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도로를 널찍하게 잘 닦아 놓았다. 회를 먹기 위해 동해바다로 가는데 신바람이 난다. 삼척이 가까워오니 환선굴 대금굴 이정표가 보인다. 우리는 예정에 없었지만 동굴 구경을 하기로했다.
근데 동굴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를 한참을 들어가도 너무 한산하다. 남편 왈~ "우리 둘뿐이면 어쩌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보고가야지! 오기도 힘든데...." 점심 때가 훌쩍 넘으니 슬슬 배가 고프다. "우리 간식으로 싸온 과일이나 조금 먹고 들어가자." 벤치에 앉아 먹고 있는데 한산하던 주차장에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온다. 일단 안심이 된다.
환선굴은 가봤으니 패스하고 개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대금굴로 갔다. 대금굴은 사전 인터넷 예약이 필수인데 그날은 특별히 그냥 입장할 수 있었다. 환선굴과 대금굴은 형제처럼 가까이에 있어 아스팔트 길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직진하면 환선굴, 좌측으로 가면 대금굴이다.
대금굴을 가기 위해서는 은하열차라고 불리는 모노레일을 타야한다.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울창한 숲과 계곡을 따라 산책로로 올라가는데 물이 맑고 소리가 청아하다. 우리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한참을 걸어가니 은하열차 타는 곳이 나왔다. 한 30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주변에 생태공원도 있고 볼거리가 많아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은하열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단양 버금가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동굴 속에 다른 동굴에서는 보기 드문 황금색 커튼 형 종류석과 수심이 깊은 호수가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폭포까지 몇 곳 있다. 계곡물이 흐르는 것도 신비로웠다. 규모는 작지만 화려하고 신비로운 동굴이다. 절묘한 조화를 이룬 비경에 탄성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기자기 하면서 신비로운 동굴인 것 같다.
대금굴은 인위적인 발굴 작업에 의해 발견됐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동굴속에 신비로움에 넋이 빠졌다가 나오니 4시가 되었다. 회를 먹기 위해 서둘러 아들바위가 있는 주문진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오늘은 왜 그렇게 바다 빛도 예쁘고 파란 하늘에 구름도 예쁘고, 남편도 예쁘고 세상이 온통 예뻐 보이는지… 주문진에 도착해서 맛으로 승부할 것 같은 횟집에 들어갔다. 바다가 보이는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회를 시켰다. 태풍의 영향인지 집채만한 파도가 우리를 삼킬 듯 밀려온다. 쓰나미 생각도 났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게 먹었다.
횟집에서 나오니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반짝인다. 낮이었다면 가는 길이 푸르른 대관령을 볼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대신 하늘의 초승달만 우리 가슴에 안겨가기도 하고, 머리위에 앉아 가기도하고, 옆구리에 붙어가기도 하고, 잠시 숨었다가 얼굴을 내밀기도한다. 계속 우리 곁에서 친구가 되어주며 졸졸 따라온다.
사랑의 보금자리에 도착하니 밤10시가 넘었다. 오늘 하루 애인처럼 다정했던 남편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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