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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welcome everybody) 스크랩 이탤리언 레스토랑 ‘밀휘오리’ 운영하는 기노시타 타이
한강의 언덕 추천 0 조회 116 15.05.24 11:3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이탤리언 레스토랑 ‘밀휘오리’ 운영하는 기노시타 타이

식당에 가면 주방에서 어떤 요리사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가가 궁금했던 한 셰프는 같은 마음으로 매주 농장을 방문한다. 생산자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작물을 키우는가가 궁금해서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현지에서 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원칙으로 한국에서 이탤리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일본인 셰프 기노시타 타이를 만났다.
                             /사진 이성원   
식전에 ‘강원도 강릉 솔향농장에서 자연 재배한 어수리를 넣은 계절 채소 건강주스’를 마신 뒤 애피타이저로 ‘가평 밀휘오리 농원에서 기른 루콜라를 넣은 참치 카르파초’를 먹는다. 메인 요리는 ‘전라남도 고흥의 유기농 유자 향과 함께 즐기는 횡성한우 안심스테이크’, 혹시 면 요리를 원한다면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 정효동 아저씨의 향기로운 추부깻잎과 부드러운 햇감자, 베네치아의 캐비아 보타르가가 함께하는 깻잎 알리오 올리오’를 먹어도 된다. 메뉴 이름만도 족히 스무 자가 넘는 이곳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레스토랑 ‘밀휘오리’다. 원래 밀휘오리 글라스(millefiori glass), ‘천개의 꽃으로 된 유리’라는 뜻인데, 이 유리의 특징은 어디서 바라보아도 아름답다는 것. 밀휘오리의 음식도 언제, 누구와 먹어도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농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

밀휘오리의 오너 셰프는 기노시타 타이다. 2008년 쌍둥이 형인 기노시타 다이와 함께 레스토랑을 열었다. 지금은 형이 일본 방문 중이라 동생 혼자 지키고 있다. 덕분에 두 배는 바빠졌지만 그 와중에도 빼놓지 않는 일정이 있다. ‘농장 방문’이다. ‘채소 오타쿠’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제철 채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노시타 형제는 산지를 직접 방문해 채소를 구입한다. 밀휘오리 매장 입구에는 “외국에서 온 기진맥진한 채소가 아닌 싱싱한 국산 채소로 미와 건강을 모두 챙기세요”라고 씌어 있다. 셰프의 정성이 통했는지 밀휘오리를 다녀간 이들은 ‘먹으면 예뻐지는 파스타’ ‘채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등의 후기를 남겼다.

기노시타 타이가 한국과 연을 맺은 건 고등학교 때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의 나라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왔다. 대학까지 공부하면서 인연이 깊어졌다. 기노시타 타이는 6형제 중 막내다. 어머니는 타지에 있는 막내에게 늘 전화를 걸어 “채소는 골고루 먹고 있니?”라고 묻곤 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밥상은 조미료를 넣지 않은 채소 위주의 식단이었다. 어릴 적에는 ‘컵라면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크고 보니 그의 몸 안에도 ‘채소 DNA’가 장착되어 있었다.

“새로운 맛을 좋아해서 한국의 여러 음식을 두루 먹어봤어요. 일본에서는 도쿄에, 한국에서는 서울에만 살아서 다른 도시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부천은 예전에 일본어 강사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도시가 깨끗해서 인상이 좋았습니다.”
                            
/사진 이성원
그는 한국의 여러 고장을 다녀봤다. 좋은 재료가 나는 곳이라면 강원도든 경상도든 전라도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현지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같은 양파 농장이라고 해도 각자 다른 스토리가 있어요. 그 이야기가 요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제가 음식점에 가도 주방에서 어떤 요리사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지가 굉장히 궁금했어요. 요리사 입장에서는 식재료를 재배하는 분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재배하는지가 궁금했고요. 아무 생각 없이 키우는 분은 없으니까요.”

인터뷰에 동행한 사진기자는 그를 보고 일본 배우 기무라 타쿠야를 닮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기무라 타쿠야를 닮은 한 청년이 시골 농장에 찾아가 조심스레 말을 건다. “어떻게 이 채소를 재배하게 되셨나요?”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농장 주인들도 조금씩 친해져 친구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면 밀휘오리에 소포를 보내기도 한다. “새로 키운 건데 맛 좀 보세요”라면서.

“요리를 배우러 이탈리아에 간 적이 있어요. 그곳 음식을 배우러 갔는데 재료를 배우고 왔어요. 이탈리아 사람은 기본적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를 해요. 그 지역에서 난 채소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거죠. 일본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런 문화가 생겼어요. 음식의 핵심은 재료에 있거든요. 재료를 재배하는 분들의 마음까지 담아서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밀휘오리의 영업시간은 평일의 경우 오후 5시 부터다. 저녁 시간에만 식사가 가능하다. 오전과 점심시간에는 주로 농장에 가 있다.

“(레스토랑이) 요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재작년부터는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있어요. 주로 한국에 없는 채소를 키웁니다.”

한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만 요리를 만든다.

그가 체득한 ‘정통 이탈리아 방식’이다.


지금 먹는 음식은 나를 비추는 거울
                            
/사진 이성원
밀휘오리의 공간은 33㎡, 열 평 남짓이다. 자투리 공간에는 밀휘오리의 단골 농장 사진과 단골 손님들의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중앙에는 오픈형 키친이 자리 잡고 있다.

키친을 둘러싸고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어디서든 음식을 준비하는 셰프를 볼 수 있다. 농장 주인들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작물을 기르는지 궁금해 직접 찾아다닌다는데 정작 음식을 만들 때는 시종일관 과묵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재료를 썰고 볶고 끓인다. “집중해서 만들다 보면 말수가 적어진다”며 수줍게 웃었지만, 이 숫기 없는 주인이 손님들에게 마음을 표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밀휘오리를 방문했던 손님들의 기념일에 손글씨로 쓴 카드를 보낸다. 작은 정성에 감동한 이들은 다시 답장을 보내기도 한다. 거기에는 “생애 최고의 음식을 맛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도, “우리 아들이 컵을 깨뜨려서 미안하다”는 내용도 있다. 여기에 셰프가 화답하는 방식은 역시나 음식이다.

“신 메뉴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요. 채소 자체로는 맛이 좋았는데 다른 재료랑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그럼 다시 연구를 하죠. 예를 들어 방풍나물은 하나만 먹으면 써서 먹기가 힘들어요. 고민하다가 닭고기를 써봤어요. 파스타를 만들 때 일부러 닭고기를 살짝 그을립니다. 그러면 쓴맛에 쓴맛이 더해지거든요. 두 종류의 쓴맛이 느껴지면 ‘맛있다, 고소하다’고 느껴요. 맛에 깊이가 생기죠.”

메인 요리의 서브 메뉴로 취급받던 채소가 이곳에서는 어엿한 주인공이다. 채소가 중심에 있고 다른 재료들은 채소의 맛을 돋보이게 해준다. 채소는 다른 재료들이 갖지 못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기노시타 타이는 말했다.

“채소에는 계절이 담겨 있잖아요. 고기나 생선에 비해 더 생생하게 ‘제철’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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