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영점 조정이 필요하다.
사격에서 총알이 떨어지는 지점을 영점이라고 한다. 과녁을 맞추는 사격이나 양궁 종목의 금메달리스트들도 매 경기 전에 자신이 쏜 총알이나 활이 떨어지는 지점을 확인하며 영점 조정을 한다. 잘 맞던 총도 시간이 지나면 영점이 틀어지기도 하고, 자기 컨디션이나 경기장 환경에 따라 영점이 변하기 때문이다.
감수성도 그런 것 같다. 한번 배우고 연습했다고 해도 일상의 대화에서 항상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늘 상대에 집중하며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깜빡하고 시간이 흘러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배워서 아는 것은 머리에 머무르고 입에서 나오는 표현은 옛날로 돌아간다. 때로는 배운 것도 잊어버린다. 내 입장 내 판단을 말하고 상대를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며 충고 지적질이 늘어난다. 다행인 것은 필요할 때 집중하고 애를 쓰면 다시 꺼내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간절하게 필요하다면 말이다.
오랜만에 훈련에 참가했다. 한달 전 바쁘고 바쁠 것 같은 마음에 갈등하다가 일단 저질러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영점 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훈련 하루 전까지 핸드폰 일정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많은 회의와 약속들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처리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니 온전히 3일을 뺄 수 있을까? 연기할까 포기해야 하나 갈등했다. 그러다 영점 조정없이 참석하는 회의와 미팅을 상상해봤다. 지금은 영점 조정이 더 중요했다.
도반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마음을 만나고 내마음을 느끼며 영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경청의 완성은 표현이라는 말에 탕!! …. 머리로만 영점을 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넋 놓고 있던 마음을 잡고 기어를 변속했다. 표현을 조금씩 늘렸다. 함께 오가는 대화에서 내 표현이 영점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고 내 뱉은 인정 칭찬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분히 상대의 마음에 머물고 알아주고 난 후 인정 칭찬해도 되는데 여전히 건너뛰고 서두르며 빨리 말을 끝내고 싶은 내 안에 부끄럼 많은 그 놈을 발견했다. 그 놈을 더 보듬고 살펴야 한다. 3일동안 내 마음의 영점을 조정한 것 같다.
과정은 애쓰는 만큼 각자의 속도와 방법으로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과 스승들에게 배운다. 애쓰는 만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함께 배우고 애쓰며 세상의 영점을 조정하는데 기여할 도반들과의 인연이 더욱 기대된다.
첫댓글 함께 배우고 애쓰며 세상의 영점을 조정하기 : 기산님 뵈어서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다른 좋은 시간 좋은 장소에서 뵙길 원하며 !~
배움이란 무엇 인지. 여러 번의 참가 자체로 배움의 표본을 보여주신 기산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