주 독특한 위상을 차지할 개연성이 꽤 높다고 할 수 있어. 뭐 아직까지는 유망주에 불과하니까 그 평가는 훨씬 시간이 흐른 후에 내리는 것이 공정하겠지만 말이야.
영희: 강유미가 평범한 외모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야? 말빨? 연기력?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건가?
철수: 이른바 말빨 이라고 불리는 에드립 부분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강유미가 연기력이 뒷받침된 연기자라는 건 분명해. 러브 카운슬러만 봐도 유세운과의 앙상블 연기가 거의 완벽에 가깝거든. 뭐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희극인 강유미가 성공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 그중에 하나가 일상을 훑는 미세한 관찰력이야.
영희 : 관찰력?
철수: 강유미 최초의 성공작 ‘예술 속으로 고고!’를 봐도 그렇고 강유미 코미디의 근간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거야. 이른바 ‘아~~~~’ 하는 감탄사 개그라고 할 수 있지. ‘역사 속으로 고고!’에서 시도했던 순정만화 주인공의 특징이랄지 재현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특징이랄지 관성화 되어 있는 작품 혹은 장르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끄집어내서 그걸 풍자한단 말이야. ‘예술 속으로 고고!’가 주로 대중문화 속에 잠복해 있는 레토릭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사랑의 카운셀러’는 그 대상이 일상 속의 일반인으로 확대되어 있어. 전화 안내원이랄지, 연예인 팬클럽 회장이랄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특징을 꼭 집어내서 풍자한단 말이지. 물론 코미디니까 어느 정도 과장되어 표현되기는 하지만 그 미세한 관찰력은 정말 혀를 두를 정도야. 저번에 뉴스 보니까 희극인이 되기 전에 백화점 매장 판매원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쳤다는데 거기서 쌓인 경험과 관찰력이 그녀 희극인 인생에 큰 자산인 것만은 분명해 보여.
영희: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뭔데?
철수: 나머지 하나는 직설 화법이야. 이건 그녀가 최근에 장착한 신무기에 해당하는데 봉숭아 학당에서 분하는 강유미 기자 캐릭터가 주로 구사하는 코미디의 수사법이 바로 직설 화법이지.
영희: 싫다 좋다를 분명하게 말한다 이거야?
철수: 그거보다 훨씬 구체적이지. 강유미 기자 캐릭터가 뜰 수 있었던 계기는 옥동자 정종철의 결혼 생활을 물고 늘어지면서 부터였거든. 신혼집에 3중 샷시를 달았다고 하면 신부가 도망칠까봐 감금시켜놓기 위해 그랬다는 둥, 신부가 자기 전에 오이팩을 해준다고 하면 한순간이라도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그랬다는 둥 개그맨 정종철의 일상을 직설적으로 까발린단 말이야. 그리고 그게 시청자들한테 호응을 얻자 요즘은 그 대상을 정종철 개인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봉숭아 학당 전 출연진으로 확대시켰지. 유세운의 새로운 캐릭터가 사실은 저번 주에 편집되어서 방송되지 못했다는 걸 폭로한다거나 장동민의 새로운 캐릭터를 인터뷰하면서 ‘이소룡도 해보고 괴물도 해봤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건 바보 캐릭터 아니면 소리 지르기 밖에 없었다.’ 라고 까놓고 이야기를 한다거나, 상대방을 면전에 두고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기자라는 캐릭터의 신분을 십분 발휘해서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서 묘한 해방감을 유도하는 거지.
영희: 그러니까 그런 관찰과 직설이 희극인 강유미의 현재를 관통하는 두 가지 코드라 이거구나?
철수: 그렇지. 다른 개그맨들이 하나의 강한 캐릭터가 성공한 이후에 후속 캐릭터가 지지부진해서 계속 죽을 쑤는 것과 상관없이 강유미가 하나의 코너가 끝나도 계속 승승장구 할 수 있는 건 강유미의 코미디가 근본적으로 캐릭터 코미디가 아니기 때문이야. 그녀가 추구하는 코미디의 핵심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관찰한 대상을 풍자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그녀가 분하는 캐릭터는 그런 대상을 풍자하는데 적합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카운셀러라던가 기자라던가 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사실은 그 때문이지.
영희: 그러면 강유미의 미래는 어때? 캐릭터 하나 뜨면 성공하고 캐릭터 하나 지면 브라운관에서 사라지는 요즘 개그맨들하고는 달리 쾌속질주 롱런할 수 있는 거야?
철수: 하지만 강유미가 현재의 유망주 위치에서 확실히 성공한 희극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할 난제가 있어. 하나는 아까 잠깐 언급했던 이른바 말빨, 에드립을 키워야 한다는 거야. 이건 강유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콩트 코미디를 주로 하는 개그맨들의 공통된 문제인데 이 아이들이 콩트 안에서는 찧고 까불고 훨훨 날라 다니지만 순간 에드립이 생명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만 나오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다는 거야. 심하게 나오면 한 시간 내내 방청객보다 더 말을 안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 콩트 코미디 출신으로 자리를 잡은 개그맨은 정형돈 정도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지. 강유미 역시 이 부분은 꽤 취약해. 그리고 이런 약점은 그녀의 행동반경을 넓히는데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어. 빨리 순간 에드립 실력을 키워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롱런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어.
그리고 두 번째 난점은 대상을 풍자하는데 지향이 없다는 거야. 대상의 특징을 잡고 그것을 과장해서 표현을 해. 그리고 그것이 웃음을 유발하지. 거기까지가 딱 현재 강유미가 하는 코미디의 전부야. 그 풍자에 코미디언 개인의 식견을 찾을 수가 없어. 즉 깊이나 울림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수명이 매우 짧다는 거지. 내가 개인적으로 강유미를 앞으로 대성할 희극인으로 뽑는 건 이 사람이 좀 더 경험을 쌓고 식견이 높아지면 자신의 코미디에 자신만의 생각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야. 현재 강유미가 갖고 있는 그릇은 흠잡을 데가 없어. 앞으로의 문제는 그 틀 안에 어떤 내용을 집어넣는가 하는 거지. 풍자의 대상이 연예인이나 우리 이웃에서 좀 더 확대되어 정치 혹은 사회의 일면을 강유미 고유의 식견으로 드러낼 수 있을 때 희극인 강유미는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형 희극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