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주에는 드디어 집사람이 화를 냅니다.
도대체 집에 붙어 있을 생각을 안하냐고요....
일한 자는 떠나야 한다고 열심히 항변을 해보지만
제가 워낙 담맘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라서 꾹 참고 하루를 집에서 쉬기로 결정...
오랫만에 한 턱 내기로 하고 식당을 어슬렁거려봅니다.
그런데 제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 물 설고 낯선 동네에서 대학 때의 후배를 만난 것입니다.
예산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는 이 머리 벗겨진 후배와 동석하여 또 늦게까지 술을 마셔대니,
담맘이 기분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싸나이, 한 번 든 술잔을 꺾을 수야 있나요...
2차까지 진행된 술자리에서 옛날 얘기 한없이 수다떨다가
모자가 잠이 든 잠자리로 슬쩍 들어가 잠이 듭니다....
미안함 반, 후배 만난 즐거움 반... 아, 이럴 때 어떡해야 하나....
에라잇 모르겠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2.
토요일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금방 그칠 비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좍좍 쏟아부을 것 같지도 않은....
그래서 타프 아래 앉아 있으면 온갖 피로가 솨~악 풀릴 것만 같은 묘한 날씹니다.
우선 오늘은 담맘이 숲 해설가 과정의 마지막인 모꼬지를 가는 날입니다.
숲 해설가 해본다고 처음 시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이라네요...
그간 나무와 꽃들 공부를 많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태주의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그저 자연보호만 외치는 것이 환경과 생태를 위한 길이 아니란 걸 알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숲이 숲답게 되려면 순환하고 정리되고 태어나고 해야 하기 때문에
나무는 때줘야 한다, 고로 올해도 화목난로는 계속되어야 한다.....!
완전 아전인수죠....^&^

암튼 천안 모처에 아침에 담맘을 데려다주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는 이곳에서 좀 시간이 남아 손바닥 씨름인가요 뭔가요, 그걸 둘이 하고 있습니다.

담맘이 출발하는 걸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와 담이 밥 후다닥 챙겨 먹이고...
설거지 대충 끝내놓고, 집안 불 꺼졌나 확인하고....
"담아, 빨랑 가자. 너 수영 안할 거야?"

역시 수영하자는 약발이 통했습니다.
천연휴식공간 도착하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어 주시고 뒤도 안돌아보고 수영장으로 직행합니다.
짜슥, 하여간 노는 거라면.... 그런 생각하고 있자니 왜 제 기분이 묘해지는 걸까요?

수영장의 아이들 웃음소리가 예쁩니다.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담이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지는 것을.....

준비운동 하고 들어가라고 얘기를 했거만, 도대체 말을 들어먹어야 말이죠...
우선 몸부터 확 적셔놓고... 개구리도 만져보고...

담이 수영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저도 물에 풍덩, 하고 싶습니다만...
생각보다 날이 추워서 보는 걸로 만족....

지헌이가 담이랑 놀아주기에 저는 내려와 타프 하나 덜렁 쳐볼 생각입니다.
차에서 짐을 꺼내고 있자니 웬 거미 한 마리가 차에 붙어 있네요...
내년 말쯤 거미도감을 만들 생각이어서 유심히 보니 초록 말꼬마거미 같이 생겼네요.

타프 하나, 의자 2개, 미니테이블 하나 펴놓고 망중한을 즐겨봅니다.
잠시라도 이렇게 쉬어야만 돌아오는 주에 일을 할 수 있다고 애써서 세뇌를 시키면서 말이죠.

일년에 한두 번 이 버너를 사용합니다.
간단 모드의 극치...
집에서 싸온 밥 한 그릇, 반찬 한 가지가 담이와 먹을 오늘의 메뉴입니다.

보슬비 내리는 타프 아래에서 담배 한 대 물고
건너편 산에 낮게 깔리는 구름을 보는 맛이 그만입니다.

3주 연속 이곳 캠핑장을 찾은 지헌맘의 휴식공간...
비오는 와중에 어머님까지 모시고 와서 느긋하게 쉬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2층에는 대전에서 오셨다는 팀들이 한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영 하고 와서 덜덜 떨던 지헌이와 담이는 아랫동네에 내려가 올 생각을 안합니다.
담이가 핫도그도 얻어먹었는데 인사도 못드렸네요....

지헌맘의 어머니도 나가 주무시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랍니다.
어쩐지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이곳 회장님과 말씀을 잠깐 나누었습니다.
두 주 안에 왼쪽으로 이동식 화장실, 오른쪽의 3개 캠핑장에 대형 물탱크와 개수대가 설치된답니다.
이 작은 개수대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조금씩 편해지겠군요.

천안에 사시는 한 분이 도착하셨습니다.
다이마스터님,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타프는 안지기님 없이 혼자 치세요....^^

비가 조금씩 거세질 때쯤 광덕산을 빠져나왔습니다.
집안 어른의 회갑이라 담이를 태우고 대전으로 향합니다.
출발 5분도 안되어 담이는 잠이 들고, 대전에 도착해서야 깼습니다.
수영하고 놀았더니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대전에서 하룻밤 유하고 다시 담맘을 내려줬던 충남학생회관 주차장에서 담맘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약 한 시간 동안 담이는 자전거 맹연습 중입니다.
네 발 자전거로 타던 걸 두 발 떼어주었더니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니 이제는 잘 타네요.

자기 발을 굴러서 빨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당분간 조금 큰 자전거로 연습을 더 시킨 다음에 좋은 자전거를 하나 사줄 생각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저는 젖었던 타프와 의자, 폴대 등을 말려봅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고, 떡본 김에 제사 지내고....
일부러 말리러 나갈 일 있나요, 이럴 때 후다닥 하는 것이지요...

어느새 놀이터가 되어버린 승용차.
놀다가 과자도 사먹다가 의자에 앉아서 해바라기도 하고 있자니 담맘이 도착하네요...
타프도 깔끔하게 말랐습니다.
자, 이제 집으로 출발.... 담맘이 잊지 않고 한마디 합니다.
"나 없으니까 한풀이 했지?"
그래, 나가서 콧바람 쑀더니 기분 좋더라, 왜? 속으로 이렇게 대꾸해봅니다.
첫댓글 후기 너무 재미 있네요 ~~~ 담이가 커가는 모습과 자연속에서 즐기는 모습을 저희 둥이들에게도 가르치고 싶네요~~
아이들의 자연 적응력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이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잘 놀도록 배려해주시는 게 좋을 듯 싶네요....^^
아산가서는 어찌 담이보다 형수님이 더 즐기시는듯 합니다....무슨일이라도!!^^..........이제는 캠핑이 자연스런 일상이 되버린듯 하여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제맨키로 한달에 2주는 방콕서 가족과함께 푸욱도 만수무강에 좋을듯 합니다^^.... 화풀이할때 없으시면 저를 부르시면 득달같이 달려~~...
이번 주에는 그럼 방콕 함 해볼까.... 근데 몸이 근질거려서 도저히 집에만 있지 못하겠으니 원....ㅎㅎ
행님 마음 알다뿐입니까^^....이번주 접선 함 할까요^^ㅋㅋㅋ
접선? 그 소리를 들으니 왜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거야? ㅎㅎ
담이맘 제가 좋아하는거 알죠 ㅎㅎ 담이팜 그냥 놔두세요 ~~~ 후다닥 ~~~~
만나서 직접 말씀 좀 해주세요... 도박사님만 믿겠습니다....ㅎㅎ
아무래도 천안휴식공간은 담이가 모델^*^ ~~ 까맣게 탄 담이의 얼굴에 핀 꽃(웃음) 너무 예쁩니다
담이의 그런 웃는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욕심이겠죠? ^&^
담이.....어린이의 얼굴 뒤에서 소년의 모습이 배어 나오기 시작하는군요? 이제 마구 마구 자라나겠지요?
마구마구 자라나는 게 좀 두렵습니다. 시골아이 다 돼서 노는 모습이 여간 흐뭇한 게 아닌데도... 벌써 뽀뽀도 안해줍니다...^^
굿 초이스.... 공부할 넘은 다 합니다.... 무책임한 아빠 올림....^^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남긴 그 많은 흔적 중 가장 큰 것이 자식이라 했습니다. 그만큼 마음과 인생에 큰 자리이고 또 그만큼 애를 썼다는 것이겠죠.
아무래도 요새 매장에서 큰 도를 닦는듯 합니다.... 다음에 만날 때 혹시 수염 기르고 나타나시는 건 아닌지...^^ 낼 시간 되면 점심이나 먹읍시다...^^
대단혀...넘바쁘게 움직이는구만....ㅎㅎㅎ
진득하게 쉬고 싶은데 요새 증말 그게 안되누만.... 이번 주도 뭐 행사가 또 있다네....ㅠㅠ
광덕산 산신령님 되셨네요. 좋은 공기 많이 마시면서 담배는 아직도 피우시는 군요. 저두 가끔 한대씩 피지만... 오랜만에 즐감하구 갑니다. 요즘 하두 바뻐서리 카페도 못들어 가네요.
담배는 곧 다른 버전으로 옮겨탈까 합니다... 그것두 장비라고 비싸서 못사서 있습니다...ㅎㅎ
대단하십니다. 다음에 꼭 뵙고 싶습니다. 한수 가르쳐 주셔유^&^
무엇을 가르쳐달라는 말씀인지.... 놀러다니는 건 그냥 집밖으로 나와서 노시면 됩니다...ㅎㅎ
덕분에...사각타프 치는 법도 배우고...ㅋㅋㅋ 월요일에 동네 유원지 나가서...다시 치고.....빗물을 모두..말렸답니다. 처음보다 잘 친다고 엄마도.....칭찬도 해주시던데요.....나가자는거...울 엄마.....익숙하시죠...ㅋㅋ 사실..즐기시죠... 이번주 다음주는 좀 쉬고...셋째주에...다시 갈려고 맘은 먹고 있는데....이번 주말도 왠지 갈 것 같은...불길한...ㅋㅋㅋ
저는 이번주도 이러저러한 행사들 때문에 일요일 일찍 고기 구워먹으러 거기 갑니다...ㅋㅋ
hans님 갈때 조신히 함 묻어 가겠슴다...기둘리삼!
아무때나 오삼... 랜턴 10개 들고.... ㅋㅋ
덕분에 사가타프 치는법도 배웠고 즐건 시간가졌습니다...
계속 다니시다보면 타프 치는 게 가장 쉽다는 거 느끼실 겁니다...옆 동네 사시는 분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
담이네님 요즘 너무 군자 캠핑을 즐기시는거 아닌가요? ㅎㅎㅎ 담이네님 왈패들의 캠핑한번 가시죠... ㅎㅎㅎ 에헤라디여~~~
군자동 캠핑? 아, 썰렁하다...^^ 왈패 번개 콜!! ㅎㅎ
푸하하 도대체 집에 붙어있을 생각을 안하냐고 혼나는건 저하고 같네요 ㅋㅋ 혼나도 할거는 해야 직성이 풀리니 말입니다.
병 나는 거보다야 나가 자는 게 낫지... 속 풀 생각있음 홈에버 강서점으로 오삼...ㅎㅎ
토요일 도착해 우중캠핑하다가 일요일 일찍 철수준비하는데 햇빛나오자 아들놈 집에 안간다고 울고불고 해서 12일에 다시 오기로 손가락 걸고 간신히 철수했습니다. 좋은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함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아이들 물길 파놓은 건 잘 메우셨나요... ㅎㅎ
잘 보고 가요.... ㅎㅎ 웃음이 끝이질 않네요...^^
그 웃음 뒤에 남 모를 아픔이 있다는 사실....ㅎㅎ
간단모드의 극치라??? 잘보고 갑니다.
제가 말을 잘못 썼나봅니다. 극치까지는 아닌데... 소형 승용차 트렁크에 다 넣고 다닐 수 있는 만큼을 간단모드로 정했습니다... ^^
네,,,, 그제품을 쓰고있는 캠퍼도 있으니 말입니다.ㅎㅎ 운영자이기게 더욱더 주의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의, 또 주의....^^ 고맙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후기 잘보고갑니다... 몇주 못나갔더니...죽겠습니다. 이번주는 딸기들 데리고 어디로갈까?? 고민중입니다.
이번 주에는 나가시는군요... 또 어디 나가셔서 회감 좀 손으로 잡으시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냥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식구들이라고 생각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