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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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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짜는 여자]
서대선 시집 / 서정시학시인선 088 / 서정시학사(2014.03.20) / 값 9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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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짜는 여자
서대선
한때 나
종달이 되어 수직으로 날아올라
봄 하늘의 분홍 마음 한 입 물고
보리 싹 같은 그대 품으로 속으로 뛰어들면
간질간질 봄 햇살에 달구어진 두 볼에선
복숭아꽃 향기 가득하였는데
한때 나
분홍신 신고서 멈출 수 없는 춤으로
푸른 숲 우거진 그대 정원으로 달려가
연초록 이파리마다 은종을 달아주고
꾀꼬리의 노래 속에 그대와 왈츠를 추며
붉은 찔레꽃 덤불 속으로 들면, 꿀벌들은
사랑의 화살을 꽃 속으로 날리고
스텝이 꼬인 우리는 깔깔거리며
아득아득 멀미를 하곤 했었는데
한때 나
졸졸졸 시냇물 되어 우리 이야기
하류에 차곡차곡 삼각주도 만들고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안아주고
태풍에 쓰러진 거대한 나무를 만나면
잔뿌리 까지 스미어 열에 들뜬
이마에 찬 수건 얹어 주었는데
그대가 서있던 벼랑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며
붉어진 바다 위로 자맥질 하던 별들이
산호초 속으로 잠수하면
북극에서 부르면 남극에서 화답하는 고래가 되어
그대와 함께 수평선을 넘고 싶었건만
거대한 해일에 떠밀린 나는
이름 모를 해변에서
난파한 채 떠다니는 우리 이야기를
조각 조각 줍고 있는데……
3월
서대선
젖내 아른아른
흘러가는 시내한테
햇살이 까꿍까꿍 간지럼을 먹이면
빙그레 웃으며 기어와서
오물오물 젖을 빠는,
배냇짓 하는,
옹알거리는,
아가야, 우리 아가
봄밤의 크로키
서대선
봄비 내리는 초저녁
천지간 가득
다듬이질 소리
합궁 받은 갸구리들
새 이불 호청 다듬는 소리
지렁이도
웅-이 웅-이 추임새를 넣는다
정말 좋겠다
자웅동체인 저 지렁이
헤어질 일 없어서
후원이 아름다운 집
서대선
맨발의 그대가
먼 길을 홀로 걸어 올 그대가
문을 두드리면 부르트고 상처 난 발
느티나무 연초록 이파리의 손길로
닦아드리고 싶어요
아-아 하고 그대가 아픈
발을 주욱 펴면 갈라진 발바닥
사이사이로 굳은살 박힌 슬픔
가만 가만히
만져드리고 싶어요
멍울진 사연들이 조금씩 조금씩
먹물 번지 듯 풀어지면
그대 발길 닿았던 시간의 골목마다
울먹이던 슬픔, 내 마음의 꽃밭에 심겠어요
그러니 멈추지 말고 오셔요
달도 없는 그믐밤일지라도 느티나무
연초록 이파리가 흔들리는 소리 따라
목마른 채, 타박타박 걸어올 그대 위해
밤 새 길어 올리는 두레박 소리 청량한
뒷담 길을 돌아서
숨은 길
서대선
널 생각하면
왼쪽 늑골 밑이
뜨끔거린다
네게로 가는 길
소금 밭을
상처뿐인 발로
밟으며 가는,
날아라 나비
서대선
허기진 그리움이 해거름 산을 넘는다
에둘러 가는 마음 저편 계곡으로
그늘 깊어지고ㅓ
억 겁의 시간을 아우르며 오늘도
그리움에 밑줄을 그으며
고치방을 짓는 애벌레
내생의 매듭을 푸는
그리움,
날아라, 날개를 달고
보랏빛 도라지꽃
서대선
하이 눈*에 나오는 게리 쿠퍼를 닮은 사촌 오빠가 서울서 내려온 여름 방학이면 이웃집 가숙이 언니는 큰 집엘 자주 들렸다 내 숙제도 보아주고 머리도 땋아주며 눈이 동그란 단발머리 가숙이 언니는 열린 창문 너머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오빠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가끔 가끔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였는데 초저녁 잠결에 설핏하게 오빠랑 가숙이 언니가 멍석위에 앉아 밤하늘 별자리를 찾기도 하였는데
이듬해 여름방학 보랏빛 도라지꽃을 수놓은 하이얀 손수건을 전해 받은 오빠는 악당을 물리치고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잡고 기차를 타던 하이 눈의 멋진 게리 쿠퍼를 닮은 오빠는, 자전거를 타고 수녀원으로 달려갔던 오빠는, 첫사랑 가숙이를 데려나오지 못한 채 부러진 한 쪽 팔을 끌어안고 뒤울안 도라지 밭에서 꺼억 꺼억 울기만 하였는데, 저녁놀이 마냥 붉기만 하였는데……
* 게리 쿠퍼 주연의 영화 제목
그리고 오랫동안
서대선
쓸쓸함이 쓸쓸함에게
묻는다
그 날이 올까요
그 날이 올 것 같나요
사각사각 시간이 갉아먹는
쓸쓸함의 등뼈 속으로 바람이 지난다
쓸쓸함이 쓸쓸함에게
묻는다
그 날이 올까요
그 날이 오긴 올까요
스르륵 스르륵 모래시계 속에서
빠져나가는 쓸쓸함이 쌓인 사막 위로
뜬 초승달을 보고
우-우 늑대가 운다
쓸쓸함이 쓸쓸함에게
묻는다
그 날이 올까요
그런 날이 있긴 있을 까요
캄캄한 우주 공간 저 너머에서
메아리가 돌아온다
그런 날이-있을-까-요
쓸쓸함을 사랑한 그대
오-래 쓸쓸하리
나도 꽃
서대선
돌아봐
돌아봐
뒤돌아봐 한번만
멀어져가는 네 등에
눈물로 꾹국 눌러 쓴,
끝내 소리내어 말하지 못한 말,
사랑해
물수제비 뜨다
서대선
나를향한 내 마음이
불이 되어 용광로 속에서
쉭쉭거릴 때엔 가지 않겠어
어여쁜 네가 한줌 재 되어
바람에 흩어지면 어떻게 해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쓰나미 되어 바다 밑을 가르며
으르렁거릴 땐 가지 않겠어
사랑스런 네가 뿌리째
뽑히면 어떻게 해
나를 향한 네 마음 한 조각
만나게 되면 절벽에서
발길을 돌릴 거야
열에 들뜬 그리움의 절벽이
둥글게 둥글게 조약돌이 될 때까지
자그만 조약돌 속 내 마음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는 날
네게로 물수제비 뜰거야
수면 위로 깨금발 뛰는 수줍음
그리움 되어 조용히 번져가는
작은 물무늬로 남을 거야
조각보를 찾아서
서대선
뒤울안 녹슨 펌프
힘껏 퍼 올려 입을 대면
혀끝에 남아도는 쇳물 맛
애호박 숭덩숭덩 썰어 넣은 수제비
자배기에서 떠주시던
어머니 어깨 너머로 반짝
빛나던 개밥바라기 별처럼
또렷이 다가오는 그리움 있어라.
내 방 장롱 속 언제나
연두 빛 그리움의 조각들
새벽닭 우는 오경도 넘기며
한 땀 한 땀 이어가던
날들이 있었네,
조각보 몇 장의 날들
곱게 접혀진 채 놓여 있었네,
나 이제 돌아가리라
푸른 애호박 덩굴 밭고랑을
벋어가듯
뒤울안 녹슨 펌프
쇳물 맛 나는 물
콸콸 쏟아져 내리는 거기,
내 처녀적 조각보
곱게 접혀진 채
나를 부르는 연두 빛 날들을 찾아
돌아가리라,
나 이제 돌아가리라.
아주 작은 소망
서대선
십자가 하나 만들고 싶다
못 하나 나무 두 개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
항아리
서대선
우물 가로
푸른 바람
쉬어 간다
네 차례다
울어
그득 그득 채워도 좋다.
지상에서
서대선
그대여,
마지막으로 나의 눈 닫힐 때까지
지상의 그대 몸에서
낙엽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터 무늬
서대선
숨소리도 따스한 네 젖무덤에서 들리던
아늑한 탯줄의 기억’
바람이 불어와 속살을 간질이던 시간
바람 부는 벌판에서 봄비처럼 끌어안던 시간
네 어깨를 깨물엇을 때
들판의 야생화 향기로운 촉감
젖은 이파리 냄새가 났었지
동그란 네 어깨가 암각 되던 내 입속의 동굴
꽃잎보다 가벼운 너를 온 마음으로 받으며
기억의 창문마다 고리를 열어주던 네 숨결
따스하던 양수 그 미지의 바다 속
심해어를 찾으러 떠났던 항해일지
네 기억들이 퇴적된 나의 터 무늬
이유기를 끝내지 목한 잇몸이
몹시도 가렵다
촛불 한 치 타는 동안
서대선
촛불 한 치 타는 동안
내 안의 어둠 반 치도
닦아내자 못 했다네
시커먼 재에 덮인 밑불
까무륵 깔딱거려도
재투성이 마음 깔고 앉아
시름시름 앓기만 하였다네
달인
서대선
오로지
한곳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그들 맘속엔
절간이 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고요 속에
금강석으로 벼룬
저 단단한
중심
날마다 행복
서대선
우리 집 뒷산 고사목은
온 동네 소식을 제일 먼저 안다
아침마다 딱따구리, 다람쥐, 청설모, 족제비들이
목수 김씨네 월동준비 소식이며
지난여름 폭우에 쓰러진
아카시아 소식을 전하면,
조용히 다 듣고 나선 둥치 속에서
애벌레 한 마리 꺼내어 건네준다
딱따구리 마실가고
햇살이 숲 속 그늘진 곳에 어리면
까치가 놀러와 날개를 접고는
동네 소식을 전한다
앞집 꼬맹이 할머니가
요새 문 밖 출입이 뜸하다며
걱정스레 고개를 갸우뚱하고
집 뒤 텃밭 아저씨
교통사고 후유증에 자리보전 하신단다
시린 마음이 시척시척 맴돈다
마을 앞을 흐르던 냇물이 얼어붙자
물까치들이 이사를 왔다
찔레 열매, 망개 열매를 먹는 물까치
찔레 열매처럼, 망개 열매처럼 붉은 똥을 내놓는다
등이 푸른 물까치가 떼를 지어
찔레 덤불 위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얼음장 밑 피라미, 모래무지, 수초들의 겨울 잠
소식을 전하면
땅 속 언 발을 꼼지락거려 본다
가끔 지나는 바람이
추억의 책갈피를 넘겨주며
서쪽 하늘 가득 붉은 노을 속으로
높이 나는 기러기도 불러 구만리장천을
함께 날아보자고 손을 잡아 이끌면
빙그레 웃으며 개밥바라기별 하나 쥐어주곤
어둠이 내린 마을을 늙은 개의 눈으로 다독여준다
장독대가 있는 풍경
서대선
붉은 고추, 검은 숯이
동동 뜬 맑은 간장을 뜨는
할머니 곁에
걸음마가 한창인 손자가
오줌을 갈긴다
간장 뜨던 할머니 “장하다”며
대견해 하신다
아기 오줌발 세례 받은 체송화
꽃잎에선 젖내가 솔솔
장독대를 맴돌던 빨간 고추잠자리
채송화 꽃술 속으로 귀를 열고
아기 오줌 같은 맑은 간장
속에 채송화를 닮은 젊은
새댁이 웃고 있다
생강나무 아래서
서대선
잔설의 싸늘한
바람에 떠밀려
해 저문 사립문을 밀면
봄 햇살 속,
젖었다 마르다 으스스
미열 오르는 밤
붉은 대추 띄워 끓여낸 생강차에
꿀 한 숟가락이면
어머니의 따끈한 사랑이
졸졸졸 시냇물이 되어 뱃속으로
흘러든다.
배앓이를 할 때에도
딸꾹질을 할 때에도
둔덕에서 구르다 무르팍이 깨져도
내 어머니의 생강은 동의보감이었다.
나 이제 이른 봄 산골짝에 가장 먼저 피는
산 동백, 저 생강나무를 보며
이승에 안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봄날 뒷산을 오르다 만난
노오란 꽃 만발한 생강나무 아래서
어머니 앞치마에 매달려 보았으면 싶은데……
고프다
서대선
어머니, 우주의 행성들은 저마다
화음을 지니고 있다지요
케플러*가 인간의 음계로 대입하였더니
지구는 파-미 파-미, 라틴어로 파민famine
‘굶주려 배고프다’며 돌고 있다지요
어머니 등에 업혀 바라보던 세상은
푸른 바람이 불고 장미 향기 가득하여
눈 닫는 곳마다 쌍무지개 다리 위에 뭉게구름
한가롭고 파랑새들 보금자리 속에선
행복도 짹짹짹, 사랑도 짹짹짹,
아기 파랑새들 노랫소리 드높았건만
어머니 안 계신 지상에 시린 발로 서서
두 주먹 쥐고 앞만 보았던
시간 내내 고팠답니다
세상의 폭풍 속에서 비틀거릴 때면
어머니의 따스한 앞가슴이 고프고,
어머니의 등이 고프고,
기쁜 날 저보다 더 기뻐하셨을
어머니의 환한 얼굴이 고팠어요
어머니계신 곳 화음을 들어보려
밤마다 창문 열고 반짝이는 별들마다
두 귀를 모아봅니다
오늘밤 제 꿈에 오신다면 이젠
저보다 가벼우실 어머니 제 등에 업고
고프고 고팠던
어머니의 자장가 불러드리고 싶어요
*요하네스 케플러- 1571년 독일 출신의 천문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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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첫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를 낸 후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다.
시 쓰기의 일이 구원의 길임을 믿는다. 이 길을 따라 진정의 보폭으로 가고 또 가면 눈 시린 환희의 너른 지평을 만나게 되리라는 것도 믿는다.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이 ‘믿음’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2014년 이른 봄 양촌리 모가헌에서
서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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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詩集 [※레이스 짜는 여자※]
[ 해설 ] -
두 이름의 마리아, 하나의 사랑 노래
- 업힌 자에서 업는 자 되기의 시 쓰기
나민애(문학평론가, 서울대 전임대우 강의교수)
prolog. 둘이면서 하나인 마리아
기독문화에서 마리아는 동명이인의 두 여인이다. 한 마리아는 예수의 모친인 성모聖母 마리아를 말하고, 다른 마리아는 예수의 사도인 성녀聖女 마리아를 뜻한다. 한 마리아는 예수를 모성애로 안았고, 다른 마리아는 예수를 흠모하여 좇았다. 우리는 이렇게 두 명의 마리아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 두 마리아가 항상 구분되는 것만은 아니다. 혹, 반드시 구분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놓고 우리는 마치 쌍둥이를 바라볼 때처럼 헷갈리기도 한다. 예수라는 한 인물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던 두 여성이 하필이면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이 두 명의 마리아를 동시에, 또는 연달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때로는 두 개의 마리아상이 하나의 이름과 하나의 속성으로 모아져, 마침내는 ‘마리아’라는 이름 자체가 곧 사랑의 대표명사인 듯이 생각하게도 되는 것이다.
두 명의 마리아에게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사랑이 있었다. 분명 ‘서로 다른 사랑’. 하지만 이것을 되풀이해 말해보아도 방점은 ‘다른’ 보다는 ‘사랑’에 찍힌다. 그렇게 우리 입에 맴도는 ‘마리아’라는 이름에는 두 사랑을 포괄하는 더 큰, ‘하나의 사랑’이 있다. 두 마리아는 별개인 듯도 하지만 어디선가 하나로 만난다. 두 명의 마리아와 두 개의 사랑. 한 명의 마리아와 하나의 사랑. 서대선 시인의 시집은 바로 이 ‘둘이자 하나인 마리아’와 ‘둘이자 하나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1. 모성의 마리아, 불멸의 시학
단언하자면, 서대선 시인의 이 시집은 사랑의 시집이다. 그녀의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사랑이 대중적인 ‘사랑노래’나 전통적인 ‘사랑가’와는 차별적인 방식으로 구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 시집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사랑 노래가 있고, 그것이 하나로 만나는 장면이 있다. 다시 말해 둘이며 하나인 사랑의 변주곡이 이 시집의 본질인 것이다.
『레이스 짜는 여자』의 사랑 노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가 아니라 복수複數의 사랑을 찾아보는 것이 이 시집을 읽는 묘미가 되어 준다. 먼저, 우리가 찾아볼 사랑은 세상을 모성으로 품는 성모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이와 다른 하나의 사랑은 연인을 위한 여인의 사랑이다. 이때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군을 일러 ‘모성의 마리아’적인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모성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을 통해 그녀는 때로 매우 보편적인 사랑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수평적인, 그러나 매우 광범위한 자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보이는 무엇이든 사랑의 가슴에 수렴하려고 하는 집약의 힘을 지니고 있다. 문화권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모성의 사랑으로 세상을 읊는 시심은 그녀 시집의 첫 번째 작품을 비롯해 여러 작품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젖내 아른아른
흘러가는 시내한테
햇살이 까꿍까꿍 간지럼을 먹이면
방그레 웃으며 기어와서
오물오물 젖을 빠는,
배냇짓 하는,
옹알거리는,
아가야, 우리 아가
- 「3월」 전문
특히 시집의 1부는 바로 ‘모성의 마리아’에게서 발원하는 사랑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의 중심에는 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시적 자아가 존재하고, 세계의 모든 부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된다. 그 중에서 이 시집의 첫머리에 놓인 「3월」은 그러한 모성적 마리아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시집의 순서를 배열하는 일, 특히 첫 작품을 꼽는다는 것은 많은 고민을 동반하는 일이다. 첫 순서에 놓일 작품이라면 시인 자신의 마음을 탁, 하고 칠 수 있는 선험적인 작품이어야 옳다.「3월」이라는 시가 바로 그런 작품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여러 은유를 통해 시인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안에서 시적 자아는 얼음이 풀리고 봄이 찾아오는 3월을 맞이했다. 흔히 ‘봄’의 시상은 계절의 변화, 자연의 신비, 생명력의 분출 등의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런데 서대선 시인의 구체화는 어떠한가. 그는 태양은 어머니, 시내는 아기라고 풀어내었다. 어머니로서의 태양은 아기로서의 시냇물을 바라보며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준다. 아기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다시 어머니에게로 사랑을 전달한다. 시인의 ‘어머니-태양’과 ‘아기-시내’라는 은유를 통해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는 거대한 어머니와 거대한 아기의 관계로 전환되고 마는 것이다. 이를 통해 3월의 햇살이 왜 가슴을 벅차게 하는지, 왜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여기 어머니와 아기, 태양과 시내는 서로 온전하게 마주보고 있는, 행복한 2자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는 곧 어머니와 자식의 모성으로 이어진 관계로 해석되기 때문에 3월의 천지는 사랑의 아우라로 충만해질 수 있었다.
이처럼 모성의 시선으로 세계를 채우고자 하는 시인의 세계관은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찾아진다.
비오는 봄밤
홀로 깨어
백목련 눈뜨는 소리 듣는다
세상 풍설을 견뎌낸
뿌리들을
오래 오래 안아주고 싶다
- 「봄밤 홀로 깨어」 전문
시 「3월」에서는 해사하게 웃는 아기 얼굴이 등장해 젊은 어머니를 기쁘게 했다.「3월」이 어린 아기와 어머니의 사랑을 세계에 대입한 경우라면,「봄밤 홀로 깨어」는 다 자랐지만 여전히 안쓰러운 자식을 품는 모성을 보여준다. 시인은 어느 한밤중에 백목련이 피어나려고 하는 순간을, 소리로 포착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그 식물은 마치 힘겨운 싸움을 하고 돌아온, 지치고 목마른 자식과도 같았다. 이렇게 개화를 개화로 보지 않고 자식의 고된 뒷모습으로 기억하는 것은, 모든 사건과 사물에 있어 어머니의 시선과 가슴이 우선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현상과 존재는 시인의 강한 모성의 눈을 통해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아가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아가가 어리든, 얼마나 자랐든 상관없이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을 대입해 세계를 읽는다. 그리고 이 세계관을 드러나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창작하면서 그 사랑이 보다 넓게, 보다 많이 퍼질 것을 희망한다.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말씀 하셨네
배부른 사람 되지 말고
머리 부른 사람 되라고
입으로만 먹는 지렁이
되지 말고 지혜를 먹는
큰 바위 얼굴 되라고
아버지 손잡고 들판에 나가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 들었네
푸르게 흔들리는 벼
인간의 허기를 채우는 소리에
귀 기울였네
이마가 푸른 젊은 엄마가 수줍게
돌아 앉아 아기 젖을 물리네
엄마 몸에서 아기 몸으로
흘러드는 불멸을 보았네
- 「내력」 전문
이 작품은 긴 시간의 자장을 지니고 있어, 이 시집에서 가장 웅장한 시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시인의 세계관이 ‘엄마’의 사랑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작품은 각 연마다 사람의 정신적인 허기에 대한 각기 다른 대답을 담고 있다. 먼저 1연에서 시인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적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옳은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지혜, 즉 정신적인 성숙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2연에서 시인은 또다른 고찰을 제시한다. 그는 마른 논에 물들어 가는 소리를 통해서는 무엇이 사람의 물리적, 심정적인 허기를 채울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비로소 3연에서 시인은 무엇이 사람을 채우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제시한다. 시인이 보기에 1연의 지혜는 마음을, 2연의 밥은 몸을 채워주지만 더 본질적으로 인간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것이 지닌 절대적 가치에 대해서 시인은 “엄마 몸에서 아기 몸으로 흘러드는 불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아기의 배를 채운다는 일차적 목적을 지니고 있는 행위이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어머니는 ‘사랑’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없이는 배를 채우는 것도, 머리를 채우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이 시인의 시적 주제를 옹호한다.
이렇게 모성의 눈으로 세상을 돌아보고, 모성의 가치관으로 시적 세계를 재구성하는 시인의 시도들은 ‘어머니로서의 사랑’이라는 큰 주제로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시인의 ‘사랑’이 비단 ‘어머니로서의 사랑’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지닌 깊이 있고 보편적인 사랑과는 또 다르게, 이 시집에는 ‘여인으로서의 사랑’이 뜨겁고 열정적으로 펼쳐져 있다.
2. 연정의 마리아, 섬김의 시학
서대선 시인의 작품 중에는 사랑의 마음을 노래하되 그 사랑이 범우주적인 대상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 하나만을 향해 집약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앞서 전자를 모성적 사랑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반면 ‘그대’를 향한 작품들은 모성애와는 다른, 연정戀情의 사랑, 한 명의 여인으로서 한 명의 연인을 향하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랑의 구별이 흥미로운 것은 모성적 사랑이 세계 그 자체를 대체하고 있음과 달리, ‘그대’를 향한 연정의 사랑은 세계가 망하든 사라지든 상관없이 세계 그 자체를 망각하고 있음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완성하는 모성의 사랑과 세계를 망각하는 연정의 사랑이라니. 사랑의 두 줄기를 잡고 세계를 완성하기도 하고 또 허물기도 하는 시인의 시선은 강렬하기 짝이 없다.
맨발의 그대가
먼 길을 홀로 걸어 올 그대가
문을 두드리면 부르트고 상처 난 발
느티나무 연초록 이파리의 손길로
닦아드리고 싶어요
아-아 하고 그대가 아픈
발을 주욱 펴면 갈라진 발바닥
사이사이로 굳은살 박힌 슬픔
가만 가만히
만져드리고 싶어요
멍울진 사연들이 조금씩 조금씩
먹물 번지 듯 풀어지면
그대 발길 닿았던 시간의 골목마다
울먹이던 슬픔, 내 마음의 꽃밭에 심겠어요
- 「후원이 아름다운 집」 부분
‘너’나 ‘당신’, ‘연인’과 ‘그대’라는 타자를 호명하는 작품들이 주로 연정의 사랑을 다루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후원이 아름다운 집」은 필히 ‘연정의 마리아’에 닿아 있는 작품으로 눈에 띈다. 젊은 마리아가 머리칼로 예수의 발을 닦았던 것은 분명 사랑, 그것도 섬김의 사랑이었다. 나를 낮춰 상대방을 고귀하게 대접하는, 아무리 주어도 모자란 본연의 사랑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 바로 이 섬김의 사랑이 시에서는 “갈라진 발바닥”을 “만져드리고 싶”다는 소망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에는 ‘그대’와 그대를 기다리는 여성 화자가 등장하는데 한때 그들은 함께 했던 연인으로, 지금은 이별한 상태에 있다. 화자는 그대가 맨발로, 아무 것도 없어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으며, 그대가 반드시 돌아올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화원을 가꾸면서 사랑의 기다림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이 시가 현재의 이별을 전제한, 슬픈 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찾아올 이별을 염두에 둔, 미리 쓴 이별시 일 수도 있다. 당신이 “걸어 올” 것이라 예측된 미래가 현재의 미래가 아니라 미래의 미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를 함께하는 연인들도 언젠가는 죽어 헤어질 것이다. 그렇게 언젠가 헤어져도 다음 생에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고, 당신은 나를 찾아올 것이고, 나는 기다릴 것이다. 이러한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 지금 이 작품에서 이별의 상황을 예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의 지속을 전제한 행복한 시, 사랑을 다짐하는 강인한 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대선 시인의 작품에서는 사랑의 힘으로 이별이나 분리를 극복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에게 있어 세계의 시작은 사랑이고, 세계의 끝도 사랑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그대를 섬기는 한 여자가 되고 싶은 사랑의 마리아는 이후 한 남녀를 단위로 그들의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시편들에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이 시집의 제목을 담당하고 있는 시,「레이스 짜는 여자」는 연정의 마리아가 부르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나
졸졸졸 시냇물 되어 우리 이야기
하류에 차곡차곡 삼각주도 만들고
바위를 만나면 바위를 안아주고
태풍에 쓰러진 거대한 나무를 만나면
잔뿌리 까지 스미어 열에 들뜬
이마에 찬 수건 얹어 주었는데
그대가 서있던 벼랑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며
붉어진 바다 위로 자맥질 하던 별들이
산호초 속으로 잠수하면
북극에서 부르면 남극에서 화답하는 고래가 되어
그대와 함께 수평선을 넘고 싶었건만
거대한 해일에 떠밀린 나는
이름 모를 해변에서
난파한 채 떠다니는 우리 이야기를
조각 조각 줍고 있는데...
- 「레이스 짜는 여자」 부분
‘나’와 ‘그대’가 만나서 ‘우리’가 되었던 이야기를 이 작품은 다루고 있다. 그 ‘우리’는 분명 존재했지만 지금은 헤어져 다시 ‘나’와 ‘그대’로 존재한다. 이 ‘우리’에의 희망이 바로 제목에 있는 ‘레이스’를 만들게 했다. 작품에 의하면 난파된 “ 조각 조각”을 모으는 일, 제목에 서는 “레이스를 짜는”일은 ‘나’가 다시금 ‘우리’가 되어 사랑을 완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나고 나누고 함께하는 연인이 되기 위해 시인은 기억을 모으고, 고래처럼 웅후한 존재를 상상하고, 바다와 저녁놀과 별을 떠올린다. 이렇게 사랑의 완성을 위해 소집된 세계가 바로 시인이 짜고 있는 “레이스”이다. 나아가 화자가 한 올 한 올 완성한 레이스라는 수공예품이 서대선 시인에게 있어서는 ‘시작품’ 그 자체라는 것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유추를 역전적으로 이해할 때 또한 서대선 시인이 섬세한 상상력을 통해 완성하려는 시세계가 바로 ‘사랑의 세기世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업힌 자가 업는 자 되기까지
사랑을 강조하는 시인의 테마는 사랑의 가치가 퇴색되고 속화되어 가는 시대에 반하여 그것을 옹호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 주제가 어머니의 사랑이든,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한 여자의 사랑이든 서대선 시인은 일관되게 사랑의 세기를 희구하면서 이 작품집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시집 4부는 인간 서대선의 구체적인 일상의 편린들이 가장 진하게 드러나 있는 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4부 역시 ‘사랑의 불멸성’을 추구하는 전체 시집의 세계관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 사랑의 표면이 나의 사랑일 경우도 있고, 다른 모성의 경우일 경우(「고물거리다」), 나를 키웠던 어머니일 경우(「소리 길」, 「생강나무 아래서」)도 있다. 표면은 달라보여도 나의 사랑과 다른 이의 사랑은 모두 하나의 궤, 사랑의 궤에 속해 있다. 그리고 ‘하나의 궤’ 안에는 ‘모성의 마리아’와 ‘연정의 마리아’를 두루 통합하는 보다 큰 사랑의 노래가 포함되어 있다.
푸른 바람이 불고 장미 향기 가득 하여
눈 닫는 곳마다 쌍무지개 다리 위에 뭉게구름
한가롭고 파랑새들 보금자리 속에선
행복도 짹짹짹, 사랑도 짹짹짹,
아기 파랑새들 노랫소리 드높았건만
어머니 안 계신 지상에 시린 발로 서서
두 주먹 쥐고 앞만 보았던
시간 내내 고팠답니다
세상의 폭풍 속에서 비틀거릴 때면
어머니의 따스한 앞가슴이 고프고,
울고 싶은 날 어머니의 등이 고프고,
기쁜 날 저보다 더 기뻐하셨을
어머니의 환한 얼굴이 고팠어요
어머니계신 곳 화음을 들어보려
밤마다 창문 열고 반짝이는 별들마다
두 귀를 모아봅니다
오늘밤 제 꿈에 오신다면 이젠
저보다 가벼우실 어머니 제 등에 업고
고프고 고팠던
어머니의 자장가 불러드리고 싶어요
- 「고프다」 부분
서대선 시인은 사랑이 메마른 사막 위에 선 사랑의 선지자와 같다. 그는 사랑의 부재를 부정하기 위해서 사랑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그 노래가 어머니의 노란 햇살이든, 염정의 붉은 빛이든 상관없다. 서로 다른 사랑의 색깔은 한데 어우러져 일종의 오로라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 실린 모든 시편은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뿐이라고, 이런 사랑 저런 사랑을 보여주면서 주창하기 위해 씌여졌다.
그런데 이런 줄기찬 사랑의 제창은 어떻게 비롯되었을까.「고프다」는 작품은 서대선 시인이 지닌 시적 세계관의 탄생 스토리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 등에서 볼 때 세상은 풍성했다. 그런데 “어머니 안 계신 지상”에서 두 발로 홀로서기 할 때 세상은 시린 사막으로 변했다. 과연 세상이 변했을까? 아니, 세상은 변함없다. 변한 것은 사랑의 유무有無뿐이다. 사랑이 있을 때 세상은 풍요로웠고, 사랑이 없을 때 세상은 사막이었다. 그렇다면 사랑이 세상을 격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이런 깨달음 끝에 시인은 사랑을 가장 중요한 모토로 여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 거친 사막을 거두어주리라, 어머니가 그랬듯이 누군가를 업어주리라 생각하고 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위 시에는 온전하게 드러나 있다. 업힌 자가 업는 자가 되면서 시인은 사랑의 수호자가 되었다. 그런 삶과 생각의 보고서가 서대선 시인의 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업어주기, 안아주기, 품어주기, 따뜻하게 감싸주기. 그래서 자신이 지상최대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랑을 실천하기, 전달하기, 드러내기. 이것이 바로 서대선 시인의 시이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 업힌 자에서 업는 자로서의 전환이 ‘마리아’가 되는 과정이고, 성모와 성녀가 되는 과정이었다. 사막에게서 사막을 거두어 내는 것, 배고픈 마음으로 배고픔을 거두어 내는 것이 또한 한 마리아와 한 마리아가 만나는 지점이었다. 이것을 여러 가지 말로 해서 무엇할까. 다른 것 필요없이 ‘사랑’ 그것 하나라고 서대선 시인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모든 연인과 어머니와 마리아 되기, 업힌 자에서 업는 자 되기가 바로 서대선 시인에게는 삶이고 시였음을 우리는 이 시집을 보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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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그리움이 한 생이 되는 여자, 그리움이 있어 이 삶이 보다 순결하고 아름답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 그러나 그 그리움의 실체를 끝내 밝혀 낼 수 없어 외롭고도 슬플 수밖에 없는 여자의 존재론적 허무가 가슴 깊이 마음의 현을 울려주는 시집이다. 진실로 그리움이란 세계의, 우주의 완전성에 도달하려는 정신적 몸부림이 아니겠는가. 플라톤이, 단테가 그러했던 것처럼.
- 오세영(시인)
서대선 시인은 사랑이 메마른 사막 위에 선 사랑의 선지자와 같다. 그는 사랑의 부재를 부정하기 위해서 사랑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그 노래가 어머니의 노란 햇살이든, 염정의 붉은 빛이든 상관없다. 서로 다른 사랑의 색깔은 한데 어우러져 일종의 오로라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레이스 짜는 여자] 시집에 실린 모든 시편은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뿐이라고, 이런 사랑 저런 사랑을 보여주면서 주창하기 위해 씌어졌다.
- 나민애(문학평론가, 서울대 전임대우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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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시인∥
∙ 서대선 시인은 경북 달성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성장하였다.
∙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졸업하였으며,
∙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정서장애 문제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연구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 시집 『천 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2009. 새미)』를 내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와시학(김남조 선생 특별 추천. 2013)』신인상을 받았다.
∙ 저서로는 [새로 쓴 실기교육 방법론][언어교정 교육] 등이 있다.
∙ 계간『포엠 포엠』운영위원,「문화저널 21」문학담당 편집위원,
∙ 현재 신구대학교 교수로 1987년부터 [행동수정][언어치료][임상심리][실기교육 방법론] 등의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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