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적이 어디에 있든 끝까지 간다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출연: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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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한반도 인근 바다에서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라는 이름의 한미 해군 연합훈련이 펼쳐진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도 참가한다. 지상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과 함께 북한의 잠수함 침투를 가정한 대잠수함 훈련을 강도 높게 수행할 예정이다. 10일 북한 창건일을 맞아 도발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한미동맹의 현재를 드러내는 현장이다.
2차 대전 배경, 유대인 특공대의 나치 암살 계획 이야기
나치가 득세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프랑스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을 색출하는 직책을 맡은 나치 군인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은 ‘유대인 사냥꾼’으로 불린다. 농가 지하에 숨어 있던 한 가족이 란다에 의해 발각된다. 온 가족이 희생당하지만 쇼사나(멜라니 로랑)는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유대인 출신 미군인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는 나치의 잔혹한 행태에 분노해 비밀 특공대를 조직한다. 이름은 ‘미친 개 떼들(Inglourious Basterds)’. 이들은 나치를 잡으면 죽일 뿐 포로로 잡아두지 않는다.쇼사나는 신분을 바꾼 채 극장을 운영하며 복수를 노린다. 쇼사나는 자신의 극장에서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주요 인사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인 중위도 영국 스파이로 암약하는 독일 여배우 브리짓(다이앤 크루거)에게서 나치 지도자 히틀러가 참석하는 시사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받고 암살 계획을 꾸민다. 이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수다 같은 대사… 타란티노 감독 특징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제목 뜻 그대로 좌충우돌하는 미국 특수부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수지의 개들’(1992)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메가폰을 잡았다. ‘데쓰 프루프’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자 그의 첫 전쟁 영화다. 수다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을 그대로 갖춘 채 별다른 카메라 워킹도 없이 음향과 화면 구도만으로도 쥐락펴락하는 마력을 드러낸다. 엔니오 모리코네에서부터 데이비드 보위까지 클래식과 신시사이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등 음악도 적절하게 배치돼 감독의 탁월한 재능을 일깨운다. 영화는 연극처럼 5막으로 구성되며, 각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고리를 찾아 마지막에는 등장 인물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왈츠의 악마 같은 연기 압권
영화는 제작 초기 브래드 피트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정작 개봉 이후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연기자 크리스토프 왈츠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영화 초반, 란다 대령이 유대인을 숨겨준 프랑스 농부와 대화하는 장면은 주목할 만하다. 왈츠는 대화를 나누면서 웃음을 띤 표정 뒤에 숨겨진 악마적 캐릭터를 그만의 매력으로 만들어냈다. 독일 국적의 왈츠는 이 영화 덕분에 200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골든글로브와 BAFTA(영국 아카데미영화상) 등 전 세계의 주요 연기상을 휩쓰는 비평적 상찬을 받았다
히틀러를 경박한 인물로… 유머 더해
영화는 2시간30분 남짓 진행되는 동안 그다지 센 전투 장면은 없지만 중간마다 과감한 화면으로 호흡을 조절해낸다. 또 총격이나 폭발 장면에서는 시각과 청각을 두루 자극한다. 재미있는 점은 잔혹한 란다 대령과 나치의 일인자 히틀러 등이 간혹 경박하거나 초라하게 그려지는 대목이다. 재기 넘치는 타란티노 감독이 세계적 비극을 가져온 이들을 비꼰 게 분명하다. ‘불굴의 의지’가 보여주는 단호한 응징 결의와 함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부하를 얼싸안고 흥을 내는 어린아이 같은 어떤 인물이 겹쳐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고규대 영화평론가>
추억의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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